야권, 촛불민심 눈치보기 속 정국 주도권 다툼 심화될 듯

(사진출처=포커스뉴스)

[소비자경제=고동석 기자] 헌정 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이 9일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은 재석의원 299명 중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무난하게 정족수 200명을 넘겼다.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될 때와는 정반대였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탄핵안 가결을 공표하는 의장석의 방망이를 두들기는 순간 국회를 에워싸고 표결 결과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얼싸안고 만세를 외쳤다.

본회의장에서도 국회의장이 날치기로 가결하지도 않았고, 억울하다고 울며 소리를 지르는 의원들도 없었다. 최경환 의원 홀로 말없이 표결에 불참하고 퇴장했다. 제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번 탄핵안 가결은 한국 정치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촛불의 힘으로 열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촛불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적시된 민주공화국의 주인이 누구인지, 권력이 국민에게 있음을 보여준 실제적인 역사였다. 그래서 이번 탄핵안 가결로 촛불이 정치권에 전해질 여파는 차기 대통령선거와 향후 정계개편의 시발점으로 작동될 것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정국 전망과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탄핵 가결 이후 촛불민심 어디로?

박 대통령의 운명은 이제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재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헌법상으로는 180일 이내로 적시돼 있다. 대통령 퇴진까지 최대 6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내년 1월말 임기가 종료된다. 헌재 재판관은 박 소장을 포함해 모두 10명인데 내년 1월을 넘어가면 9명이 심리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재판관 6명이 탄핵을 인정해야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래서 차기 대선주자 중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탄핵 가결과 함께 박 대통령이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기 전에 즉각 사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 비박계는 헌재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대통령 퇴진을 압박하는 위헌적인 처사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낸 원동력은 촛불에서 나왔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파헤친 언론보도가 시발점이 되기는 했지만 현시점의 정국을 이끌고 있는 힘은 촛불민심이 주도해왔다. 더욱이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촛불민심의 향배가 어디로 향해 갈 것인가에 따라 정국의 흐름도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촛불집회를 주도해온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측은 “탄핵 가결 이후에도 박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그 순간까지 촛불은 계속해서 타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 박근혜정권퇴진비상행동 공동상황실장은 9일 오전 YTN라디오 ‘신율이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탄핵 가결된다고 해서 촛불이 꺼지는 날은 아니다”고 광화문 집회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물러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탄핵 가결과 함께 서울 도심에 집결할 촛불집회 참가자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퇴진행동 측의 의지는 박근혜 정권 퇴진에 최종 목표를 맞추고 있다. 그래서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촛불이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는 출발점이라는 보고 있다. 촛불의 힘을 다시 모아 ‘새누리당 해체’로 옮겨갈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 친박-비박 불편한 동거 계속되나?

새누리당 해체론은 당내에서 이미 제기되고 있다. 비박계가 주축인 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병국 의원은 같은 날 “(친박) 지도부는 즉각 사퇴를 해야 한다”며 “즉각 사퇴를 해야 된다고 본다. 이 지경까지 오게 한 것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고 새누리당은 청산 절차를 밟아야 된다”며 당 해체를 주장했다.

비박계 내에선 최순실 게이트를 방조하고 부역했던 친박계를 청산하고 건전한 보수정당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반대로 친박계는 대통령이 탄핵된 마당에 이정현 대표 체제를 유지할 명분조차 잃고 말았다. 

탄핵 표결을 앞두고 친박과 비박계는 서로 삿대질을 하며 “당을 떠나라”라고 고성을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이달 26일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내년 1월 전당대회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양측이 당권 장악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어느 쪽이든 당을 깨고 나갈 경우 다시 신당을 창당하기까지 폭풍한설과 맞닥뜨려야 하는 과정을 치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새누리당을 향한 국민적 냉랭한 눈초리가 회초리로 쏟아지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대선과 개헌 등 중대현안을 앞두고 신당 창당은 길도 답도 보이지 않는 최악의 무리수라는 인식에서다. 그래서 친박과 비박계는 한 쪽이 튕겨져 나가길 바라면서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어정쩡하고 불편한 동거를 무기력하게 끌고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기 대선" 反문재인 개헌지대 安•孫•金 연대 가능성

야권으로 눈을 돌려보면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에 대권과 개헌을 놓고 정국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개헌을 불가하고, 조기 대선만이 답이라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당내 대선주자들도 개헌보다는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헌재 판결을 독촉하면서까지 2월말까지 박 대통령의 퇴진을 결정짓고 차기 대통령선거로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탄핵가결 이후 본격적으로 제3지대의 ‘개헌 군불때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당장에는 국정수습이 먼저라고 말한다. 그런 뒤에 개헌 세력을 끌어 모아 문 전 대표와 대결구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정계복귀와 함께 민주당을 탈당한 뒤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손학규 전 대표가 개헌 불씨를 살려 회생을 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손 전 대표는 지속적으로 개헌론을 띄워 안철수 전 대표와 개헌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선출마를 포기한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와도 개헌카드로 반(反)문재인 연대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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