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무기명 투표에도 찬반 의원 명단 공개될 듯

(사진출처=포커스뉴스)

[소비자경제=고동석 기자] “부결은 수치이며 가결은 정의이다. 가결은 정치의 존재 이유이고 부결은 20대 국회의 종말이다.” 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9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내뱉은 발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투표가 진행될 국회 본회의가 이날 오후 3시에 개의됐다. 탄핵투표는 빠르면 오후 4시 늦어도 5시 전까지는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과 새누리당 비박계 대 친박계가 막판까지 치열한 탄핵 찬성과 반대를 둘러싼 설전을 주고 받았다.

탄핵투표 마지막 순간까지 예의주시해야 할 최대 변수는 비박계의 이탈이다. 그래서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투표 인증샷을 찍자고 제안했던 것이 뒤늦게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한마디로 ‘샤이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이 누구인지 가려내자는 것이다. 지난 미국대선에서 속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를 지지하면서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던 지지자들을 일컫는 말로 영어로 ‘부끄럽다’는 뜻의 ‘샤이(shy)’를 붙여 ‘샤이트럼프’라는 투표 성향을 빗대 파생된 단어다.

이번 박 대통령 탄핵투표에서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는 탄핵을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는 말들이 새어나면서 ‘샤이반대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 생긴 말이다.

친박 핵심 의원들은 탄핵 찬성과 반대 사이에서 '고뇌하는 비박계 의원들'의 마음을 흔들어 붙잡기 위해 라디오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개인 성명을 내고, 개인적으로 전화를 걸어 표 단속을 하는 등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막아보려고 끝까지 몸부림을 쳤다.

그래도 역사의 수레바퀴는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이라는 거대한 물결로 달려가고 있다. 촛불이 원했던 최순실 게이트의 첫 심판대에서 올려진 대통령의 탄핵은 시작점에 불과할 뿐이다.

각종 설문조사에 찬성 의견을 낸 의원들과 탄핵 찬성투표를 고민하는 일부 의원들을 대략적으로 집계하면 최대 220명을 육박한다. 이는 새누리당 비박계 44명이 탄핵 찬성표를 던진다는 가정 하에서 그렇다. 경우에 따라선 친박계 내에서 동요하고 있는 의원들과 비박계에 동조하는 중립적인 의원들까지 가세하면 의외로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탄핵 소추안 표결은 무기명으로 비공개로 진행된다. 탄핵이 가결로 귀결되더라도 찬성투표한 의원들이 인증샷은 연이어 공개하고 누가 반대표를 찍었는지 그 명단이 속속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비공개 무기명 투표라고 해도 찬성·반대 여부가 공개되면, 친박 의원들은 차치하더라도 촛불로 뭉친 국민여론이 반대표를 행사한 의원들에게 전가될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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