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비박계 가결 정족수 겨우 채울 듯…안개 속 혼돈

세월호 유가족 40여명이 9일 있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본회의 표결을 직접 방청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월19일 세월호 특조위 황전원 의원 선출안 투표 결과를 지켜보는 유가족.(사진출처=포커스뉴스)

[소비자경제=고동석 기자]박근혜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 될 국회 본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목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탄핵안 표결은 민심을 대변해온 대의정치 기구인 국회가 최순실 게이트를 1차적으로 심판하는 첫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전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뚜껑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탄핵 표결

야3당은 탄핵 연대를 흔들림 없이 본회의 표결 전까지 이어가기 위해 8일 국회에서 밤샘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야권은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세월호 7시간’을 빼달라는 새누리당 비박계의 제안을 거부하고 원안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로 뜻을 모았다.

탄핵 가결에 막판까지 불안한 변수로 돌출됐던 ‘세월호 7시간’이 탄핵소추안 원안 그대로 유지되면서 새누리당 비박계 중에서 이탈하는 의원이 나올지 것인지 주목된다. 만약 탄핵이 부결될 경우 야권은 야권대로, 비박계는 비박계대로 그 책임이 서로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 가결 정족수는 200명이다.

새누리당의 사분오열 속에 만에 하나라도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야권은 의원 전원 사퇴뿐만 아니라 국회 해산까지 각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소속 의원 전원에게 탄핵안 부결 시 사퇴하겠다는 결의서를 받아 놓은 상태다.

탄핵 찬성에 확실한 의원 수를 정당별로 살펴보면 민주당 전체의원은 121명이고, 국민의당 38명. 정의당 6명, 무소속 7명이다. 국민의당은 검찰 기소로 당원권이 정지된 박선숙, 박준영, 김수민 의원은 제외한 35명이 표결에 참여한다. 찬성 입장을 밝힌 새누리당 비박계가 대략 35여명 내외라 볼 때 가결 정족수인 200명을 가까스로 넘기고 있다.

표결 직전까지 탄핵이 불안한 이유는 비박계 내에서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이 빠지지 않은 것에 반발해 일부 이탈하는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는 전언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이날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친박과 비박계는 서로를 향해 “당에서 나가라”며 고성을 주고받았다. 이정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 탄핵안을 중지시키라”며 “일부 진술이나 언론보도만을 갖고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킬 때 국정이 어떻게 될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탄핵 표결로 돌아선 비박계를 겨냥해 “탄핵 사유 중 하나인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 탄핵안 표결 하루 전까지 넣느냐, 빼느냐를 갖고 논의하는 경솔함과 기막힌 사실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를 탄핵안에 집어넣은 사람과, 탄핵안을 찬성한다는 사람들이 책임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국민여론이 국회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는 차치하고 제4지대에서 회생을 꾀하고 있는 비박계도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정치적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탄핵안 부결되면 최악의 정정불안 예고

탄핵안이 부결되는 최악의 상황에 발생하면 정국의 향배는 예기치 못할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박찬종 변호사는 종편방송에 출연해 “그간 절제를 유지해온 평화적 촛불 집회가 어디로 튈지 모를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정치적으로 수습하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면 다시 국정 장악력을 높이는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계 역시 물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의 6월말 조기 퇴진도 되돌리고, 향후 특검 수사까지 야권 추천의 특별검사라는 명목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하려는 시도가 현실화될 수 있다.

현 시점에선 탄핵 가결만이 국민적 분노를 일정부분 가라앉히고 야권을 중심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정국 수습 노력이 이뤄지겠지만 부결로 끝이 난다면 그 파란은 정치와 사회 전반에 예기치 못한 불안과 혼돈을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회 각계각층의 탄핵 부결 불안감은 가결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요구로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대학교 교수 791명은 이날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4·19 기념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안을 통과시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킨 후 정국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또 이 시국선언문은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팩스로 발송됐다.

이들은 “갑자기 앞당겨질 대선 일정의 부작용에 대한 정치권의 현실적 우려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라면서도 “헌법과 법률의 준수가 그 어떤 정치적 고려보다도 우선한다. 따라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즉시 탄핵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졸업생·재학생 1121명 역시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탄핵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내놓았다.

이외에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등이 성명을 통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강력히 요구하고 한국노총은 9일 국회 앞에서 간부급 결의대회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새누리당은 물론 국회는 탄핵 가부에 대한 결정권이 아니라 가결의무만 있을 뿐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가결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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