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재벌은 최순실 게이트의 부역자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참석한 정몽구(앞줄 오른족부터)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출처=포커스뉴스)

[소비자경제=고동석 기자]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에 대기업 총수 9명이 모두 출석한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해체가 주된 화두로 떠올랐다.

이날 국정조사는 사실상 최순실씨 개인 소유의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청와대가 나서 전경련과 9대 재벌총수들을 상대로 벌인 강제모금 진상을 규명하는 데 있었다.

여야 의원들은 국정조사에 출석한 대기업 총수들에게 집중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압력이 있었는지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정경유착의 악폐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졌고, 이는 곧 ‘전경련 해체’ 요구로 터져 나왔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은 전경련의 가장 큰 회원사다. 전경련 해체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저는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안 하겠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전경련에 내는) 기부금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해라”는 질책에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제가 속한 새누리당도 이번 사태에 대해 공범이라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 해체론도 나온다”며 “먼저 88년 5공 청문회 때 나온 분들의 자녀들이 여섯 명이나 있다. 정경유착의 고리가 여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에 끊어야 한다. 매개물이었던 전경련을 해체하겠다는 말이 오늘 나와야 한다”며 “전경련이 대한민국 발전에 많은 일 했다. 너무 성공해서 이제는 문을 닫아야 한다. 과거의 성공의 습관, 아직도 안주해서 이제는 최순실의 부역자가 돼 버렸다”고 성토했다.

삼성 그룹은 매년 대기업 총수들의 모임인 전경련에 가장 많은 회원 출연금을 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해마다 4대 기업으로부터 약 200억원 정도가 회원 기부금을 걷히고 있다”고 했다.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자, 부역자라는 오명

전경련은 이번 국정조사와 관련해 ‘최순실의 공범’, ‘국정농단의 부역자’라는 오명이 덧씌워졌다. 전경련이 결성된 시기는 박정희 정권 때였다. 당시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을 주축으로 대기업 주도의 재벌 경제가 한국 경제 전반을 지배하는데 앞장서온 경제인 단체로 출범했다.

이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방향도 친재벌 육성 정책을 유지하면서 특혜를 주고, 재벌그룹은 정권이 뒤 바뀔 때마다 집권 세력에 기대어 ‘통치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정경유착의 악습이 이어져 왔다.

정경유착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988년 12월 ‘5공화국 비리 조사 국회 특별위원회’에서 현대그룹의 정주영 선대회장이 “1차는 날아갈 듯 냈고, 2차는 이치에 맞아서, 3차는 편하게 살려고 냈다”며 막대한 자금을 전두환 정권에 헌납했던 사실을 실토한 것이다.

재벌들이 정권의 모금 창구 역할을 했던 것은 1995년 노태우 정권이 물러날 무렵에는 대선비자금 사건이 드러나면서 또 한 번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당시 재벌 총수들은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전경련은 그해 11월3일 두 번 다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스스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최태민-최순실 폐악은 정경유착의 검은 돈이 원인제공

그러나 30년여 지금. 국회로 불려나온 재벌총수들은 하나 같이 선대회장들이 저질렀던 정경유착의 유지를 이어받듯 “청와대의 압력을 거부할 수 없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전경련 해체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던져졌다. 최태민으로부터 출발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배후에는 재벌이 제공했던 음성적인 자금에서 기인한다.

최태민은 권력에 기대었던 재벌의 돈을 노리고 영애시절의 박 대통령에게 접근했었다. 결과적으로 정경유착은 최태민의 대를 이어 최순실로 이어진 지금에 이르러 국민 대다수가 ‘이게 나라냐’라는 한탄과 자괴감이 들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셈이 됐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청문회에서 ‘전경련을 해체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이때까지 불미스런 일에 관계 돼 있다는 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번 재벌 총수들을 소환한 국정조사 앞서 촛불집회를 이끌어온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5일 전경련 회관 앞에서 “재벌들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뇌물수수 공범이라는 범죄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재벌 총수들을 구속하고 전경련 해체를 요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