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감소 → 가계부채 금리폭탄 → 민간소비 위축 → 경제성장률 둔화’ 악순환 우려

2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16년 3/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 3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6%로 파악됐다.(포커스뉴스)

[소비자경제=서원호 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민경제와 생활에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국정농단이란 '박근혜 쇼크'가 정치를 넘어 국민 경제를 집어 삼키는 형국이다. 박근혜 쇼크로 국내외 정치불안이 고조된 가운데 경제 실적과 전망마저 설상가상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16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대비 0.6% 성장한 반면 실질 국민총소득(GNI)는 전기대비 0.4% 감소했다. 지난 2분기(4~8월)에도 0.4% 감소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의 처음이다.

◆ 실질 GNI 2분기 연속 마이너스(-0.4%) ‘충격’

실질 GNI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경제외형을 나타내는 실질 GDP가 커져도 그 커진 경제외형과 달리 국민들의 실제 소득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국민들의 실제 소득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0.4%) 행진을 이어갔다는 것과 같다.

국민들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면 저축은 줄어들고, 부채는 증가하게 된다. 당연히 소비도 위축된다. 국민들의 피부체감 경기는 ‘바닥 수준’이기 때문에 민간소비 둔화로서 ‘소비 절벽’으로 나가게 된다.

특히, 국민들의 구매력, 즉 가처분 소득이 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향후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모멘텀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 ‘2차 오일쇼크’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김영태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GDP 증가에도 실질 GNI가 감소한 것은 교역조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라며 ‘세계 무역조건 탓’으로 돌렸다.

실질 GNI가 최장 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2차 오일쇼크(1979년 2분기~1980년 2분기)' 때로, 당시 5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3분기~1998년 2분기에도 4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 사상 첫 3년 연속 2%대 성장, 코앞에 닥쳐

한은은 또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는 377조6445억원으로 전기대비 0.6%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된 지난해 3분기(1.2%) 이후 4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경제활동별 성장률은 △제조업 –0.9% △건설업 3.7% △서비스업 0.9% △농림어업 –1.6%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제조업 분기 성장률은 지난 2009년 1분기(-2.5%) 이후 7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으로 빠졌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014년(3.3%)를 제외하고 2013년 2.9%, 2015년 2.6%로 2%대 성장에 그쳤다. 올해(2.8%)도 2%대 성장을 예측한다는 점에서 내년(2017년)까지 2%대 성장이라면 사상 첫 3년 연속을 기록하게 된다. 1961년 이래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년 연속으로 3%를 밑돈 적은 없다.

IMF가 1일(현지시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IMF는 지난 10월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7%, 내년 3.0%로 각각 발표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역시 최근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 6월의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낮춘 2.6%로 수정했다.

국내 경제기관들의 ‘2%대 성장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내년 우리나라가 내년 2.7%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산업연구원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삼성증권도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2.5%로 올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 회복세를 보인 건설투자와 민간소비의 성장 모멘텀이 내년에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삼성증권은 2%대 성장률이 고착화되는 이유로는 노동가능인구의 정점 도래, 생산성 둔화, 중국의 성장전략 변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수출 둔화 등을 꼽았다

◆ 한국경제 시한폭탄, ‘가계부채 1300조원’

박근혜 정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에 속수무책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책 추진력마저 상실한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어느덧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은이 최근 '3분기(7~9월) 가계신용'대출 결과를 발표했다. 9월 말까지 가계부채는 1295조8000억 원으로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키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였다. 10월 중 가계대출 잔액도 7조5000억 원 늘었다. 이를 더하면 10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300조 원을 넘어선다.

3분기 가계부채 증가요인으로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농협 등 제2금융권 대출(277조7000억 원)을 꼽는다. 석 달 새 11조1000억 원(4.2%)이 급증해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7조2000억 원(2.9%) 오른 예금은행의 가계대출(603조9000억 원)보다 증가율이 많았다.

한은 측은 은행권의 대출규제 강화로 대출 받기 어려운 이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린 탓으로 본다. 정부가 8·25 가계부채 대책으로 은행들의 대출을 막자 오히려 '풍선효과'(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솟아오르는 현상)로 제2금융권에서 가계대출 급증 현상이 나타났다.

가계부채의 총량은 물론 질마저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대출 금리도 급등세를 타고 있어 제2금융권 등의 취약계층에 대한 금리 상승 직격탄도 예상된다.

손종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후 금리 인상은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가계에 더 큰 위협이 된다”며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가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기관보고에 참석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 대통령-최순실 민원 의혹과 관련 질의하고 있다.(출처=포커스뉴스)

◆ “국민을 위한 정부, 빨리 들어서야”

1300조 원의 가계부채에는 매년 80만 명의 자영업자들의 폐업이란 아픔이 스며있다. 일자리 찾아 거리를 헤매는 청년들의 탄식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집무실’보다 ‘관저’에 머물길 좋아했다. 청와대와 행정부는 비선실세 최순실 일파의 ‘행복을 위한 희망의 새시대’를 열기 바빴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과 대기업들 역시 부화뇌동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제공한 800억 원대의 거금은 대통령을 면담한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들의 개인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몇몇은 이사회 의결도 없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 말고도 최순실 모녀에게 100억 원대의 돈을 별도로 직접 전달까지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는 국민혈세의 국민연금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가 목표였다. 의혹이 사실이면 국민혈세가 개별 기업의 경영권승계에 동원된 셈이다.

여기에는 삼성의 독일현지법인도 관련돼 있다. 독일 검찰은 ‘최순실 씨 등 한국인 3명’을 자금세탁 혐의로 수사 중이다. 국민은 가계 빚으로 쪼그라드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박근혜 정부와 삼성 등 재벌 대기업들은 ‘국정농단’의 (제3자)뇌물죄에 공범으로 협력했다.

이와 관련, 중견기업의 회사원 A씨는 “미국도 지지한다는 박근혜 정부를 향하는 평화집회 촛불민심은 순전히 최순실의 국정농단 행태에 분노하고 폭발한 것이 아니다”면서 “서민경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국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소하청업체에 다니는 B씨는 “일감이 줄어들어 손익을 맞추자면 일손을 줄여야 한다. 사장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두렵다”면서 “조기 대선을 치러 국민을 위한 정부가 하루 빨리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원호 취재국장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