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우 발행인 겸 편집국장

[소비자경제 칼럼] 최근 JTBC 홍석현 회장이 심기가 복잡할 듯하다. 연일 최순실 국정농단 단독뉴스로 국민의 절대 신뢰를 받고 있는 JTBC 사주로서 기쁠 듯하지만, 진실 보도를 위한 과정에서 겪어야할 안팎의 압박이 거셀 듯해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홍석현 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손석희 앵커(보도부문 사장)를 자르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은 홍석현 회장의 조카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3차례 청와대로 불러 같은 내용을 말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홍 회장님(외삼촌)은 부친께서도 말씀을 못하시는데 제가 어떻게”라며 압력을 피했다고 한다.

국민지지율 4%로 곤두박질 치게한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JTBC의 대한 청와대의 분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위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으나 충분히 개연성은 있다고 판단된다.

지난 2014년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조한규 세계일보 사장은 3개월 정도 사퇴 압력을 받고 해임됐다. 청와대에서 세계일보 대주주인 통일교 재단에 압력을 가하니까 세계일보 측에서 그를 해임한 것이다.

공영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KBS, MBC는 청와대 홍보수석의 압력을 받고 세월호 보도에 적극 개입됐다는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이러한 척박한 국내 언론환경을 비춰볼 때, JTBC가 연일 특종을 터트리는 것은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청와대에서 언론사를 압박하는 방법은 단순히 세무조사나 대표 해임 정도가 아니다.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 사건 같이 언론사 대표나 핵심 인물의 정보를 폭로해 언론사 신뢰를 추락시키는 방법도 있고 종편 인허가 심사에서 재승인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도 있다.

다시말해, JTBC는 이러한 모든 것을 감수하고 회사 운명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홍석현 회장은 그동안 JTBC보도와 관련해 손석희 앵커에게 어떠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으리라 본다.

홍 회장은 지난 7월 22일 자신의 친누나의 남편이자 매형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동영상 관련 뉴스가 자신이 만든 JTBC를 통해 여과 없이 방송된 것이나 자신의 조카가 몸담고 있는 삼성전자가 최순실 사태와 연루됐다는 각종 의혹이 손석희 앵커를 통해 보도 됐을 때 마음이 찹찹했을 것이다.

그동안 홍석현 회장에 대한 이미지는 재벌총수 일가라는 관점이 강했다. 그것도 국내 최고 기업 삼성 이건희 회장 처남이라는 타이틀이 그에게 늘 따라 붙었다. 재벌에 대한 국민의 정서가 부정적이다 보니, 홍석현이란 인물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팽배했다.

이러한 시각은 청와대의 각종 압력에도 불구하고 2013년 5월부터 손석희 앵커의 JTBC 바람막이가 되어 줬다는 사실로 인해 변화하고 있다. 진실규명 앞에 좌고우면(左顧右眄) 하지 않고 배짱 있는 언론사 사주의 원칙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JTBC만을 본다면 홍석현 회장은 매우 잘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향후 조기 대선을 통해 여권이 아닌 야권출신의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홍석현과 손석희의 JTBC에겐 매우 유리한 취재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혹, 차기정부에서 홍석현 회장의 입각을 요청할 수도 있다. 역대정부에선 언론사 사주나 대표를 총리나 고위직으로 임명하려던 사례가 있었다. 김대중 정권 시절엔 매일경제 장대환 회장을 국무총리 서리로 추대하려 했었고 故 노무현 대통령은 머니투데이 박무 사장을 국가정보원 1차장으로 임령하려 했다.

홍석현 회장은 지난 2005년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주미대사에 임명됐다. 그는 주미대사 경력을 발판으로 UN 사무총장에 도전하도록 노무현 정부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삼성그룹 X파일이 공개되는 파동으로 그는 주미대사에서 7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그후 UN 사무총장에는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취임했다는 말이 있다. 일본 니케이비즈니스는 지난달 6일 JTBC가 최순실 사태를 가장 먼저 보도한 이유는 사주인 홍석현 회장의 대권을 위해서일 가능성이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이 말은, 홍석현 회장의 자세가 지금이나 나중이나 달라지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언론사 사주로 가져야할 사회적 책임 속에 ‘야망’ ‘욕심’이란 단어를 내려 놓아야할 필요가 있다. 너무 앞선 생각이지만, 자신의 전략적 행보를 위해 행여 JTBC를 지렛대로 삼았다는 오해를 국민들에게 받는 순간 “그러면 그렇지”라는 비난을 듣게 될 것이다.

JTBC의 보도 논조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유지되어야 한다. 정부의 빈틈,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낱낱이 보도해야 한다. 그럴 때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언론으로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결국 좋은 언론사, 훌륭한 미디어 오너의 조건은 진실 규명을 위해 발 벗고 뛰는 기자의 병풍, 바람막이가 되어 줘야 하는데 있다.

또한 어떠한 외압도 견뎌 내어야 한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지라도 국민을 위해, 진실 규명을 위해 참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박근혜 대통령 7시간 규명을 위해 JTBC는 더욱 노력해야 한다. 이는 이글을 쓰는 필자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모든 언론이 두려워해야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닌 오직 국민뿐이란 사실을 잊지 말자.

 

발행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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