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두고 취소…이미 세 번째 연기, 심의 반년 가까이 결정 못해

한진그룹 남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자회사 '일감몰아주기'혐의로 고발조치됐으나, 심의를 하루 앞두고 일정이 취소됐다. 좌측부터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조원태 부사장

[소비자경제=이창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진그룹 조원태·조현아 남매의 일명 ‘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전원회의 일정을 전격 취소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항공 조원태 부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남매에 대한 고발 의견을 전원회의에 상정한 공정위가 미리 확정한 회의 일정을 하루 전 취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진에 대한 보이지 않는 외부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진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전원회의 심의는 당초 16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공정위는 하루 전날인 15일 전격 취소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한진 심의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은 사안이어서 위원장 주재로 전원회의를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16일 위원장이 국회에 참석해야 하는 일정이 있어 부득하게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전원회의를 언제로 연기할지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으나 조만간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한진 남매의 고발 의견에 대한 심의는 전원회의에 상정된 후, 반년이나 미뤄졌다가 또다시 기약 없이 취소된 셈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6월 대한항공 조원태 부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총수의 자녀라는 신분을 이용해 그룹내 자회사인 유니컨버스와 싸이버스카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내용의 심사 의견을 전원회의에 상정, 고발 조치했다.

심사보고서에는 조원태·조현아 남매를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처분까지 내리는 안이 조치 의견으로 제출됐다.

전원회의는 처음 9월 말에 열리는 안이 검토됐지만 국회 일정 및 중요사건 심의 등의 이유로 미뤄져 10월 19일로 최종 확정됐으나 10월 전원회의에서는 한진 건이 심의되지 못했다.

한진 측이 추가 의견서 제출을 근거로 일정을 미룰 것을 요청했고 공정위가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조씨 남매 측에서는 공정위에 ‘심의 일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좋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결국 전원회의는 한달 뒤인 이달 16일로 확정돼 공지됐지만 이마저도 위원장 일정을 이유로 하루 전 취소되고 말았다.

이날 위원장의 국회 참석 일정은 이미 일주일 전인 8일께 확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원장이 16일 예정된 한진 전원회의에 참석할 수 없는 사실을 예상하고도 회의를 코앞에 두고 일정을 변경한 셈이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 7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 합병 심사 당시 의견서 제출기한을 각각 2주, 4주 연기해달라는 양사의 요청을 한나절 만에 전면 거부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한진그룹 측은 법률대리인으로 법무법인 화우를 선임했으며 공정위 고위 간부 출신이 이 사건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한진에 대한 늑장 심의가 전관예우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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