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 가정의학 이동주 원장

[소비자경제 칼럼] 요즘은 기침, 콧물같은 감기 증상으로 많은 분들이 병원을 찾으시는 시기입니다. 이러한 증상들 때문에 어린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으시는 엄마나 할머니들과 이러한 대화를 나눌 때가 많습니다.

 

의사: 아이가 어디가 안 좋은가보죠?

환자: 예, 콧물이 나고 기침이 나요.

의사: 몇 일이나 증상이 되었죠?

환자: 한 2일전부터 증상이 시작된 것 같아요.

의사: 열은 없구요?

환자: 예 열은 안 납니다

의사: 잘 놀고 먹기도 잘 합니까?

환자: 네 잘 먹고 잘 놀아요. 특별히 다른 증상은 없고 콧물과 기침만 나요.

 

아이는 보호자와 내가 얘기하는 동안에도 활기차게 진료실에서 뛰어다니며 이것저것 만지고 침대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합니다. 콧물 기침이 있다는 얘기만 안 들었어도 어디 아파보이지도 않는 아이지만 그래도 데려다가 차례차례 진찰을 합니다. 실제로 진찰 상 약간 목이 부어있는 것 외에는 특별한 소견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후 아이에 대한 진찰 소견대로 보호자와 대화를 이어갑니다.

 

의사: 이 아이는 바이러스성 감기가 걸린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별히 약을 쓰지 않아도 호전이 될 겁니다.

환자: 콧물하고 기침은 어떻게 해요?

의사: 콧물 기침 때문에 아이가 많이 불편해 하나요?

환자: 아뇨, 지금은 크게 불편해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의사: 그런데, 왜 콧물 기침을 없애야하죠?

환자: 그냥 놔두면 더 심해지고 폐렴이나 축농증이 되지 않나요? 어린이집 선생님이 빨리 병원 데려가라고 하던데...

 

이러한 패턴의 대화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반복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개 환자분들은 증상을 싫어합니다. 불편하기도 하지만 얼른 없애야 건강에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입니다. 저는 환자 분들의 이러한 생각을 접할 때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증상들이 너무나 이유 없이 미움을 받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언제든 기회가 되면 이렇게 애꿎은 미움을 받고 있는 우리의 증상들을 변호해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기침이나 콧물은 증상을 뜻하는 말이지 진단명이 아닙니다. 이는 증상이란 어떠한 상황에 처한 우리 몸이 대응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뜻이지 병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듯이 호흡기로 들어와서는 안 되는 어떤 물질들이 호흡기로 들어오게 되면 우리 몸은 1차적으로 기침이나 콧물, 재채기를 통해 이들을 내쫒습니다. 또한, 개구리 표면이 마르면 안되는 것처럼 호흡기 점막이 건조한 환경 때문에 마르게 되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되니까 수시로 콧물과 가래를 만들어서 호흡기 점막을 보호해주며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나 바이러스를 끈끈이처럼 포획해서 이들이 몸 속 깊숙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줍니다.

날이 건조하고 바이러스 활동이 창궐한 요즘 같은 시기에는 이러한 기침 콧물과 같은 호흡기 증상들은 더욱 열심히 우리 몸을 위해서 이러한 일들을 하는 시기입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러한 증상들이 스스로 알아서 자동적으로 개시가 되고 스스로 신비로운 작용들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 몸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증상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호흡기는 수 일 내로 모두 망가졌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증상들은 우리를 도와주는 아군이지 적군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러한 증상들이 없었다면 바이러스와 세균과 같은 적군들은 너무나도 손쉽게 우리 몸을 공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우리의 증상들이 우리를 귀찮고 불편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너무나 과도한 미움을 받고 있으며 생기자마자 없애버리지 않으면 안되는 악의 근원으로 오해받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질병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렇게 애쓰며 노력하고 있는 증상들이 오히려 질병의 원인으로 오해 받아서 ‘기침이 오래되면 폐렴이 된다’ 라든가 ‘콧물이 오래되면 축농증이 된다’라는 식의 생각들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지식입니다. 기침이 오래 되어서 폐렴이 되는 것이 아니라 폐렴이라는 질환이 생기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몸은 계속적인 기침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콧물을 그냥 놔둬서 축농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콧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축농증이 생겼다고 보는 것이 맞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아파도 병원에 오지말고 견디라는 얘기냐, 인간의 자연치유력을 믿고 약도 안쓰고 예방접종도 시키지 말라는 얘기냐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 얘기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실제로, 감기라는 진단 하에 증상이 심하여 생활이 불편할 정도라면 증상을 경감시키는 대증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어떤 증상이든 그 증상이 의미하는 바를 환자 스스로 해석 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아무리 가벼운 증상이라도 병원을 찾고 의사와 상담하는 것은 매우 필요합니다.

다만 제가 얘기하고자하는 것은 무조건 증상이 없는 상태가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외부의 적과 여러 가지 증상으로 싸우는 인체가 건강한 인체이지 호흡기로 세균이 들어와도, 먼지가 들어와도 아무런 증상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인체는 죽은 인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증상을 줄이는 대증치료를 해야 할 경우에는 득실을 잘 따져보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증상이 크게 불편하지도 않은데 증상을 없애기 위해 대증 약물을 쓰는 것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증상을 없애는 치료가 병을 낫게 하거나 혹은 더 심한 합병증을 막아주는 길인 것처럼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 의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몰라서 필요 이상의 대증약물을 처방하는 것일까요? 누가보아도 바이러스성 감기가 분명한 어린 아이들에게 항생제까지 포함하여 6-7가지나 되는 약들이 처방되는 이유는 뭘까요? 다음에는 이러한 처방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변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동주 원장 약력>

마포고 졸업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 수료

해드림 가정의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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