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사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13분간 대화를 나눴다. 야3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 불참했다.

최근 이 같은 대통령의 잦은 국회 방문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지난 4년간 충분히 청와대에서 30분 거리의 여의도를 방문할 수 있었음에도 이제 와서 발등에 불 떨어진 조급한 인상으로 국회를 찾는 것이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본지는 그동안 칼럼, 기사를 통해 대통령과 국회와의 소통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최순실 사태를 빨리 인정하고 회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어디 본지 뿐만이었겠는가, 지난 4년간 국내 대다수 매체들이 칼럼, 사설, 기자수첩 등 각종 오피니언란을 통해 야당은 물론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정국의 산적한 현안을 푸는 방법은 대화와 소통이 최선의 正道(정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자체가 애당초 불통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청와대 입성 후 별반 개선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야당도 영수회담을 꾸준히 요구했다. 가뭄의 콩 나듯 이뤄진 몇 차례의 영수회담도 입장차만 확인한 무거운 시간이었다.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국회를 찾아 의원들과 현안을 논의하는 모습은 꿈꾸기 조차 힘들었다.

옴짝달싹 않던 박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그리고 청와대 실세들의 각종 혐의가 드러나자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혹자는 지금이라도 대화를 시도한 것이나 야당추천의 책임총리 요구를 받아들인 자체는 다행이라 말할 수 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엎지러진 물을 담기엔 역부족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순실 사태는 역대 정권 핵심 측근 비리사건과는 차원이 달라, 단순히 대통령의 사과 및 소통의지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자리에서 “국회에서 책임총리를 추천하면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여ㆍ야3당 원내대표는 이를 기다렸듯이 대통령이 국회를 떠나자마자 이날 오후 책임총리 추천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과연, 국회추천의 책임총리로 이뤄진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이후 수순은 무엇인가. 대통령 ‘하야’ 및 ‘조기대선’의 절차로 간다고 예상할 수 있다.

모처럼 정국의 흐름을 선점한 야당과 시민단체가 이 기회를 놓칠 일이 없고 국민들의 분노 또한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대통령이 외교ㆍ통일ㆍ국방을 담당하고 책임총리가 내치를 맡은 이원집정부제를 구상했더라도 당장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담이 불투명하고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 당선자와 정상회담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제 카드는 더 이상 없는 상황이고 중국은 사드배치 및 서해불법조업 문제로 박근혜 정부와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다시말해 박근혜 대통령이 남은 14개월 간 외치를 담당해도 별다른 문제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는 이상 야권은 줄기차게 광화문 집회를 개최해 정국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권력 의지는 여러 차례 표출됐다. 청와대 주도의 개헌을 제의한 것이나 이날 국회를 찾아 책임총리 추천을 요청하며 이원집정부제를 고려한 것도 마무리를 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은 분노하고 동시에 불안해 하고 있다.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대통령이 낙마하는 상황을 누가 반기겠는가.

다만, 박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 이후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을 때, 모든 것을 비울 때 다시 채워진다. 당장 검찰이 최순실 관련 의혹으로 박 대통령을 수사할 때 모든 사실을 낱낱이 시인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 해야한다. 최순실, 우병우 등 최측근을 보호하기 위해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해선 안된다.

그리고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된 이후 ‘하야’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시간 박 대통령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양심의 거리낌이 없는' 생각과 행동을 해야한다. 대통령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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