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사설] 전국 90여개 대학생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시국선언을 잇따라 발표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감리교신학대, 장로회신학대, 총신대, 연세대, 한신대 등 주요 신학대학교의 시국선언문이 주목을 끌고 있다. 근래 전국 신학생들이 조직적으로 연합해 이러한 선언문을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사이비, 이단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신학생들의 단호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하기 때문이다.

신학생 시국선언문에는 레위기 18장 21절을 인용해 "공화국은 이미 끝났다. 이제 신앙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인신공양 사교의 무당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고 신전을 폐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요구되는 하나님의 선교로의 참여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 "우리 신학생들은 불의한 정권과 불의한 체제에 대하여 맞서고자 한다. 이럿이 우리의 프락시스이다. 우리의 선언이 말뿐이 아닌 실천이 된다면 우리는 세상에서 환난을 당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실천 신앙인의 모습을 보이자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는 있으나 잘못된 이단과 사이비가 세기말 득세해 나라와 국민을 어지럽히고 있다. 대통령도 버젓이 수 십년간 이단에게 농락당한 현실에서 얼마나 많은 일반인들이 이단과 사이비에 빠져 가족과 재산을 잃고 있는가.

신학생들은 아마도 보이지 않는 믿음과 영적인 입장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했을 것이다.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 민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신학생들, 아니 그들의 선배 신앙인들은 목숨을 마다하지 않았다. 유관순 열사, 안중근 의사, 안창호 선생, 김구 선생도 독실한 크리스찬이었다.

이들은 민족의 아픔과 신음을 외면하지 않았고 기도만 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불태웠고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까지 일제치하 민족의 독립을 외쳤다.

많은 기성 신앙인들은 신학생들을 향해 "공부나 할 것이지, 전도나 하지, 말씀이나 묵상할 것이지" 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신학생들의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수행해야 할 소임이기 때문이다.

허나, 수많은 선배 신앙인들이 대한민국의 독립, 반공,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했듯이 그의 제자인 신학생들 또한 사이비와 이단이 국정을 농단한 현실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비록 적은 무리의 신학생들이지만 우리는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거나 외면해선 안된다. 민족이라면 목숨도 아끼지 않았던 유관순, 안창호의 후예이기 때문이다.

사실, 기성 교단에선 가급적 정치문제를 말하지 않는다. 신정 분리원칙 때문일 것이다. 종교가 정치에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다만, 일제치하~90년대까지만 해도 국민들은 신앙인들을 '존경'했다. 교인과 신학생들이 거리에 나와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외쳤고 시대의 아픔에 적극 참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교계에도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고 교파권력 횡횡 및 목사들의 잇따른 성추행 사건들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보도되면서 지금 일부 네티즌들은 기독교인을 '개독교'라고 부르는 지경까지 되었다.

작금의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인 모두가 스스로를 점검해봐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실천하는 신앙인가. 기도와 말씀 묵상과 동시에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외침을 했는가. 이웃과 사회를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가.

이러한 '회개'를 위해 목사님들이 강단에서 믿음과 선교 외 올바른 민주관, 역사관을 말씀해주셨으면 한다. 더불어 그 후배 신학생들을 응원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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