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MP3ㆍ컴퓨터 1등하다 쇠퇴...최근 고음질 음향기기ㆍ중저가폰 루나 선보여

[소비자경제=나승균 기자] 과거 전자-통신 업계를 평정했던 기업들이 혁신하는 IT산업에 적응을 못해 퇴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컴퓨터와 MP3 선두주자였던 삼보TG와 아이리버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두 기업은 스마트폰을 출시하거나 고음질 음향 기기를 선보이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아이리버' 스마트폰 등장 후 쇠락…최근 고급화된 휴대용 음향기기 출시

아이리버는 초기 레인콤이란 사명으로 시작, iMP-100이라는 MP3CDP를 내놓으면서 순식간에 1990년대 국내 휴대용 음악기기 시장을 장악했다. 아이리버는 지속해서 MP3를 내놓았으나 발전 없는 스펙과 디자인으로 점차 삼성전자의 YEPP과 코원의 iAudio에게 시장을 내주고 말았다.

2005년 당시, 아이리버는 애플과 어깨를 맞댈 정도로 글로벌 MP3 시장에서 뛰어난 위치를 보여줬다. 사진은 애플을 겨냥한 광고. (출처=아이리버)

2005년 아이리버는 미국 애플의 아이팟을 견제하기 위한 야심작인 H10을 출시했다. 애플의 당시 ‘클릭휠’을 벤치마킹해 ‘터치스크롤’을 채택한 이 제품은 제품 공급비용에 200억원과 마케팅 비용에 100억원을 쓰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H10의 지속적인 고장과 터치감도의 미숙함, 부족한 인터페이스 등으로 외면 받아 500억원의 재고로 돌아와 이때부터 자금 부족의 길을 걸었다.

2012년 10월 아이리버는 아스텔앤컨이라는 고급 하이파이 MP3 브랜드를 출시해 고급 오디오 시장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192kHz 24bit 고해상도 샘플링을 지원하고 듀얼 micro SDHC 슬롯을 지원하며 포터블 오디오 최초로 Wolfson WM 8740 DAC를 지원하는 휴대용 고급 음악 플레이어를 68만9000원에 출시해 비싼 가격에도 해외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스마트폰의 MP3기능 탑재로 인한 단독 MP3시장의 몰락이후 아이리버는 칫솔 살균기와 휴대용 손난로 등의 디자인 제품을 팔기도 했다. 고급화된 휴대용 음향기기로 시장을 공략한 것은 본래 영역으로의 방향 전환을 통해 재도약을 꾀한 것이라 의미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이다.

아이리버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출처=소비자경제DB)

업계 관계자는 “포화된 레드오션의 시장 상황에서 다른 시장을 도전해 성공하는 방법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본래 잘하는 것으로 돌아가자’는 전략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아이리버 홍보 담당 정덕희 과장은 “아스텔앤컨은 무손실 고음질 음원 전용 오디오 브랜드로 아이리버가 가장 주력으로 하고 있는 비즈니스다”라며 “가장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자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가정용 미니 오디오, 전자 사전 등의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스텔앤컨이 출범하기 전, 가장 잘하는 분야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며 “이는 곧 시장의 반응으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이리버는 SKT가 최대주주로 전환되면서 지난 8월 AI 스피커 제품 ‘누구’를 출시해 주당 4300원까지 급등한적 있다. 그러나 올해 1분기와 2분기 영업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보여 3300원(11월 2일 평균가)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 데스크톱 선구자 TG삼보 2005년 부도...최근 스마트폰 '루나' 출시

1990년대 컴퓨터는 TG삼보의 데스크톱이 시장을 꽉 쥐고 있었다. TG삼보는 1980년 서울 청계천에서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해 한때 연 매출 2조원으로까지 성장했던 신화적인 기업이었다.

1981년 1월, 회사 설립 6개월 만에 한국 최초의 컴퓨터인 SE-8001을 만들었으며 이는 PC시장의 가능성을 포착한 금성(지금의 LG전자),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돋움하게 만드는 데 영향을 준다.

시장에서 데스크톱 공공수주 부문에서 선전하고 있던 TG삼보는 노트북과 개인사용자 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재빨리 따라가지 못했다. 또한 부품 납품 위주의 사업 전략이 중국의 값싼 부품에 밀려 결국, 2005년 지속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부도에 이르러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최근 TG삼보는 관계사인 TG앤컴퍼니를 통해 InFocus(폭스콘의 자회사, 폭스콘은 아이폰 제조사로 유명하다)와 협업,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루나를 출시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중저가용 스마트폰 시장으로써 활로를 찾은 모양새다.

올 10월 ‘루나S’를 선보였으며 전작인 ‘루나’는 당초 10만대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깨고 누적 판매량 20만대를 돌파한 바 있다. 특정 이동통신사 단독 출시 제품임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흥행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루나S 역시 흥행 돌풍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 리서치센터 장성근 연구원은 “기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역량도 기술, 시장 등 경쟁 상황이 변화됨에 따라 더 이상 사업 성장을 이끄는 동인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사업 환경의 변화와 핵심역량의 유효성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