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대책’ 무색, 1순위 마감 단지도 85%

지난달 공급된 아파트에 신청한 1순위 청약자는 82만840명으로 2005년 이후 최대치를 이뤘다 (출처=GS건설)

[소비자경제=이창환 기자] 지난달 주택 청약시장에 월별 통계로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청약자가 몰린 가운데 정부는 이번주 주택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금융결제원은 1일 “지난달 전국적으로 총 74개 단지에서 4만19가구의 새 아파트가 일반 분양되며 청약시장이 후끈하게 달아올랐다”며 “이는 올해 들어 월 기준 단지 수로도, 가구 수로도 가장 많은 물량이다”라고 발표했다. 

1순위로 마감된 단지는 전체 단지의 85.1%인 총 63곳으로 전체 공급 단지중 월별 1순위 마감 비율이 80%를 넘어선 것은 2010년 2월의 90.9% 이후 6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올해 9월까지 1순위 마감 비율은 50∼60% 선이었다.

금융기관 주도의 집단대출(중도금 대출) 규제는 이미 지난달부터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82만명이 넘는 청약자들이 1순위 통장을 사용했고 1순위 마감단지도 연중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9월 추석 연휴 등의 이유로 건설사들이 인기 단지 분양을 10월에 쏟아내기도 했지만, 정부의 수요에 대한 규제가 예고되면서 투자자들이 대책에 앞서 서둘러 청약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공급된 아파트에 신청한 1순위 청약자는 82만840명으로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동시분양 제도 폐지(2005년)이후 월별 청약자 수로 역대 최대 규모를 이루면서, 한 달 간 5만2446가구가 일반분양됐던 작년 11월의 청약자 수가 60만9천667명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달의 경우 공급물량은 1만가구 이상 적은데 청약자 수는 20만명 이상 많았던 것이다.

서울과 부산, 경상남북도, 전라남북도 등의 6개 광역시도는 지난달 공급된 새 아파트 모두가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서울의 경우 1순위 청약 경쟁률도 평균 33대 1로 올해들어 가장 높았고 부산은 평균 188대 1을 넘었다.

8월 25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대책’에 따라 지난달부터 시행된 중도금 대출 규제 등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다.

중도금 대출 규제의 첫 적용 단지인 안산 사동 '그랑시티자이' 아파트 3천728가구에는 안산지역 분양 아파트중 가장 많은 3만1천738명이 접수한데 이어 닷새만에 계약이 마무리됐다는 것이 GS건설 측의 설명이다.

이후 분양 아파트들도 줄줄이 청약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는데, 코오롱글로벌이 지난달 21일 청약한 부산 동래구 사직동 아시아드 코오롱하늘채 446가구에는 무려 13만2천407명이 몰려 평균 296.9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고, 현대엔지니어링이 울산 남구 야음동 야음주공2단지를 재건축하는 '힐스테이트 수암'은 254가구 일반분양에 2만7천984명이 접수해 평균 11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달 청약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대단지와 인기 단지가 많았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에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서둘러 청약에 나서면서 청약 과열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한 관계자는 “정부의 대책이 분양권 전매제한, 재당첨제한, 1순위 당첨 요건 강화 등 청약제도 개선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규제 전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며 “특히 규제가 강남권 등 집값 급등지역을 중심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강남권에 청약이 더 과열되는 ‘풍선효과’도 일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가 입주 때까지 전면 금지되는 등의 정부대책의 강도가 예상보다 셀 경우 청약시장은 적잖은 타격을 입을 전망으로 내년 이후 입주물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청약시장이 움츠러들 경우 기존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지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내년 이후부터는 급증하는 입주물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저금리와 느슨해진 청약제도 등에 따른 청약시장의 가수요는 잡으면서도 주택경기는 죽이지 않는 ‘묘수’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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