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승균 기자

[소비자경제=나승균 기자] 최근 비선실세 최순실 씨로 인해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최씨는 물론이고 부와 권력을 이용한 그의 딸 정유라 씨의 부정 입학과 학점 특혜가 대학생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를 파고 들어 보니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위임받은 대표자로서의 주권을 최순실이라는 개인에게 넘긴 정황이 드러났다.

이화여대를 기점으로 경희대 심지어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까지 시국 선언을 하며 최순실 씨 사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몇 년 전부터 화제였던 ‘금수저’ 화제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지난 8월 조윤선 현 문화체육부 장관의 청문회에서 비슷한 사례가 또 한 번 나온다. 장녀가 서울대 성악과 교수에게 개인 레슨을 받고, 자격 미달임에도 YG엔터테인먼트와 현대캐피탈 등에서 인턴 사원으로 ‘특혜 채용’됐다는 논란이 나온 것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여지껏 겪지 못한 과열된 경쟁사회다. 대학생들은 또는 취업준비생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봉사활동, 대외활동, 토익, 어학연수 그리고 자격증에 시간을 쏟는다. 자신이 원하는 기업이나 사업체에서 다른 이에 비해 경쟁력을 갖기 위해 계속해서 스펙을 쌓는다. 심지어 순수 학문의 장인 대학교는 학문적 성과가 아닌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을 내걸고 대학을 홍보할 정도다.

그러나 청년층에게 사회란 만만치 않았다. 몇몇 학생들은 스펙을 쌓아 순항하려고 해도 연줄에 의한 내정자나 비리라는 암초에 좌초됐다. 기성세대는 이 문제를 개인적 차원으로 봐 ‘노력이 부족하다’, ‘내가 살던 시대만큼의 간절함을 볼 수 없다’와 같은 말로 폄하했다. 청년층은 ‘시대는 많이 바뀌었다’, ‘간절함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 사회구조가 문제다’와 같은 말로 그들의 고난을 사회구조적 문제로 바라봤다.

내정자와 비리로 얽힌 특혜는 국민의 계층화를 심화시키는데 일조했다. 지난 5월까지 전국 로스쿨 25곳 중 7곳은 가족과 친·인척 신상을 기재하는 내용에 대한 규제가 없었다. 이곳 중 2곳은 구체적인 보호자의 인적사항을 적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종전에 사법시험을 통해 계층 상승을 이뤘던 것에 비하면 로스쿨은 비싼 학자금으로 인한 부담과 성적 비공개로 인한 학벌과 집안을 보게 되는 기득권 세습화 등의 문제가 있다. 

또 육군3사관학교의 입학 설문 자료도 논란된 바 있다. 육군3사관학교 최종 면접 때 작성해야 하는 ‘건강생활설문지’에는 ‘달동네나 유흥업소 밀집지역 및 우범지역 등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는 중학교에 다녀보지 못했다, 어머니는 중학교에 다녀보지 못했다, 어머니가 사회활동을 하고 월수입이 200만원이 넘는다’와 같은 문항이 있다. 군은 지원자가 생도 생활을 잘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생도 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 우범지역에 살고 어머니 월수입이 200만원이 넘는 것이 무슨 관계인지 의문이다.

이렇듯 대학, 로스쿨, 기업체, 심지어 육군3사관학교까지 집안과 배경에 얽매여 있다 보니, ‘금수저’ 논란이 단지 몇몇 기관 혹은 일부의 얘기라고 치부할 수 없는 사회 전반의 세태로 보인다. 

최근 정년보장과 노후준비에 대한 안전성으로 인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인기다. 계층 간 격차가 고착화된 지금 공무원 시험은 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한 해방구라는 것이다. 연줄이 필요하거나 속히 줄을 ‘잘’ 서거나 접대를 해야 하는 등의 일들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인 것도 있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이제 먼 옛말이라고들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기본 자금이 없으면 자금의 축적을 이룰 수 없으며 생계유지를 위한, 입에 풀칠할 정도의 자금만이 남는다.

서울의 한 아파트를 사기 위하여 200~300만원의 월급을 받는 20대 남녀가 동갑에 만나 90살까지 일해야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하니 문제는 심각하다. 이처럼 국가 경제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청년층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을 잃는다. OECD국가 중 청년층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는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서 평등한 교육의 기회는 이를 통한 계층 간 진입을 원활히 함에 의의가 있다. 다시 말해, 교육은 사회적 선발과 지위 배분을 가능케 만든다. 하지만 이를 연줄과 세습과 같은 악폐로 막아버린 사회가 청년층에겐 암담하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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