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KB손해보험 전산시스템 개선 권고

kb손해보험이 고객에게 2년간 다른 고객의 보험료를 대납하게 하고, 이를 금융감독원에 신고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피해자에게 30만원을 제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출처=pixabay)

[소비자경제=양우희 기자] KB손해보험이 고객에게 2년간 다른 고객의 보험료를 대납하게 하고, 합의금으로 피해자에게 30만원을 제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울산에서 운송업을 하는 A씨는 2014년 9월 경, 자동차 보험을 들고 있던 kb손해보험 측에 운전자 보험 관련해 전화로 상담을 받았다. 몇 통의 상담전화 끝에 A씨는 추가로 보험을 들지 않기로 결정하고 상담원에게 의사를 전달했다. 

2년이 지난 후 A씨는 매달 신용카드로 결제되는 보험의 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어 kb손해보험 측에 문의를 했다. 그러나 손해보험 측으로부터 ‘A씨 명의로 된 보험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황당한 A씨는 카드사에 이에 대해 문의를 했으나 역시 ‘이것은 카드사의 소관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다.

몇 번의 끈질긴 시도 끝에 A씨는 2년 전 kb손해보험 측에 상담을 받을 때, 상담원의 실수로 자신이 B씨의 보험료를 대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시 A씨와 비슷한 시간대에 자동차 관련 보험을 상담한 B씨를 상담원이 혼동해 A씨의 결제정보를 B씨 것으로 입력한 것이다. A씨는 22회에 걸쳐 자신과는 무관한 보험료 28만720원을 B씨를 위해 내준 셈이었다.

그동안 매달 보험료가 카드 결제되는 것을 알고 있던 B씨는 생업에 종사하느라 이런 사실을 자세히 알아볼 여유가 없었다. 다만 자신 앞으로 운전자보험이 들어져있어 매달 돈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어렴풋이 이해했을 뿐이다.

A씨가 업무 시간에 운전하는 차량.

운송업을 하는 A씨에게는 운전자보험이 필수이다. 운송업 종사자들 상당수가 자신의 명의가 아닌 차를 운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2년 전 전화 상담을 받을 때 운전자 보험을 추가로 들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A씨이지만, 보험료가 매달 결제되자 이것이 자신의 운전자 보험료인 것으로 알고 있던 것이다.

A씨는 “운전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운전자 보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카드 결제가 매달 되지 않았다면 분명 다른 운전자보험을 들었을 것이다. 나를 제외한 우리 사무실 직원 16명 모두 운전자보험에 가입된 상태”라고 말했다.

kb손해보험 측은 카드 결제 관련해 이것이 상담사 측의 과실이었고, 또한 2년 동안 어떤 확인도 없이 고객이 다른 사람의 보험료를 납부하게 한 자사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운전자보험이 들어지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흐른 것은 A씨의 탓이라고 주장했다. 손해보험 측은 A씨에게 직접 찾아와 2년에 걸쳐 납부된 보험료를 모두 돌려주기로 하고, 합의금으로 30만원을 제시했다. 

KB 손해보험 김영모 홍보부 대리는 “상담사의 실수로 카드 결제가 잘못된 것은 우리 측의 과실임을 인정 한다. 해당 상담사는 한 달 간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며 “ 그렇지만 2년 전 A씨가 운전자 보험을 들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을 한 만큼, 이에 대해서는 자사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생업에 종사하느라 미처 사실관계를 자세히 알아볼 짬조차 쉽게 나지 않았던 A씨는 억울한 마음 뿐이다.

A씨는 “지난 2년 동안 운전자보험도 없는 상태에서 혹시라도 내게 사고가 났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상상하니 아찔하다. 카드 값이 매달 나가지 않았다면 운전자보험이 들어져있는 것으로 착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KB손해보험 같은 큰 기업이 자사의 명백한 실수로 빚어진 문제에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너무 화가 난다”고 심경을 밝혔다.

더불어 A씨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나와 같은 피해자들이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의 태도에 화가 난 A씨는 이 사건을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그러나 금감원 측은 “kb손해보험 측에 전산시스템을 개선하라는 권고를 했고, 회사 측에서 이를 받아들였다”며 할 일을 다 했다는 입장이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