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사상 최고치...대처여력 충분

올해 3월 11일의 코스피 지수.

 

[경제타임즈=엄혜영 기자] 남북한 관계의 긴장고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혼란한 모습을 보였던 우리나라 경제가 조만간 안정적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남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머지않아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가가 많이 빠지고 달러대비 원화 환율이 오르는 등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다소 커지는 모습”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재정 건전성이 좋고 외환보유액도 많아 이에 대한 충격 흡수 능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지난 4월 외환보유액은 2799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88억 8000만달러가 늘었다. 따라서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처할만한 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불안심리 고조로 인한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이 걱정이다. 하지만 외국인들도 서서히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27일 장중 원·달러 환율은 5거래일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으며, 외신들은 북한 사태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26일 마켓워치는 에릭 루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분석가가 발표한 “북한이 전면 전쟁 위협을 보낸 것이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으나 금융시장의 반응은 과도하다”는 의견에 다수의 분석가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릭 루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그 누구도 냉정상태를 열전으로 전환하는데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고 있다”면서 남북한의 대립이 더 격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그는 “한국은 최근 시장의 변동성을 잘 처리할 능력이 있으며 따라서 실물경제로의 파급 효과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외국인들은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3거래일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총 1조 778억원을 순매도하고, 채권시장에서 총 2조 4078억원을 순매수했다. 주식을 판 절반 가까이의 금액을 다시 채권시장에 투자한 것이다. 이 같은 채권시장의 강세는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더 나아가 이번 국면을 기회로 보는 분석들도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분석가들은 27일, “한국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과 강한 재무여건 등이 효과적인 바벨 전략 옵션을 제공한다”면서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실적이 좋고,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수출주를 매입하는 기회로 삼으라는 전략을 제시했다.

국내 금융 전문가들 역시 국내외 증시에 대해 단기 과매도 국면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7일 하나대투증권은 “기업들의 실적은 작년 영업이익 51조원에서 올해 85조원으로 67%가 급증하며 펀더멘털 개선세가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며 “지난 1999년의 1차 연평해전, 2002년 2차 연평해전, 2006년 제1차 북한 핵실험, 2009년 제2차 북한 핵실험 등 북한 관련 리스크가 불거졌던 당시가 단기 저점이었던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며 이번 역시 일시적 상황임을 설명했다.

메릴린치증권 또한 27일, 보고서에서 현재의 투자심리 위축과 원화의 강한 약세가 “경제를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한과 원화는 모두 지금 이 수준까지 이미 와 본 적이 있다”면서 “역사적인 사례를 볼 때 현재 원화는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의 제조업 생산 및 가동률 증가, 실업률의 완만한 하락세, 소비심리 개선추세를 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6.2%를 수정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망을 지지해주는 지표도 나왔다. 27일 OECD는 지난해 말 4.4%였던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8% 대폭 상향 조정했다. OECD 전체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가장 강한 회복세를 나타낸 국가로 평가됐으며, 실업률도 3.2%로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OECD는 한국 경제가 “세계 교역량의 회복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생산능력 확장을 위한 기업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 시장도 안정세를 찾아가는 중이다. 28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702억원을 순매수해 10일만에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이날 코스피는 15.28포인트(0.95%) 오른 1622.78에 장을 마감했다. 정부는 “외환시장의 지나친 쏠림 현상이 지속되지 않도록 외화자금시장을 면밀히 살피고 있으며,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나가겠다”고 밝히며 적극적으로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킬 것을 피력했다. 대부분의 국내외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의 지정학적 위기가 단기간에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최근 불안했던 한국의 금융시장은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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