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대우 편집국장

[소비자경제 칼럼] 미세먼지가 심했던 지난 7일, ‘스타필드 하남’을 찾았다. 언론에서 워낙 대단한 곳이라 앞 다퉈 보도를 하기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회사(교대)에서 출발한지 50여분 만에 ‘스타필드 하남’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봉산(683m)과 검단산(658m)이 스타필드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고 미사리 조정 경기장이 있는 한강 상류지역 옆에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높은 산과 맑은 물을 마주하고 있어 입지적 면에선 주로 도심에 있는 복합 쇼핑몰과는 주변 환경부터 달랐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통로는 길고도 멀었다. 이날이 프리 오픈 이었음에도 고객들이 동서남북에서 몰렸다. 스타필드 하남의 연면적은 46만㎡(13만9000평)로 이는 중소형 대학캠퍼스와 맞먹는 규모다.

이곳에는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PK마켓, 일렉트로마트 등 주요 매장이 스타필드 하남 지붕 아래 모두 집합했다.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 아르마니, 타미힐피거 등의 명품 브랜드부터 유니클로, H&M, 자라 등 중저가 SPA 브랜드까지 입점했다.

1850만원짜리 한정판 오토바이를 판매하는 할리데이비슨 매장, 수제(手製) 자전거를 판매하는 바이크 카페를 비롯해 스타워즈나 마블 코믹스 피규어, 건담 프라모델을 판매하는 '토이 킹덤' 등 남성 고객을 타켓으로 한 매장도 많았다.

수영장, 영화관, 놀이공간, 서점이 있고 고메스트리트, 잇토피아 등 푸드코트에는 동서양 먹거리가 총 집결해 있다. 싱가포르 곰탕이라 불리는 바쿠데를 먹을 수도 있다.

화장실에 갔더니 세면거울에 첨단 디스플레이 기능이 탑재돼 시간과 날씨정보가 보였다. 모든 것이 흥미로웠고 새롭게 보였다.

이날 필자는 3시간 정도 이곳저곳을 둘러봤지만 주요시설을 절반도 못 봤다. 스타필드는 동물원이나 워터파크처럼 고객들이 아침에 들어가 저녁까지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다.

주변 상인들은 반기는 분위기였다. 필자가 인근 몇 군데 식당을 방문해 식당 사장과 종업원들에게 “스타필드가 생겨서 어떻냐”고 물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앞으로 잘 될 것 같다” “하남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기대가 된다”는 긍정적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편한 점도 있다. 인근 교통은 당분간 평일-주말 구분 없이 정체가 예상된다. 하남시는 인근 우회로를 추가로 개설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지하철 5호선 하남 연장선이 2018년 이후 개통 예정이고 그나마 가장 가까운 역이 스타필드와 500m나 떨어져 있어 대중교통 대책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매장 역시 고객들이 백화점에서 마트를 가기 위해 지하 주차장을 이용할 경우 동선이 워낙 길어 차량 사고위험이 있어 보였다. 안내 직원이 곳곳에 배치됐지만 수많은 인파와 끊임없이 들어오는 차들을 일일이 통제할 순 없어 보였다. 철제로 된 안전펜스나 수평 에스컬레이터가 있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우리가 살면서 ‘스타필드 하남’이라는 초대형 복합 쇼핑몰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자 행운이다. 전 세계에 이러한 복합 공간이 과연 몇 곳이나 있겠으며 얼마나 누리겠는가. 필자는 속으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스타필드가 생겼으면 했다.

다만, 국내 유통시장 구조를 볼 때 스타필드 하남이 국내 유통망의 블랙홀로 작용할 경우 인근 15km 안팎에 있는 잠실 롯데월드몰이나 강남권 주요 백화점은 타격이 예상된다.

신세계 고위관계자가 "하남과 서울 강동·송파 등 반경 15㎞ 이내의 1차 상권과 소비 성향이 높은 강남 지역 등 20㎞ 이내 2차 상권을 집중 공략해서 연간 1200만명의 고객을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공항과 거리가 멀고 면세점이 없어 외국인 이용객을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어 결국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대형 쇼핑몰들끼리 경쟁하게 되는 형국이다.

그러니 일반마트, 중소형 쇼핑몰, 영세 전통시장은 영업이 더욱 힘들어 질 수 밖에 없게 된다. 한마디로 ‘제살 깎아 먹기’를 해야 하는 셈이다.

정용진의 신세계가 ‘더 크고, 더 넓고, 더 많이’ 라는 컨셉을 지향해야 한다. 다만 그 방향이 국내보다 전 세계를 향했으면 한다. 이제 국내는 누가 뭐래도 포화 상태다.

중국에 있는 이마트 점포가 하나둘 폐점하면서 신세계의 글로벌 도전의지가 과거 같지는 않을 지라도 그래도 꾸준히 노크하고 도전했으면 한다. 신세계그룹이 작년 말 베트남 호치민시에 고밥점을 오픈한 것과, 뒤이어 몽골에서 이마트 1호점을 선보인 것은 칭찬하고 싶다. 해외시장 개척은 꾸준한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다.

창조와 혁신 또한 필요하다. 유통회사에서 창조와 혁신을 적용하기 무리라는 말이 있을 법도 하지만 백화점을 처음 만든 존 워너메이커나 유통 혁명을 일으킨 샘 월튼도 창조와 혁신이 발판이 되었다.

신세계는 할 수 있고 정용진이라면 가능하다. 자본과 노하우, 우수한 인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만든 혁신적 유통몰이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 일본, 러시아, 브라질, 인도에서 로열티를 받고 진출하는 그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한다. 더불어 정용진 부회장의 함박 미소가 끊이지 않길 바란다.

 

윤대우 편집국장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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