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출마 엄두조차 못 내..

▲ (출처=픽사베이)

[소비자경제=양우희 기자] 초등학교 '전교 회장' 자리를 따내기 위한 학부모들의 경쟁이 '접입가경' 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비용을 크게 들여가며 자녀의 당선을 위해 홍보대행사를 동원하거나 별도의 고액 스피치 학원에서 훈련까지 받게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에 상대적으로 형편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은 출마할 엄두조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선거경쟁이 과열되면서 무리한 공약 남발이 학교 내 갈등을 부추기고 선거의 교육적 취지마저 퇴색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들어 중·고등학교와 달리 1·2학기 두 차례 전교 회장을 뽑는 초등학교가 제법 많아졌다.

후보자들은 투표일 2∼3일을 앞두고 등하굣길과 점심시간 재학생들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하는데, 충청도의 한 폼아트 회사에 따르면 예쁜 손글씨가 들어간 폼아트가 한눈에 잘 들어와 인기리에 팔린다고 한다.

주로 '벽보 3장(장당 3만원), 피켓 4개(장당 3만5천원)' 단위로 주문이 들어오는데, 그 가격만 23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회장, 부회장과 홍보를 도와주는 친구들의 어깨띠(개당 2만원) 5개를 추가하면 33만원에 이른다.

업체 관계자는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가격이 좀 나간다"며 "그래도 디자인이 깔끔하고 색감도 좋아 (폼아트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등굣길 선거 벽보를 보니 죄다 전문 업체가 만든 것들이었다. 너무 휘황찬란해 이게 초등학교 선거인지 업체 홍보전인지 헷갈릴 정도였다"며 씁쓸해했다.

사진과 말솜씨 등 외적인 부분을 신경쓰며 스피치 학원과 사진관을 찾는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 강남의 한 사진관은 학생들의 선거용 기본 명함사진과 전신·측면사진을 5만∼15만원에 찍어준다.

멋진 선거연설을 위해 스피치 학원으로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도 있다.

이런 가운데 선거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선거출마 자체에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들도 저마다 대책을 마련해 선거 과열을 막고 있다.

광주 대성초등학교는 올해부터 업체에 벽보 주문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랬더니 학생회장 출마를 포기했던 학생들의 지원이 늘어 학생회장 자리에 총 6명의 후보가 도전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교육 당국의 올바른 선거교육과 지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의 선거에서 부모의 욕심이 빠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진희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장은 "학생들이 본인의 힘으로 공약도 만들고 포스터도 만들어 선거에 임해야지, 부모들이 업체에 맡기거나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우희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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