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4일 SLBM발사에 성공, 해결책은 핵잠수함 도입

▲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SLBM 발사 성공 자축 후 크게 기뻐하는 모습. 앞서 북한은 24일 오전 5시 30분께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SLBM 1발을 동해상으로 시험발사했다. (출처=포커스뉴스)

[소비자경제=이창환 기자] 북한 김정은 정권이 최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우리 군도 핵잠수함을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반도 전력의 균형추가 갈수록 무너지면서 핵잠수함 도입은 단순 방어가 아닌,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된 것이다.

지난 3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빠른 시일 내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여러 종류의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하라"고 지시한 이후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고 있다.

단순히 물량만 쏟아부은 게 아니라 잇단 시험발사가 성공을 거둠으로써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했다는 점이다.

또 지난 24일 정상보다 높은 각도로 500㎞를 날아 시험발사에 성공한 SLBM은 은밀한 핵 공격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북핵 위협을 새로운 국면으로 몰아넣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북한이 SLBM을 향후 1∼3년 안에 전력화가 가능하고 한반도를 넘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정은은 SLBM 시험발사를 참관한 뒤 "예고없이 부닥칠 수 있는 미제와의 전면전쟁, 핵전쟁에 대비해 국방과학 부문에서 핵무기 병기화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그 운반수단 개발에 총력을 집중하라"로 지시했다.

'핵무기 병기화'는 탄도미사일에 장착이 가능하도록 핵탄두를 소형화·경량화하는게 핵심이다.

▲ 발사되는 북한의 SLBM (출처=포커스뉴스)

이에 우리 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사일 발사 이전에 선제공격한다는 개념의 '킬체인'과,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2020년대 중반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지만 바닷속에서 은밀하게 발사되는 SLBM은 지대지 탄도미사일 방어개념인 KAMD나 '킬체인'을 무력화할 '게임 체인저'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 군은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를 추가 배치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SLBM 탑재 잠수함에 맞서기 위해선 핵추진 잠수함으로 계속 감시하고 유사시 선제 타격하는 방법이 유일한 대응책이라는 주장이 정치권 등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군 당국도 핵추진 잠수함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필요성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 우리 해군의 장보고 함과 링스헬기가 함께 해상 훈련중이다. 장보고함은 북한이 보유한 25척의 위스키(Whisky)급, 로미오(Romeo)급 잠수함보다 소음이 낮고 전자기기의 성능등 여러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출처=해군자료)

하지만 우리나라가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려면 넘어야 할 몇 가지 장애요인이 있다. 그 첫 번째는 핵잠수함 건조 기술력이고 두 번째는 안정적인 확보 기술이다. 물론 핵잠수함같은 전략무기 보유에 대한 국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긴 하나, 주변국들의 반발 또한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일단은 비용적인 측면도 만만치가 않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핵잠수함을 우리 기술로 개발할 때 1대당 드는 건조비는 우리군이 보유한 디젤 잠수함 건조비의 3-5배인 약 1-2조원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성능이나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 차원에서는 오히려 효율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략적 억지력 측면에서 10배 이상의 효과와 연료의 효율성”을 언급했다.

한국국방안보포럼의 문근식 대외협력국장은 “핵잠수함은 평균 20~25노트(시속 40㎞)로 움직이는데 비해 디젤 잠수함은 평균 6~8노트(시속 12㎞)로 움직인다” 며 “핵잠수함이 지구를 한바퀴 도는데 40일이 걸리는데 반해 디젤은 140일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또 바다에서 작전을 펼칠 때, 디젤 잠수함은 소음에 의해 적에게 탐지되어 노출 될 가능성이 크지만, 핵잠수함은 그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은 “오히려 북한 잠수함이 정박해 있거나 움직이는 가까운 지역에서 수중 매복을 하고 있다가 이동하면 미행할 수 있고, SLBM 사용할 조짐이 들 때 사전에 파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때문에 북한의 SLBM 대응책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 러시아의 태풍급 핵잠수함(좌) 세계 최대의 규모로 전체 길이 183m에 내부에 사우나와 수영장이 갖춰져 있으며, 핵미사일 20발을 탑재하고 있다. 미국의 조지워싱턴급 핵잠수함(우) Polaris A1/A3 탄도미사일 16기와 어뢰 장착이 가능하며 최고 20노트(수상), 25노트(수중)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출처=Wikipedia)

디젤과 핵연료 잠수함의 잠행성능은 연료충전과 속도면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다만, 한미원자력협정과 IAEA의 감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다. 이미 우리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시 핵잠수함 개발을 계획하다가 IAEA의 우라늄 농축계획 경위 추궁에 굴복해 계획이 중단된 바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사우디와 UAE 등 중동국가에 원전을 수출할 만큼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핵잠수함 연료로 쓸 수 있도록 작게 만들어 설치하는 기술을 연구해야 하는데, 일단 우리나라는 원자로를 만드는 기술은 이미 자립이 가능하다.

최근 북한이 이미 수차례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하고 SLBM 개발도 거의 성공한 시점으로 그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또 미국, 영국, 프랑스, 인도, 중국, 러시아는 모두 핵잠수함을 보유했고, 일본은 1990년대부터 원자력선을 운용하는등 이미 기술력을 보유한 상태다.

지금도 바닷속을 은밀히 운행하고 있을 주변국들의 핵잠수함과 지속되는 북한의 SLBM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하루 속히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창환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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