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예원 기자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빙과업체들이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빙과류의 과도한 할인을 없애기 위해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로 제값 받기에 나섰다.

롯데제과, 빙그레, 해태제과, 롯데푸드 등 빙과업체들은 8월부터 생산되는 바(Bar)형 제품에 순차적으로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면서 납품단가를 조정했다. 지나친 가격 할인으로 원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와 제조사들이 칼을 빼든 것이다.

아이스크림 판매가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등 유통업체가 결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빙과업체들이 억울할 법도 하다.

빙과업계는 지난 수년간 고무줄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원성과 사회적 지탄을 감내해왔다.

동네 슈퍼마켓과 대형마트의 불꽃 튀는 할인 경쟁으로 인해 반값 할인은 물론 1+1, 2+1 행사 등이 남발했고, 이에 따른 실적 악화는 그대로 제조사에 이어졌다.

이처럼 제조업체가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던 배경에는 ‘오픈프라이스제’가 있다. 지난 2010년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이유로 제조사가 아닌 유통업체가 소비자가격을 표시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이후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소매점 간의 할인경쟁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이에 대한 오픈프라이스제도를 폐지했다. 문제는 정책을 폐지하면서도 가격표시 문제를 권고사항으로 뒀다는 점이다. 가격결정 주도권을 쥐고 있는 소매점은 상시할인을 보편화해 아이스크림을 ‘미끼상품’으로 이용해왔다.

출혈 경쟁으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제조사들의 몫이었다. 소매점 입맛에 납품가격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실적악화가 지속됐고, 유례없는 폭염이 닥친 이번 여름 성수기에도 빙과업계의 적자는 계속됐다. 지난달 롯데제과의 빙과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7%, 빙그레는 6%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뒤늦게나마 빙과업체들이 왜곡된 유통징서를 바로잡고자 빙과류 가격 정찰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그다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그동안 반값에, 많게는 80%까지 할인 받아 구입하던 아이스크림을 2~3배 더 비싼 원가를 주고 사려니 손해 보는 느낌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 정찰제를 실질적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의 저항에 ‘아통법(아이스크림 단통법)’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제 값 주고 사라는 데 무엇이 불만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물가 상승률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빙과류 내용물의 양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차라리 배스킨라빈스로 가겠다”는 반발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좋은 것을 저렴하게 사는 것’이다. 아이스커피, 편의점 PB 아이스크림 등 대체재가 넘쳐나는 상황 속에서 빙과업계는 제품 개선에 더 날카로운 칼을 휘둘러야 한다.

아통법 시행이 한 달 째 접어든 지금, 빙과업체들은 정부에 하소연하는 것 말고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그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자성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

제품 가격에 끼어있는 거품이 걷어지지 않고서는 장기화된 불황 속에서 기꺼이 지갑을 열 소비자는 없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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