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 미는 식품업계, 정부의 나트륨·당 저감화 ‘나몰라라’

▲ 식품업계에서 단짠 열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트륨과 당류의 과다섭취로 인해 소비자들의 건강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출처=맥도날드)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최근 ‘단짠’ 열풍이 식품업계를 점령했지만, 업계가 트렌드 잡기에만 몰두해 소비자들의 건강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올해 식품업계를 흔드는 키워드 중 하나는 ‘단짠’이다. 단 것을 먹으면 짠 것이 먹고 싶고, 짠 것을 먹으면 단 것이 먹고 싶다는 데서 나온 신조어다.

단짠 음식은 달콤한 맛과 짭짤한 맛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단연 2016 상반기 화두로 올라섰다.

단짠의 원조로는 해태제과에서 2014년 출시한 ‘허니버터칩’이 꼽힌다. 한 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허니버터칩은 단 맛과 짠 맛의 절묘한 조화로 식품업계의 트렌드 자체를 바꿔놓았다.

◆ 2016년도 상반기 식품업계 장악한 ‘단짠’ 열풍

올해 식품업계는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감자칩 브랜드 프링글스는 감자칩의 짭조름한 맛에 달콤한 카라멜과 고소한 버터향을 더한 ‘프링글스 버터카라멜맛’을 선보였다.

이마트피코크는 ‘스윗&솔트 팝콘’, 세븐일레븐은 자체 브랜드로 ‘초코는 새우편’ 등을 출시하며 중독성 있는 맛으로 소비자들의 미각을 자극하고 있다.

제빵업계도 단짠에 관심을 보였다. 삼립식품은 최근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빵’ 시즌2에서 ‘단짠비밀을 프로도 솔티카라멜’을 선보였다.

단짠 트렌드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빼고 아이스크림에도 영향을 미쳤다. 맥도날도의 ‘솔티드 카라멜 와플콘’과 빙그레 끌레도르의 ‘솔티드 카라멜’은 카라멜의 단맛과 천일염의 짠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단짠 열풍은 저성장에 허덕이던 식품업계에 ‘반짝’ 희망을 가져왔다.

실제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 조회에 따르면, 2016년 5월 ‘단짠’ 키워드 조회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약 20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단짠 식품들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어 당분간 스낵과 아이스크림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신제품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식품업계가 자극적인 맛을 내는 데만 열중한 나머지 정작 소비자들의 ‘건강’은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왼쪽부터) 프링글스 ‘버터카라멜맛’, 세븐일레븐 ‘초코는 새우편’, 끌레도르 ‘솔티드 카라멜’, 맥도날도 ‘솔티드 카라멜 와플콘’ (출처=각 사)

◆ 자극적인 ‘단짠’ 열풍…소비자 건강은 뒷전?

전문가들은 이러한 음식들이 결국 위 건강을 악화시킨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DRI)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61.4g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50g보다 높다.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 역시 권장 섭취량(2000mg)보다 2배나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은 국물 요리를 즐기고,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식습관 탓에 자연스레 설탕과 소금의 섭취가 많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설탕의 단맛과 소금의 짠맛이 위를 자극하면서 위궤양, 위염과 같은 위장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식습관은 소화불량, 복부팽만, 속 쓰림은 물론 심혈관 질환이나 비만, 골다공증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짭짤한 음식은 소화불량이나 위장장애 등 소화기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만성콩팥병 환자들에게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 보건당국은 지난해 나트륨 저감화, 올해 당 저감화 정책을 내놓으며 국민 건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출처=픽사베이)

◆ 소금·설탕과의 전쟁 선포한 정부…식품업계는 사춘기?

더욱이 정부가 소금·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에서 식품업계의 ‘반항’에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나트륨 저감화’ 정책에 이어 올해 ‘당 저감화’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국민 건강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과잉 섭취의 논란이 있었던 나트륨과 당을 정부가 따로 관리함으로써 국민 건강의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유독 올 상반기 달고 짠 제품들이 연달아 출시된 것은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식품업계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먹거리는 트렌드를 따라가기 마련이고, 제품이 맛있더라도 트렌드에 뒤처지면 소비자들에 외면당하기 일쑤”라고 푸념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들의 나트륨 섭취량을 20% 이상 저감화하고, 당류 섭취량을 1일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로 낮추는 등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식생활과 밀접한 식품업체들의 협조가 간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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