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마다 치료비용마저 제각각…소비자 혼란 가중

▲ 치과병원들이 값비싼 치과 진료비를 고집하는 한편 병원마다 진료비용이 제각각이어서 환자들의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값비싼 치과 진료비는 물론 그 금액마저도 병원마다 제각각이어서 치과를 찾는 소비자들의 고충이 계속되고 있다.

직장인 강서울(27·여)씨는 최근 사랑니를 발치하기 위해 A치과를 찾았다가 어금니에 금이 간 사실을 의사로부터 전해 들었다. A치과 의사는 “잘못된 양치질 습관으로 인해 이에 상처가 나 있어 ‘레진 치료(일명 치아 때우기)’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씨는 시간이 부족해 급한 대로 사랑니만 발치했고, 일주일 뒤 지인의 소개로 B치과에 방문했다가 B치과 의사로부터 “굳이 치료받을 정도는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B치과 의사는 “칫솔질의 방법에 따라 치아에 크고 작은 상처가 날 수 있다”면서 “강씨의 경우처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경우 7~8만원의 레진 치료를 받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칫솔질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씨는 “치과 진료비가 다른 병원의 진료비보다도 비싼데, 같은 치아를 두고 병원마다 진단하는 내용이 다르니 당황스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정 모씨(28·남)는 얼마 전 충치 치료를 위해 치과의원에 들렀다가 치아 1개당 치료비가 8만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혀를 내둘렀다.

정씨는 “치료받을 때 아프지 않을 정도로 작은 충치였고, 치료하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도 너무 비싼 진료비에 황당했다”며 “진료 부위나 정도 등에 대한 뚜렷한 기준 없이 무조건 비싼 값을 부르니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각종 충치와 잇몸질환으로 인해 치과를 찾는 환자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비싼 진료비’ 때문에 진료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치과병원 진료비는 346억원 증가한 1728억원, 치과의원 진료비는 4171억원 증가한 2조70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5%, 18.2%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3년 7월부터 ‘스케일링’에 건강보험이 적용됐고, 올해 7월에는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 만 70세 노인 환자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될 예정이지만 높은 진료비 부담을 덜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 결과 치아 한 개당 예상 치료비는 평균 57만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치과 치료비가 다른 치료비에 비해 유독 비싼 이유는 비급여항목이 많아 환자들의 본인부담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치과 치료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병원급 의료기관 25.4%, 의원급 의료기관 35.4%에 불과하다.

특히 대도시보다 평균 소득이 적은 군 지역 거주 아동은 비싼 진료비 부담에 치과 문턱을 넘기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관계자는 “보건소의 치과 의사가 한정적이다 보니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아동들이 치과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치과 치료비가 다른 치료비에 비해 유독 비싼 이유는 비급여항목이 많아 환자들의 본인부담률이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출처=픽사베이)

치과 병·의원들이 비싼 가격을 고집하는 한편 가격을 책정하는 방법과 그 금액이 병원마다 제각각이어서 소비자들의 혼란까지 가중되고 있다.

예컨대 같은 충치 치료라도 어떤 병원은 치아 개수로 책정하고, 또 다른 병원은 충치 구멍 갯수로 책정하기도 했다. 레진 비용도 8만원에서 16만원으로 큰 차이가 났고, 금의 경우는 그 격차가 더욱 컸다.

올해 초 보건의료 분석평가 전문사이트 팜스코어가 38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금니’로 불리는 골드크라운 치과보철 치료비용을 분석한 결과 병원별로 최대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일부 치과들은 병원비 차이의 이유로 재료나 의료진의 수련 정도, 병원 전반적인 서비스 질의 수준 등을 꼽는다.

하지만 재료비나 순수 인건비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치과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는 것을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부산 동래구에서 8년째 치과의원을 운영 중인 치과의사 김 모씨는 “치과가 늘어나면서 병원 간에 가격 경쟁까지 심해졌다”며 “일부 병원들은 비싼 치료비를 불러야 환자들 사이에서 ‘실력 있는 병원’이라는 입소문을 탈 수 있다며 저렴한 재료값에도 고가의 진료비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의료 서비스의 선진화와 진료비의 투명화를 위해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라는 칼을 빼들었다.

병원이 비급여 항목을 자체 개발해 내놓으면서 비급여 본인부담률이 2009년 13.7%에서 2013년 18%로 해마다 증가해 의료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심평원은 최근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의료기관별, 항목별로 해마다 조사·분석해서 매년 4월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심평원 한 관계자는 “진료비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어 비급여를 포함한 통합적인 의료행위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며 “충치 치료비, 치과 임플란트 비용, 치과 보철비용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의료소비자의 알권리 및 의료선택권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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