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관리 허점 드러나

▲ 부산 해운대서 ‘광란의 질주’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외제차 사고 운전자가 운전면허 취득 금지 대상인 뇌전증 환자로 밝혀지면서 허술한 운전면허제도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처=부산경찰청)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경찰청은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에 뇌전증 환자를 포함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2일 밝혔다.

부산 해운대 도심에서 7중 교통사고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해운대 교통사고’ 운전자가 뇌전증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언론에서 지적했듯 뇌전증 환자 본인 진술이 없으면 면허 취득을 제한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 국민 우려를 고려해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사안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뇌전증은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경련을 일으키거나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는 발작 증상으로, 도로교통법은 뇌전증 환자가 ‘교통상 위험과 장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정신질환자와 함께 면허 취득을 금지하고 있다.

부산 교통사고 가해 운전자 김모(53)씨는 작년 9월 뇌전증 진단을 받고 하루 2번 약을 복용했으나 올 7월 운전면허 갱신 적성검사를 그대로 통과했다. 검사 과정에서 뇌전증 여부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002년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는 정신질환자와 시력장애인이 면허를 계속 보유해 교통안전에 큰 문제가 된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경찰청 간 자동 통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같은 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건보공단에서 정신과 진료 관련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자료로 이용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며 경찰청장 징계까지 정부에 권고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로 뇌전증 환자의 운전이 위험하다는 사실이 증명된 만큼 뇌전증으로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이들에 한해서라도 수시적성검사를 하는 방향으로 도로교통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장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를 무작정 확대하자는 뜻이 아니라 뇌전증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들만이라도 파악해 수시적성검사 대상에 포함하면 인권침해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운전면허 보유자 가운데 뇌전증 장애등급을 받은 인원, 운전에 미치는 악영향 정도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에 6개월 이상 입원이나 치료받은 이력이 있는 중증 치매환자에 대해서만 시행하던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를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에게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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