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미숙, 기계 노후화 등으로 사고 늘어…정부, “법 개정하고 관리·감독 강화하겠다”

▲ 도심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계식 주차장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빌딩에 설치된 기계식 주차장. (출처=소비자경제DB)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도심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계식 주차장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용방법에 대해 적절히 숙지하지 못한 운전자들의 조작 미숙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계식 주차장에 관리인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은 탓이다. 노후화된 설비로 인한 사고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검사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계식 주차장이란 기계를 활용해 자동차를 반송, 격납하는 주차 시설을 의미한다. 특히 도심지역에서 좁은 공간에 여러 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설로 손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주차 시설은 전국에 2만7000여 곳이 설치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기계식 주차장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빌딩 내 설치된 기계식 주차장에 소형차를 타고 진입하던 40대 여성이 8m 아래로 추락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 기계의 오작동으로 차량을 이동시키는 리프트가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진입하다 그대로 추락한 것이다. 같은 달 경기 하남에서도 20대 여성운전자가 이와 비슷한 사고를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운전자의 조작 미숙으로 5살 아이가 끼어 숨지기도 했다.

기계식 주차장에 사건·사고가 최근 들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발생한 기계식 주차장 사망 사고는 6건이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경미한 사고 소식 또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박 모씨는 기계식 주차장 승강기가 본래 위치보다 낮게 서는 바람에 차량 하부가 긁히는 사고를 당했다. 또 다른 운전자 양 모씨는 건설된 지 20년이 지난 비좁은 기계식 주차장에 진입하다 문턱에 걸려 타이어가 찢어지는 사고를 겪었다.

▲ 기계식 주차장에 주차했다가 봉변당한 김씨의 차량 (출처=소비자경제DB)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조작 미숙이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05, 2006년을 제외하고 1995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1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해왔는데, 기계식 주차장의 사고 원인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것은 ‘조작 과실’이었고, ‘기계 고장’이 그 뒤를 이었다.

현행 주차장법상 20대 이상의 자동차를 수용할 수 있는 기계식 주차장의 경우 관리인을 두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주차장법 제29조 2항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관리인이 매 시간 주차장을 지키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즉, 입차와 출차를 해야 하는 것은 결국 운전자의 몫이고, 기계식 주차 설비 이용수칙을 숙지하지 못한 이들은 늘 사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류병의 교통안전공단 특수검사팀 차장은 “지난해 기계식 주차장에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올해부터는 주차장 관리인만 기계를 조작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며 “하반기부터는 공단 차원에서 관리인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하위법령이 마련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노후화된 기계에 대한 안전정비에 대한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기계식 주차장 사업주들은 안전점검을 받지 않더라도 처벌할 법적 근거도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곳곳의 검사를 받지 않은 기계식 주차장은 사고의 도화선이 돼 이용자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도시광역교통과 관계자는 “지자체의 기계식 주차장 검사업무를 시행하는 교통안전공단, 한국주차안전기술원,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등에 검사를 철저히 하도록 요청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기계식 주차장 노후화 등에 따른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체계를 개선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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