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음식값에 넘치는 쓰레기까지

▲ ‘여의도 한강공원 밤도깨비 야시장’이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지만 쓰레기 처리와 안전 문제 등 시민들의 불편이 제기되고 있다. (출처=서울밤도깨비야시장)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아름다운 서울 야경과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까지 겸비한 ‘여의도 한강공원 밤도깨비 야시장’이 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수많은 인파로 인한 불편과 쓰레기 처리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처음 개장한 야시장은 서울시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대형 행사로, 작년에는 단 7일 동안 19만8770여 명이 찾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이에 힘입어 올해부터는 ‘하룻밤에 즐기는 세계여행’을 테마로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상설로 운영되고 있다.

일반인이 직접 제작한 공예품을 파는 프리마켓과 댄스·밴드 공연이 펼쳐지는 장터극장, 30대의 푸드트럭이 있는 먹거리 장터로 꾸며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휘감는 대기 줄로 장사진을 치고 있는 것은 바로 ‘푸드트럭’이다. 서울시가 선발한 30대의 푸드트럭이 한데 모인다. 아르헨티나 엠파나다, 벨기에 와플, 스페인 츄러스, 쿠바 샌드위치, 라오스 전통 음식까지 세계 각국의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 한꺼번에 몰려든 인파…불편함은 있다

밤도깨비 야시장이 운영되는 시간은 오후 6시부터였지만, 개장 1~2시간 전부터 푸드트럭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밤도깨비 야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입구부터 붐비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인기 푸드트럭 근처는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였다.

특히 인기를 끌었던 큐브스테이크, 무알콜 모히또 등을 파는 푸드트럭에서 2시간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음식재료가 빨리 소진돼 많은 시민들이 아쉬운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푸드트럭을 더 늘려 시민들에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지난 주말 이곳을 찾은 직장인 성가연(24·여)씨는 “작년보다 먹거리나 볼거리가 많아져 더 즐거웠다”면서도 “그만큼 시민들이 몰리다보니 푸드트럭에서 음식 하나를 사려면 1시간 줄 서있는 것은 기본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야시장이 열린 여의도 한강공원의 물빛광장을 기점으로 푸드트럭뿐 아니라 인근 편의점과 화장실에도 줄이 길게 늘어섰다.

어지럽게 이어진 푸드트럭과 플리마켓에 줄지은 인파로, 정작 강바람과 야경을 즐기러 온 시민들의 ‘편안함’은 사라진 것이다.

▲ 푸드트럭 운영자들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손님들로 분주하다. (출처=서울밤도깨비야시장)

◆ 혼잡한 주차장, 어두운 행사장…안전요원도 없어

몰려든 인파에도 주차공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김하얀(29·여)씨는 밤 11시쯤 텐트랑 돗자리를 정리하고 차에 탔는데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데만 1시간 40분이 걸렸다.

김씨는 “수많은 인파가 모이는데도 주차장 입구는 하나여서 더 혼잡했던 것 같다”며 “차량이 주차장에서 신속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직원들의 안내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불편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지만 안전요원 하나 없이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중앙광장에 종합 안내소 겸 상황실이 있지만 적은 인원이 대기하다보니 한꺼번에 몰린 시민들을 감당하기엔 버거운 실정이다.

지난 금요일 동생과 운동을 하기 위해 여의도한강공원을 찾은 서지이(27·여)씨는 “축제가 진행되고 있어서인지 정상적인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많았다”며 “늦은 시간이라 주변이 어두운데도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아이들, 사람들 속을 헤집고 다니는 자전거와 강아지들까지 있어 정말 최악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씨는 “음식을 조리하는 푸드트럭에는 가스나 전기 등 화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텐데, 큰 사고가 나진 않을지 걱정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민재 서울시 경제진흥본부 소상공인지원과 주무관은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외부인력을 고용해 하루 15~20명 정도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올해 야시장 방문객을 매 금요일 2만명, 토요일 3만명으로 추산하는 점을 감안하면 안전요원이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주차시설과 관련해서 전 주무관은 “한정된 주차시설로 불편을 겪는 방문객들이 많아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도록 홍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어느 푸드트럭에서는 넉넉치 않은 양의 큐브스테이크가 9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 소세지 하나에 3500원, 소스는 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 야경값 포함?…해도해도 너무한 음식값

많은 인파로 인한 불편뿐만 아니라 비싼 음식 값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테이블이 따로 구비돼 있지 않기 때문에 야시장을 돌아다니거나 잔디밭에 앉아서 먹어야하지만 가격은 일반 음식점 못지않다. 일부 메뉴는 축제를 빌미로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질 정도로 가성비가 떨어진다.

아이들과 오랜만에 하는 외출이라며 들떠있던 직장인 김수훈(33·남)씨는 이곳의 메뉴들은 ‘가격깡패’라며 혀를 내둘렀다.

김씨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파는 어느 푸드트럭 앞에 줄서서 40분 동안 기다린 끝에 바닐라아이스크림 2개를 구입할 수 있었다.

김씨는 “사실 수제아이스크림도 아니고 기계로 금방 뽑아내면 되는 작은 크기의 아이스크림콘을 개당 4500원이나 받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해서 어쩔 수 없이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기 줄이 짧아 사 먹은 핫도그의 가격은 무려 6000원에 달했다. 소시지와 양상추, 양파 등 내용물이 특별히 다를 것도 없었다.

김씨는 “대부분의 음식이 달고 짠데다가 가격까지 너무 비싸다보니 한 번 더 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족들과 함께 방문한 강이슬(22·여)씨는 “큐브스테이크 한 상자를 9900원에 샀는데 고기는 다섯 조각 뿐”이었다며 “그나마도 구운 양파 4점과 브로콜리 3개가 밑에 깔려 있더라”고 말했다.

강씨의 남동생이 사온 튀김도 허술했다. 만두, 오징어, 야채 등 튀김 5조각이 담긴 메뉴가 5000원으로 비싼 편이었다. 보통 분식류를 판매하는 길거리 노점상에서 튀김 5개가 2500~3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강씨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서 인증사진을 보고 기대했는데 조금 실망스러웠다”고 덧붙였다.

▲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구입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 푸드트럭을 둘러싸고 붐비는 사람들.

◆ 널브러진 쓰레기들 ‘골칫덩이’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진행되는 밤도깨비 행사가 끝나면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행사 특성상 야외에서 음식을 즐기는 시민들이 많다보니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고 한꺼번에 버려지고 있었다.

쓰레기통과 분리수거함은 행사장 양 끝에 구비돼 있었지만, 중간 중간 쓰레기를 버릴만한 곳이 여의치 않아 잔디밭 곳곳에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밤도깨비 야시장을 찾았다는 한 시민은 “사람은 이렇게나 많은데 쓰레기통이 부족하다보니 그냥 길거리나 잔디밭에 버리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어렵게 찾은 화장실이나 편의점 쓰레기통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이미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함께 이용하는 한강공원인데도 일부 시민들이 자기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강 야시장에는 음식물 분리수거함이 3군데 배치돼 있고, 외부인력 2명이 교대로 이를 관리하고 있다. 한강공원을 청소하는 하청업체는 매일 아침마다 이를 수거한다.

한강사업본부에서 청소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평소에도 물빛광장 쪽은 시민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유독 쓰레기가 많았는데 야시장이 끝난 일요일 아침에는 거의 전쟁수준”이라며 “간혹 쓰레기통이 넘쳐 주변이 지저분하거나 잔디밭에도 군데군데 쓰레기가 버려진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상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 소상공인지원과장은 “쓰레기를 버릴 곳이 마땅히 않다는 지적이 계속되면 쓰레기통을 상황에 맞춰 2~3군데 추가 설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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