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차로는 자율적인 교통시스템…이용자들 기본적인 수칙 익혀야

▲ 회전교차로가 설치된 지 5년이 넘었지만 이를 통과하는 보행자와 운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통행 규칙을 숙지하지 못한 몇몇 운전자들이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국토교통부)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회전교차로가 설치된 지 5년이 넘었지만 이를 통과하는 보행자와 운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통행 규칙을 숙지하지 못한 몇몇 운전자들이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회전교차로란 교통신호 없이 교차로 중앙의 원형 교통섬을 중심으로 시계반대방향으로 저속 회전하며 교차로를 통과하는 교통체계를 말한다.

회전교차로는 겉보기엔 로터리와 비슷하나, 구조 및 이용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회전교차로는 과속방지턱을 두거나 차로를 좁히는 등으로 감속을 유도하면서 교차로를 안정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신호등 설치가 필요 없다보니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등의 경제적인 장점도 있다.

정부는 이런 장점을 앞세워 2010년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회전교차로를 도입했고 확대 및 보급에 힘써 왔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에 설치된 회전교차로는 443개소에 달한다.

실제로 최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회전교차로를 설치한 96곳에서 교통사고 발생이 48%, 사상자가 45% 감소했다. 이들 교차로 96곳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2012년 100건에서 2014년 52건으로 줄었다. 국토교통부 또한 회전교차로 전환 시 평균 통행시간이 약 31% 감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곳곳에 회전교차로를 도입되는 추세지만 실제 현장에서 운전자들은 회전교차로 주행에서 혼란을 겪는 이들이 많고, 접촉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회전교차로를 통과할 때 속도를 줄여야하기 때문에 혼잡한 도로일 경우 오히려 교통 흐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 또한 제기되고 있다.

인천 서구에 사는 대학생 김모(23‧여)씨는 왕길 회전교차로를 지날 때마다 늘 어려움을 겪는다. 신호등이 없다보니 언제 건너가야할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차량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계속 기다리다보면 차라리 신호등이 있던 수직 교차로가 그립다. 그 때는 언제 건널 수 있는지 예상도 됐고, 달려오는 차량도 확인하기 쉬웠기 때문이다”며 “주행 차량들이 보행자를 위해 배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경기 안산 한양대학교 앞 회전교차로. (출처=소비자경제DB)
▲ 회전교차로 진입 전 기본 수칙을 알리는 표지만이 있지만 많은 운전자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출처=소비자경제DB)

경기 안산에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33‧여)씨는 “회전교차로에서 접촉사고가 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 그 뒤로 이 곳을 지날 때마다 늘 긴장하고 있다”며 “굳이 멀쩡한 횡단보도와 신호등을 놔두고 회전교차롤 설치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회전교차로 이용 수칙을 모르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회전교차로에서는 진입 차량이 회전차량에 양보해야 하며 건널목까지 함께 있는 경우에는 보행자 우선이다. 즉 보행자, 회전차량, 진입차량 순이다.

그러나 이를 숙지하지 못한 몇몇 운전자들은 방향 지시등을 켜고 무리하게 진입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건널목이 없는 경우 회전차량이 우선이기에 회전교차로 내에서는 차량이 멈춤 없이 진행해야 하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아 일부 운전자들은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서울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교통 흐름을 자율에 맡겨 원활하게 하고자 하는 취지는 잘 알고 있지만 아직 운전자들이 교차로 이용 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외국에서는 원칙이나 규칙이 확실해 운전자들이 잘 따르는데 반해 국내 운전자들은 아직 관련 교육과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며 “회전 교차로 안에 들어가 있는 차량이 진행 우선인데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운전자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회전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은 회전교차로 내에서 진행 중인 차량을 방해해선 안 된다”며 “급하게 진입할 경우 혼잡이 가중돼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고 회전교차로에서 빠져나갈 때는 반드시 방향지시등을 작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이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로 지적된 홍보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간선도로과 관계자는 “회전교차로는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며 친환경적인 교차로로 가장 쉽게 실행할 수 있는 교통시스템 중 하나”라며 “회전교차로에 진입할 때 안내표지에 따라 속도를 줄여야 하는 등 약속된 규칙을 운전자들이 반드시 지켜야만 회전교차로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전교차로 확대 보급을 위해 통행요령에 대해 반상회보와 홍보 영상, 캠페인 등을 진행해왔다”며 “회전교차로로 인한 개선효과도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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