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럽이나 퓨레, 냉동과일 넣어도 생과일주스 OK…100% 표기는 ‘허위광고’

▲ 일부 생과일주스 전문점들은 주스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 과일 시럽이나 설탕 시럽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100% 생과일주스라는 점을 강조해 홍보하고 있다. (출처=소비자경제DB)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평년보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로 저가 생과일주스가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부 업소가 시럽이나 과일향 퓨레를 사용하면서도 ‘100% 생과일주스’ 표기를 유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Well-bing) 트렌드가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잡으며 ‘100% 생과일주스’ 전문점이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10년 전후 시작된 저가 생과일주스 전문점이 지금처럼 가맹 사업화가 활발해진 것은 불과 1년 전부터다. 생과일주스 전문점 시장은 업계 추산 약 2000억원 규모로, 가맹점 수는 1000여 개에 달한다.

업계 프랜차이즈 선발주자인 쥬씨는 가맹사업을 시작하기 전 직영매장 3개가 전부였지만, 1년 새 가맹점 수가 500개를 훌쩍 넘으며 과일주스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주스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 과일 시럽이나 설탕 시럽이 빈번히 쓰이고 있어 소비자들이 ‘생(生)과일’이라는 어휘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신사동 가로수길을 찾은 임은비(23·여)씨는 한 카페에서 생딸기주스를 주문했다. 임씨는 다이어트 중이었기 때문에 “시럽을 빼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잠시 후 나온 주스가 너무 달아 종업원에게 다시 문의하니 “딸기철이 끝나 냉동딸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냉동딸기가 애초에 설탕에 절인 채 나오는 제품이기 때문에 시럽을 빼도 달달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임씨는 생딸기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생딸기주스’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 의아했지만, 다른 카페들도 모두 그렇다는 남자친구의 설명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서울 서초역 인근 과일주스 전문점을 애용하는 정 모씨(28)는 “얼마 전 직장 상사와 함께 시럽을 빼고 과일주스를 주문했다가 너무 맛이 없어 끝까지 먹질 못했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건강을 생각해서 마시는 생과일주스인데도 설탕시럽을 빼면 아예 맛이 나질 않았다”며 “이름만 생과일주스일 뿐 과당이나 시럽을 넣은 주스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배신감까지 들었다”고 토로했다.

 

▲ 과일주스에 사용되는 각종 냉동과일 제품. (출처=소비자경제DB)

생과일주스는 실제 과일을 넣어 만든 주스를 말한다. 흔히 커피전문점 등에서 판매하는 과일주스는 시럽이나 퓨레 등을 넣어 만든 ‘과일맛 주스’에 가깝다.

과일을 소량 넣기도 하지만 상당수 업소가 과일향을 넣어 과일맛을 내고, 색소를 넣어 과일색을 내고 있다. 심지어 과일을 아예 안 넣는 경우도 다반사다.

일례로 지난달 초 생과일주스 전문점으로 고속 성장하던 쥬씨가 용량을 허위 표기해 과장광고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동시에 실제 생과일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의혹이 확산됐는데, 냉동포장된 과일이 배달되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부터 일부 점주가 딸기나 망고 등 일부 과일을 냉동을 사용한다고 직접 밝히며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쥬씨는 대부분 커피전문점이 과일주스를 만들 때 냉동가공된 과일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직수입 등 대량으로 구매한 생과일을 사용한다는 강점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100% 생과일주스’를 강조해 온 것은 쥬씨 뿐만이 아니다. 부산과 광주 일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다가 지난해 서울 지역에 1호점을 오픈한 생과일주스 프랜차이즈업체 마피아 주스 역시 “과일 시럽을 일절 쓰지 않고 100% 생과일만을 고집한다”고 홍보해왔다.

상당수 생과일주스 전문점들은 망고나 딸기 등 주재료로 사용하는 과일의 제철이 지나면 냉동과일을 사용하기도 하고, 용량에 따라 물과 시럽을 넣기도 한다.

이에 업계는 소비자들이 생과일의 새콤달콤한 맛을 기대하는데다가 한 잔에 1500~2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시럽이나 기타 첨가물 등을 전혀 넣지 않고 오직 과일만 갈아서 제공한다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과일주스의 맛이 나지 않을뿐더러 용량이 줄어들고, 또 단가를 맞출 수도 없다는 것이다.

쥬씨 관계자는 “사계절 내내 동일한 맛과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딸기나 망고 같은 일부 주스제품에는 엄선한 냉동과일을 사용하고 있지만 대신 얼음의 비중을 줄여 진한 과일주스의 풍미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고의 경우도 연중공급을 위한 방안이지 맛이 떨어지거나 단가를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마피아 주스 관계자는 “다른 생과일주스의 경우 경쟁업체들처럼 적절한 과일주스의 맛을 내기 위해 시럽이나 설탕을 넣기도 한다”면서도 “케일이나 비트, 오렌지, 파인애플 등을 갈아 만든 디톡스 음료 제품에는 시럽을 넣지 않는다”고 말했다.

▲ 과일주스의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각종 과일 퓨레. (출처=소비자경제DB)

일각에선 주스 전문점들이 소비자들의 오인 소지가 없도록 표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이들 업체들의 홍보 방식은 허위·과장 광고로 의심되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과일향과 색소를 넣더라도 일정 비율 생과일을 넣는다면 ‘생과일주스’라고 표기할 수 있다. 다만 ‘100% 생과일 주스’라고 표기했을 때는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에 속한다.

식품위생법 제13조는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표시·광고’나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인·혼동시킬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를 ‘허위표시’로 분류해 엄격히 금지하고 있고,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57조는 “손님에게 조리해 제공하는 식품의 주재료, 중량 등이 가격표에 표시된 내용과 달라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영양안전정책과 관계자는 “광고물에 부착된 식품의 주재료와 실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내용물이 다를 경우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법상 조금이라도 과일이 들어가면 생과일주스라고 표기하는 것이 문제되지 않지만, 시럽이나 냉동과일 등이 들어가는데도 100% 생과일주스라고 하는 것은 허위광고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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