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식약처 "현행법상 문제 없지만 소비자 권리 충족 시켜야"

▲ 배우 이보영이 광고모델로 활약중인 건강기능식품 ‘칼로커트’ (출처=광고 캡쳐)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최근 특정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운 건강기능식품들이 눈길을 끌고 있지만 정확한 가격정보가 공개되고 있지 않아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에서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희경(33·여)씨는 여름 시즌을 앞두고 단기간 다이어트를 고민하던 중 TV광고와 SNS 등을 통해 접한 건강기능식품이 떠올랐다.

이씨가 후보선상에 둔 제품들은 알약이나 가루 형태로, 기능성 원료가 함유돼 몸매관리과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유명인들이 전속모델로 활동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이씨는 복용기간이나 가격, 효과 등 자세한 정보를 알기 위해 인터넷에 제품 사용 후기를 검색해봤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가격’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인터넷에 아무리 검색해 봐도 정확한 가격이 나오질 않았다”며 “대부분의 후기에서도 ‘가격은 알려줄 수 없지만’이라는 문구들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 “직접 전화 상담을 받기 위해선 이름과 휴대폰 번호, 이메일 주소, 거주지 등 개인정보를 모두 기록해야 하는 등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며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는데 키나 몸무게, 희망 감량 수치뿐만 아니라 개인 정보가 너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 배우 이보영이 광고모델로 활약중인 건강기능식품 ‘칼로커트’ (출처=광고 캡쳐)

◆ 가격은 비밀…“전화로 알려드릴게요”

실제 이보영의 칼로커트, 홍진영의 샹떼꼬르, 삼성제약의 이지컷 등의 제품은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제품 가격을 확인할 수 없다. 오로지 개인 상담을 통해 가격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개인별 맞춤 관리를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일주일이나 한두 달 먹고 살이 빠지는 ‘약’이 아니라 체질 개선을 돕는 ‘건강기능식품’이기에 일괄적인 가격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보영의 칼로커트는 기본 구성으로 3개월 90만원에 달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낱개나 박스 단위, 1개월 단위로는 판매하지 않는다.

칼로커트 관계자는 “개개인마다 연령이나 체질이 다르고, 다이어트 경험에 따라서도 효과는 상이하게 나타난다”며 “이에 따라 복용 기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은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홍진영의 샹떼꼬르는 1개월 90포에 50만원이다. 다른 제품과 달리 많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각기 다른 할인율을 내세우며 판매되고 있다.

삼성제약 이지컷의 기본 구성은 한 달에 45만원으로, 3개월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몸무게를 감량하고 싶거나 체질개선을 원할 경우 특별비용이 추가된다.

이지컷 관계자는 “체중이 불어난 원인이나 체질에 따라 감량되는 정도나 요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기간이 다르다”며 “한 두 달로도 체중 감량은 가능하겠지만 요요 현상이 올 수도 있고, 이를 막기 위해선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3개월을 기본 구성으로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업계 “개인마다 효과 달라 가격 표시 어려워”

업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음에도 일률적인 가격을 표시하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으지만, 투명한 가격 공개를 통해 시장 질서를 확립하려는 최근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전국 각지의 주요 생필품의 최저가 및 최고가, 평균 판매가격 정보를 알려주는 ‘참가격’ 사이트를 공식 오픈했고, 금융위원회까지 소비자가 보험 상품의 가격정보를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보험다모아’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합리적인 소비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가격을 건물 외부에 표시하는 ‘옥외 가격표시제’가 시행되는 추세에도 반(反)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3년부터 음식점 및 이·미용업소를 대상으로 옥외 가격표시제를 시험 시행하고, 2014년부터 본격 실시하고 있다. 사업자 부담이나 가격담합 등 많은 부작용 논란에도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 궁극적 목적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서비스 선택에 앞서 사전 정보를 습득해야만 소비자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전제와 투명한 가격질서가 확립돼야 업소 간 건전한 가격경쟁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우세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소비자들이 불투명한 가격제도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 가수 홍진영이 광고모델로 활약중인 건강기능식품 ‘샹떼꼬르’ (출처=인터넷 쇼핑몰 캡쳐)
▲ 배우 오윤아가 광고모델로 활약중인 건강기능식품 ‘이지컷’ (출처=공식 홈페이지 캡쳐)

◆ 가격표시는 ‘자율’…함유 성분만 ‘필수’

황윤환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 서기관은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제품에 가격표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법적으로 이를 규제하고 있지 않아 일반 제품들의 가격 표시 여부를 두고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황 서기관은 “다만 가격을 정확하게 표시하지 않아 소비자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면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기능식품을 허가하고 개별 표시를 인증하는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담당하고 있다. 식약처가 법적으로 가격표시를 의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 업체는 사실상 거리낄 것이 없다.

유미자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정책과 주무관은 “현행법상 건강기능식품의 주요정보표시는 제품에 포함된 성분이나 안전성 검사결과 등이 포함된다”며 “표시기준에 제품 가격을 명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즉 제품에 가격을 표시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의무는 지난 2010년 7월 최종판매업자의 자율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 제도가 도입되면서 없어졌다.

그러나 오픈 프라이스 제도 도입 후 오히려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고 ‘할인율 뻥튀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가격표시제가 부활됐다. 다만 ‘의무제’가 아닌 ‘권장사항’으로 변경돼 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느냐 마느냐에 대해 논란은 수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라도 어느 정도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업계의 윤리 경영에 온전히 기대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