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적어 빅 사이즈 생산 안해" VS "잠재력 높고 재구매율도 높아"

▲ 빅 사이즈 의류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판매처가 부족해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소비자경제=이지연 기자] 최근 빅 사이즈 의류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일부 쇼핑몰과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판매하는 매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업계는 굳이 사이즈를 늘릴 필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올해 1~5월 여성 빅 사이즈 니트와 카디건, 블라우스와 셔츠, 원피스와 정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5%, 132%, 11% 증가했다. 남성용 정장과 셔츠, 캐주얼 셔츠, 빅 사이즈 기타 범주도 각각 47%, 3%, 24% 증가했다.

빅 사이즈 의류는 표준 사이즈에 속하지 않고 이보다 더 큰 사이즈의 옷들을 말한다. 최근 비만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큰 옷에 대한 수요도 함께 높아졌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체질량 지수가 25 이상인 서울시민은 전체의 23.9%로 2008년 20,6%보다 3.3%포인트나 증가했다. 체질량 지수가 25이상 30미만이면 비만으로 분류된다.

뿐만 아니라 보통 사이즈보다 큰 옷을 입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등장하면서 통통한 사람들도 자신의 몸에 맞는 예쁜 옷을 찾게 됐다.

빅 사이즈 의류 판매업체는 “최근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사람들의 체형도 커졌다”며 “그동안 빅 사이즈라고 하면 기존 기성복에서 크기만 키운다는 의미였다. 이 때는 고객 개개인의 체형이 달라 업체에서도 이를 일일이 맞추기 어려웠고 우리가 제공하는 사이즈보다 더 큰 사이즈를 가진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 빅 사이즈를 가진 고객들의 수요가 많아지자 전문 쇼핑몰이나 기업에서는 아예 2XXL, 40인치 이상의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며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 한번 구매한 고객들은 꾸준히 구매한다”고 말했다.

▲ 일부 쇼핑몰을 제외하고 빅 사이즈를 취급하는 패션 브랜드는 드물다. (출처=픽사베이)

실제로 일부 쇼핑몰이나 패션 브랜드에서는 빅 사이즈 전문 숍 형태로 매장을 오픈하거나 기존 의류에서 사이즈를 추가했다. 신성통상의 남성복 지오지아는 최근 모든 상품군에서 115 사이즈를 생산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남성복 코모도스퀘어도 상의 사이즈가 115인 빅 사이즈 슈트를 생산했다. 이 슈트는 현재 80% 이상의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들은 S, M, L 세 가지 사이즈로 의류 제품의 사이즈를 정해놓고 길거리의 보세 옷가게들도 작은 체형이나 보통 체형에게만 맞는 프리 사이즈의 옷들만 취급하고 있다.

빅 사이즈 의류를 구매하는 소비자 최 모씨는 “길거리 옷매장을 가거나, 젊은 사람들이 가는 홍대, 신촌의 브랜드 매장을 가도 프리 사이즈로만 나오거나 혹은 최대 사이즈가 라지라서 입어보기조차 민망하다”며 “대부분 옷은 외국 사이트나, 빅 사이즈 의류 쇼핑몰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자인, 패턴보다는 사이즈 위주로 보게된다. 빅사이즈 여성들도 예쁜 원피스, 옷을 구매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표준 사이즈의 의류만 생산해도 수익이 있어 굳이 빅 사이즈 의류를 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빅 사이즈는 XL, 치수로는 105, 110 정도로만 출시된다”며 “사실 빅 사이즈 의류에 대한 고객 수요도가 그다지 높지 않아서 많은 수량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요새는 맞춤복이 아니라 기성복이다. 기성복은 평균 사람들의 체형에 맞출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 이상의 사이즈는 생산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빅사이즈를 찾는 소비자들은 계속 늘고 있고, 이들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빅사이즈 쇼핑몰 관계자는 “처음에 수요가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빅 사이즈 의류 찾는 분들이 많다”며 “이들은 그동안 구매하고 싶었지만 구매할 곳이 없어 망설여왔던 것다. 지금도 일부 쇼핑몰을 제외하면 소비자들이 빅 사이즈 의류를 구매할 수 있는 경로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의류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빅 사이즈 의류 패션을 개발해온 효과가 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빅 사이즈 고객에 대해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빅 사이즈 시장 잠재력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배려한 사이즈를 출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에는 지난해 미국 10대 여성들 중 34%가 빅 사이즈 의류를 구입할 만큼 빅 사이즈 의류 시장이 활성화돼있다. 특히 구입률은 2010년 16%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또 2013년 4월부터 2014년 4월까지 미국 시장 빅 사이즈 의류 판매는 175억 달러에 이른다.

이에 한국도 빅 사이즈 의류를 찾는 고객들에게 더 다양한 디자인의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의류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빅 사이즈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패션협회 관계자는 “빅 사이즈를 찾는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와 쇼핑몰만 찾아가고 재구매율도 높다”며 “자체적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보도 교환하고 소통하는 성향도 짙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인구가 늘어나도 시장규모는 여전히 작은 편이다. 하지만 잠재력이 있으므로 한정된 고객을 인지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며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옴니 채널형 마케팅을 진행하고 다양한 판매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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