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각심 알리는 표지판 만들기로"…일각 “벗어날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

[소비자경제=공동취재팀]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장소를 불문하고 이 작은 기계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좀비에 빗댄 ‘스몸비(smombie)’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매년 스마트폰으로 인한 보행자의 안전사고가 늘어나면서 정부는 경각심을 알리는 ‘스마트폰 이용자 전용 표지판’을 만들기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이용자 스스로 중독을 깨닫고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스마트폰 과(過)몰입, 길거리 안전 사고의 주범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스마트폰 화면에만 집중하다보니 차의 신호나 보행 신호등을 미처 보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보행 중 음향기기 사용이 교통안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1865명 가운데 213명이 음악을 듣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주위 분산 보행자로 나타났다.

이들은 비(非)주위분산 보행자보다 반응 속도가 느리고 횡단 시 필요한 안전 행동을 하는 비율이 낮다. 또 비주의분산 보행자의 57.7%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왼쪽을 살피지만, 주의 분산 보행자는 37.1%만 왼쪽을 살피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변을 살펴보고 반응하는 시간이 느리다보니 주위 분산 보행자들은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시간이 느린 것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이용자의 교통사고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실제로 교통안전공단 조사결과 스마트폰으로 인한 보행자 교통사고는 2009년 437건에서 2014년 1111건으로 5년 새 약 2.5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러한 보행자 교통사고의 경우 성인에 비해 신체 및 인지발달이 덜 된 어린이들에게 더 자주 발생한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의 ‘생활체감 어린이 안전실태’ 조사에 따르면 보행 중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한 어린이는 22.7%로, 이 중 실제로 사고가 날 뻔했던 상황을 겪은 어린이는 33.1%나 됐다.

시도 때도 없는 스마트폰 사용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경기 안산에서 서울 강남구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 정 모(28·남)씨는 지하철 역사 내에서 환승을 위해 이동할 때 앞사람이 스마트폰 화면에 과도하게 몰두하는 바람에 바쁜 출근길에서 종종 시간이 지연되는 경험을 했다.

정씨는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 된 시점에서 아예 사용을 금지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오갈때는 타인을 위해 잠시 넣어뒀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수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사는 “길을 걸을 때는 시야를 충분히 확보하고 걸어야 하고 소리를 통해 위험을 인지해야 하는데, 스마트폰을 사용하다보면 앞을 안보고 다니다보니 실제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며 “주변의 위험을 인식하는 정도도 줄어들어서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능력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어린이들 사고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인데, 사실 스마트폰 사고는 차량에 살짝 부딪히거나 부딪힐뻔한 사고가 많아서 큰 사고는 많지 않다”며 “그래서 길을 걸을 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 스마트폰族 안전사고 막기 위한 대안 속속 등장

국내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스마트폰 이용 중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늘어나면서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라 대안 모색에 나섰다. 실제로 몇몇 국가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보행 중 안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는 안심하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전용 길이 생겼고 2014년 중국 충칭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자가 걸어가는 공간을 분리한 인도를 마련됐다. 또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도로에는 지난해 11월부터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표지판을 설치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는 주정부 차원에서 도로에서 위험상황이 되면 빨간 불이 켜지는 지면 신호등 기술을 개발했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명확히 신호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독일 또한 아우크스부르크와 쾰른은 트램이 다가올 때는 빨간색, 안전할 때는 초록색 불이 켜지는 LED 등을 건널목 지면에 설치해 가시적인 측면을 향상시켰다.

▲ 서울시가 설치한 보행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을 알리는 교통안전표지(좌)와 보도부착물(우) (출처=서울시)
▲ (왼쪽부터) 안내표지(스웨덴), 스마트폰 전용도로(벨기에), 스마트폰 주의신호등(독일) (출처=서울시)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늘자, 얼마 전 서울시 주요 5개 구에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경고하는 교통 안전표지와 보도 부착물을 설치했다. 5개 지역은 스마트폰 주 사용층인 10~30대 보행자가 많고 교통사고가 잦은 홍대 앞을 비롯해 시청 앞, 연대 앞, 강남역, 잠실역 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안전표지는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자동차와 맞닥뜨리는 위험한 상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형상화했다”며 “‘보행중 스마트폰 주의’라는 문구의 보조표지도 함께 달아 이해를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이수일 박사는 “사실 최근의 서울시 대책에 대해서는 효과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며 “스마트폰에 이미 중독돼 그 화면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횡단보도에서 그 시스템과 표지판을 볼 리가 없다.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 심리적 문제 야기하는 ‘스마트폰 중독’, 스스로 벗어나야

현대인들이 생활 속 필수품 ‘스마트폰’에 종속되면서 이런 현상은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주변을 둘러보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어딜 가나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잠이 들 때까지 스마트폰을 끼고 생활하고 심지어는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갈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는 등 중독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난해 스마트폰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하루 평균 4.6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고위험군은 5.2시간으로, 성인의 경우 고위험군은 2.4%로 나타나 2013년 1.3%보다 1.1%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잠재적 위험군도 13.8%로 같은 기간보다 3.3%포인트 늘었다.

스마트폰 중독 증상은 비단 성인 이용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미성년자들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만 3~9세 유아동 중 1.7%가 과의존 고위험군이고 10.7%가 잠재적 위험군이다. 쉽게 말해 유아동 10명중 1명이 스마트폰 중독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또 청소년들의 과의존 고위험군 비율은 4.0%, 잠재적 위험군 비율은 27.65%로, 청소년 10명 중 3명이 스마트폰 중독 성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통제 없이 아무 때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어 절제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한 번 스마트폰에 빠지면 몇 시간씩 몰두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능력과 사회성을 길러야 하는 시기에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게 되면 심리적인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 특히 심한 경우 주의력결핍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면 분노(42.9%) 짜증(40.5%) 불안(31.6%) 우울(30.5%) 공격성(13.5%) 등의 심리적 역기능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오랜 시간 사용하면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업무나 학업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또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기억력이 감퇴하고 계산력이 저하돼 젊은 세대들도 스마트폰 없이는 사람의 이름이나 전화번호 등도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심용출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부장 “중독에 빠지면 일반적으로 우울감, 사회부적응, 대인관계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아이들은 성장하는 단계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자주 이용하면 뇌 전두엽에 큰 영향을 미쳐 퇴화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스마트폰 충전을 위해 멀티탭 콘센트에 충전기가 어지러이 꼽혀있다. (출처=포커스뉴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스마트폰 중독 증세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바일 광고업체 캐시슬라이드가 고객 1105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5.7%가 하루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응답했지만 58.7%가 자신이 스마트폰 중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사용 증가와 함께 사람들의 중독 증세가 심해지자, 정부에서도 몇 년 전부터 스마트폰 중독을 막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중독 치료 캠프를 열거나 일주일에 한번 한 시간씩 스마트폰을 끄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오히려 스마트폰 중독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중독 습관을 고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심 부장은 “국가에서 다양한 정책을 하면서 해결하려고 하는데, 사실 스마트폰 보급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기기 접근성이 좋아 중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중독 자체가 정신 건강이 많이 안좋아진 상태이므로 회복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캠페인이나 프로그램보다도 자신의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자기조절능력을 향상시켜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외국에서는 아이들을 스마트폰 광고에 출연시키는 것을 금지시키거나 경고 문구를 써 붙이는 등의 노력을 하고, 특히 일본의 경우 학교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며 “국내는 우리는 학교에서는 이를 학교장 재량에 맡기고 있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위험성과 심각성을 인식해야 하고 제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 중독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대안 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어떤 시설들도 손 안의 스마트폰에 대한 접근성을 능가할 수는 없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문화, 체육, 예술 이런 것들을 통해 다른 방향으로 접근성을 늘려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명섭·이지연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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