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제품불량인데 배송비 내라고?” vs 판매대행업체 “중국 AS센터로 보내야”

▲ 최씨가 구매한 샤오미 휴대폰이 갑자기 재부팅 되지 않는 ‘벽돌현상’을 일으키며 고장났다. (출처=소비자제공)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최근 중국업체 샤오미(Xiaomi)의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국내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AS 정책 탓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달 초 구입한 3개의 휴대폰 가운데 1개 제품이 게임 도중에 갑자기 꺼지더니 다시 켜지지 않는 이른바 ‘벽돌현상’을 보였다.

이에 최씨는 판교에 있는 사설 샤오미 AS센터를 직접 찾아 점검을 받았는데, 수리기사로부터 메인보드가 고장났다는 의견을 들었다. 최씨는 휴대폰을 개통한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고, 수리기사는 핸드폰 자체가 불량일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당시 최씨의 휴대폰 상태를 점검한 수리기사는 “외관상 손상은 없었지만 초기 불량인지 소비자 과실인지 100% 장담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점검 당시 제품 자체가 불량일 수 있다는 소견을 판매 대행업체 측에 직접 설명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휴대폰을 대행 판매한 업체에 이를 문의하자 회사 측에서는 “사설 AS센터의 점검 결과는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홍콩에 있는 공식 AS센터로 보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 업체는 일반적으로 ‘벽돌현상’이 소비자의 인위적인 프로그램 조작 및 설치로 인해 일어난다는 점을 들어, 소비자 책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판매 대행업체 관계자는 “국내 제품이든 해외 제품이든 무상 수리 기간은 구입 후 1년 이내로 동일하다”며 “홍콩에 있는 공식 AS센터에 보내 제품을 정식으로 점검해 휴대폰 자체의 결함인지 소비자의 부주의로 인한 과실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 과실이라면 구매한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더라도 무상 수리는 불가능하다”며 “정확한 확인을 위한 절차임에도 배송비를 낼 수 없다는 이유로 제품을 공식 AS센터에 보내는 것조차 거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씨의 사례처럼 중국 전자업체인 샤오미가 총판을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AS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 3월 코마트레이드, 여우미 2곳과 총판 계약을 맺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현재 샤오미 제품을 수리받을 수 있는 AS센터는 코마트레이드가 운영하는 판교점 단 한 곳이다. 총판 계약 이전에 코마트레이드가 자체적으로 설치한 이후 총판 계약과 동시에 샤오미와 ‘공식 인증 수리 센터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샤오미가 공식적으로 ‘인증’한 수리 센터일 뿐 샤오미 자체의 공식 AS센터가 아닌 ‘사설’ AS센터이기 때문에 원활한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상 보증 기간과 상관없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AS 대행센터에 직접 방문하거나 택배로 붙일 경우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동부대우전자서비스가 AS를 대행하고 있는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 동양매직서비스가 대행하고 있는 중국 하이얼의 냉장고와 세탁기, 영국 다이슨의 청소기 등이 무상 보증 기간 내 제품에 하자가 있으면 택배비까지 업체 측에서 부담하는 것과 상반된다.

그나마 하드웨어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AS 대행센터에 수리를 맡길 수 있지만, 부품이 없는 경우가 많아 다시 주문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택배를 통해 왕복하기 때문에 전체 수리 기간도 국내 제조사 스마트폰에 비해 오래 걸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프트웨어 수리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문제는 AS 대행센터에 맡겨야 하는데, 이 센터는 다시 중국에 있는 샤오미에 AS를 보내 수리를 맡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왕복 운송비로 12~15만원과 별도의 서비스 비용이 든다.

또 본사 AS 물량을 고려하면 수리기간은 최소 3~4주, 운송기간을 포함하면 최소 1개월에서 3개월까지 걸린다는 것이 관계자 설명이다.

▲ 지난 1월 27일 다이소 입점업체인 폰플러스컴퍼니가 다이소 매장 내 전용 자판기를 통해 샤오미의 휴대폰 제품 일부를 독점 판매했다. (출처=다이소 공식 페이스북)

이처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계속되는 반면 유통업체들은 사실상 샤오미 제품을 공식적으로 수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AS 등 소비자 불편이 이어져도 별 다른 책임의 의무가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샤오미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AS 관련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며 “소비자들의 불만이 계속되면 판매대행업체나 유통업체도 곤란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국내 시장에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는 해외 제품은 늘어나고 있지만 AS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소비자 불만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국제적인 물품거래로 비롯된 소비자 피해를 해결하는 기준이나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보니, 국가 대 국가로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다.

국제거래 소비자 피해가 매년 늘어남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은 미국, 일본, 태국, 베트남 등 일부 국가와 MOU를 체결하고, 제품에 문제가 있는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할 경우 해당 국가에 직접 접촉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소비자 피해가 접수될 경우 조사를 거쳐 수리비용이 소비자에 과다하게 부과됐는지, 배송비용이 지나치게 비싼지 등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 일부 경제적 지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까지 소비자 문제와 관련해 MOU를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 사례가 있어도 한국소비자원이 직접 접촉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대해 박두현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국제거래지원팀 팀장은 “해외 제품을 국내서 구입할 때는 AS를 위한 배송 비용 등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며 “제품 가격에 비해 배송비가 지나치게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된다면 이때는 소비자 선택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식 수입업체가 있다면 AS 등 소비자들이 제품 서비스를 받기에 훨씬 수월하겠지만 비공식적으로 판매될 경우 국내 거점이 없기 때문에 사후 서비스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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