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연 기자

[소비자경제=이지연 기자]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긴 하루 업무 중 짬을 내 식사하고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대부분 직장의 점심시간은 1시간으로 정해져있어 부랴부랴 식사를 마치고 다시 업무를 보러 회사로 들어가는 직장인들이 많다. 기업에서는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구축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점심시간은 '1시간'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직장인 148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55명이 점심시간이 1시간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1025명은 적정 점심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꼽아, ‘1시간’이라는 보편화된 점심시간에 대해 많은 직장인들이 불만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일을 하고, 그 이후 시간까지 야근을 하는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오후 시간을 위해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직장인 1365명 가운데 282명이 회사의 근무기강 강조 방법으로 점심시간 엄수와 사무실 이탈 방지를 꼽았을 만큼 오히려 이 시간이 직장인들에게는 또 다른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구글, 애플, 텐센트, 알리바바, 샤오미 등 유명 해외 기업들은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자율적으로 휴식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상사의 눈치를 봐가며 점심시간을 써야하고, 1시간을 조금이라도 넘기면 나태한 직장인으로 몰고 가는 낡은 기업문화가 보편화돼있다.

심지어 외국계 기업이 국내로 들어오는 순간 해외에서의 자유로운 기업문화는 사라지고 한국의 고정화된 기업문화에 흡수되는 경우도 많다.

기업에서는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점심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하지만 겉으로는 창의력과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속으로는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추구하지 않는 모습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제 5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는 조항과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포함한 하루 평균 휴게시간은 39.6분이다. 여전히 1시간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심지어 원하는 시간에 쉴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물론 최근 들어 국내 기업에서도 ‘1시간 점심시간’ 폐지 바람이 일고 있다. 한섬에서는 직원들의 점심식사 시간을 30분 늘려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도록 했고 마케팅대행사 이노레드는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늘린 프런치데이를 운영하고 있다. 또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오후 12시부터 1시라는 획일적인 점심시간을 없애고 자유롭게 식사시간을 정해 휴식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기업들이 창의성과 혁신성을 토대로 세계인들에게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낡은 기업문화부터 변화시켜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지연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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