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민들 “혐오하지 말라고 하기 전 참가자 스스로 혐오 유발 자제해야”

▲ 올해로 17회째를 맞고 있는 행사지만 동성애에 대한 찬반 입장이 첨예하고, 축제에서 자행되는 일부 참가자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여전히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올해 퀴어문화축제 홍보 포스터 (출처=퀴어문화축제 홈페이지)

[소비자경제=공동취재팀] 성소수자 최대 축제인 ‘퀴어(Queer)문화 축제’(이하 퀴어 축제)가 11일 서울시 광장에서 개최되는 가운데 일부 참가자들의 음란 퍼포먼스가 올해도 반복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종교계는 이번 행사를 승인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정면 비판하고 있다.

퀴어란 성적 소수자를 의미하는 말로,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찾고, 이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취지로 매년 퀴어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이 축제는 지난 2000년 9월 8일 처음 시작된 이래로 매년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 열리고 있다.

해가 거듭될수록 퀴어 축제는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장소 또한 홍익대학교와 신촌, 번화가인 이태원과 종로, 광화문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진행되면서 점차 세를 불리고 있다.

올해는 6월 1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인권단체와 정당, 대사관, 대학동아리, 기업 등 100여 단체가 참여한다. 특히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14개국 대사관 관계자 또한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활동에 참여할 예정이다.

▲ 지난해 퀴어 축제 당시 퍼레이드 현장. (출처=퀴어문화축제 홈페이지)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퍼레이드’ 순서다. 퀴어 퍼레이드는 1970년에 미국 뉴욕 시에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행사로 처음 시작됐다. 현재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성소수자들을 지지하며 이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는 시가행진으로 진행된다.

이번 퍼레이드는 오후 4시 30분경 시작돼 1시간 30분 가량 행진이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2가, 회현사거리, 롯데백화점 본점을 지나 서울광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다. 주최 측에 따르면 코스 길이가 늘어났고, 예상 참여인원은 5만명 정도로 역대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올해도 동성애를 반대하는 시민·종교단체와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신교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 등이 ‘서울광장 동성애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 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축제 당일 오후 2시 퀴어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 인근 덕수궁 대한문 광장에서 반대집회 겸 기도회를 열 방침이다.

이들은 동성애가 우리 사회와 다음 세대 자녀들을 일탈된 성문화에 빠져들게 하고 국가와 사회, 가정의 윤리적 근간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와 관련해 최충하 한국교회총연합네트워크 목사는 “이번 국민대회의 근본적인 취지는 자연의 이치에 어긋남은 물론 많은 질병을 유발하는 동성애 자체를 막자는 것”이라며 “기독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와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미래를 이끌 청소년들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라도 동성애 조장을 막고 사회의 분열을 야기하는 타락한 문화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성애 자체의 찬반 논란도 뜨겁지만 그간 퀴어 축제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보여왔던 과격한 행동과 노출 등을 비난하는 이들도 많다.

지난해 퀴어축제 퍼레이드 현장에서 일부 참가자들의 알몸 혹은 반(半) 나체 패션, 성기 모양의 쿠키를 판매 등 행사 취지와는 무관한 돌발 행동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해 불쾌했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퍼레이드 행사가 서울광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참가자들의 일탈 행동에 대한 비난도 높아지고 있다.

▲ 2014년 퀴어 축제 당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전경들의 모습. 당시 일부 종교, 보수단체의 반대로 인해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출처=퀴어문화축제 홈페이지)

서울 마포구에 사는 대학생 박모씨(23·여)는 “지난해 행사에서 몇몇 눈살을 찌푸릴 만한 장면을 보며 민망했던 기억이 있다”며 “이상 행동을 일삼는 일부 참가자로 인해 나머지 성소수자들도 다 저렇게 똑같을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어 행사 취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풍기문란한 행동이 계속 이어진다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황모씨는(33·남) “속옷만 입고 벌이는 행진, 성기 모양의 쿠키 판매 등이 성소수자의 권리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행사 취지는 공감하나 그 방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가 있기 전에 주변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게된다면 그 또한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혐오하지 말라고 하기 전에 참가자 스스로 혐오 유발을 하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퀴어 축제에 대한 법정공방까지 벌어졌다. 서울 시민 김모씨는 퀴어축제 조직위원회를 상대로 ‘공연음란행위금지 가처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해 아이들과 함께 서울광장에서 축제를 봤는데 옷을 벗고 음란 행동을 하는 등 부적절하다고 느꼈다”며 “축제를 하는 것은 좋지만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법이 막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개개인의 표현의 문제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강제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퍼포먼스나 의상에 대해서도 과격하고 음란하다 등의 판단 기준이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어 “퀴어문화축제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알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됐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에 귀 기울여달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불만은 늘어가는 등 매년 문제는 반복되고 논란은 가열되고 있지만 관할 부처 서울시는 특별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광화문광장이나 청계광장은 사용신고를 하더라도 조성 목적에 위배되면 서울시에서 사용불허를 결정할 수 있는 ‘허가제’로 운영되는 반면 서울광장은 서울시민 누구나 사용신고를 하면 특별한 심사조건을 거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4월 서울광장이 ‘시민의 광장’이라는 타이틀로 조성된 이후 ‘허가제’로 운영돼 왔으나 ‘지나치게 기관 행사가 많아 정작 시민들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민발의가 이어지면서 2010년 9월 26일부터 ‘신고제’로 변경됐다.

원칙상 신고제는 담당기관의 별도 허가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서울시 입장에선 특정 축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해서 광장 사용을 불허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총무과 관계자는 “서울 광장은 시민 모두에게 열려있기 때문에 찬반 논란이 계속되면서 매년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예외 규정을 적용해 올 초 시민들로 구성된 위원회에 의견을 물었지만 결과적으로 신고서류 불(不)수리 사안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고제라고 해도 행사 진행에 무방비로 대처하고 있진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신고 단체의 대표자를 직접 만나 무대 설치 및 프로그램 진행,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하고 있다”며 “과격한 퍼포먼스나 부적절한 옷차림 등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자정노력이 있을 수 있도록 단체 측에 공문을 보내 당부해왔다”고 말했다.

기독계 등 종교계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퀴어 축제를 지난해 이어 올해도 승인했다는 점에서 강하게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한 종교계 원로는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동성애 축제를 꼭 서울 중심부에서 개최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차기 대통령 후보라는 박원순 시장이 이 행사를 승인했다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고 토로했다.

 

공동취재팀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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