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후 석유관리원 검사 결과 ‘정상’…소비자들 “주유 당시 기름받고 있었다 있었다”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강원도의 한 주유소에서 다량의 물이 섞인 경유로 인해 운전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차량의 엔진 등이 고장났지만 주유소 측은 “우리 경유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귀농을 준비하고 있어 매주 서울과 강원도 홍천을 자주 오가는 김모씨는 최근 자신의 차량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평소와 다르게 차량에서 큰 소음이 있었고, 불규칙한 진동이 느껴지는 등 정상적인 운행이 힘든 상태가 발생했다.

정비를 하기 위해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맡긴 김씨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주유한 경유에 너무 많은 양의 수분이 함유돼 연료탱크를 포함한 다른 부품들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결국 280여만원의 수리비를 부담해야 했다.

▲ 제보자 김씨의 차량에서 채취한 경유 검사 결과

김씨는 차량에 이상이 생기기전 들렀던 화양강휴게소 내 주유소를 항의 방문했다. 당시 김씨는 지난 5월 2일 오전 5시경 이곳에서 경유를 넣었다.

그러나 주유소 측은 “우리는 그럴일 없다”고 받아쳤다.

이후 김씨는 석유관리원에 접수를 했고, 관리원 관계자들이 주유소를 방문해 시료를 채취해갔지만 검사 결과는 ‘정상’으로 나왔다. 이미 차량에 주유를 한 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였다.

김씨는 “공기 중 수분이 차량에 들어갈 수 있다고 치더라도, 주유한 경유의 50%가 물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같은 주유소에서 경유를 주유하고 동일한 이상 증세가 발생한 이가 또 있었다. 강원도 홍천에 거주하는 한씨는 김씨보다 한 시간 인 5월 2일 오전 6시 경에 경유를 주유했다. 그 후 차량을 운행한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차량에 이상이 발생했다.

그는 곧 서비스센터를 찾아갔고, 차량에서 채취한 경유에서 많은 양의 물이 섞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씨는 바로 경찰서에 신고했고, 석유관리원 측으로부터 차량 내 주유된 경유가 ‘품질부적합’을 받았다. 그러나 김씨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주유소 내 채취한 시료는 ‘정상’ 판정을 받았다.

한씨는 “서비스센터에서 주유된 경유를 뽑아보니 누가봐도 정상 경유가 아니었다”며 “경찰서, 군청, 정유사 본사에 연락을 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씨와 한씨의 차량은 ‘커먼레일 엔진’이라는 부품을 탑재했다. 해당 엔진은 연료 또는 엔진 오일을 분사하기 전에 커먼레일이라는 장치 안에 저장했다가 연소 효율이 가장 높은 시점에 고압으로 분사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연료 라인에 수분이 과다하게 유입될 경우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연료 고압펌프에 윤활 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고압펌프 내 쇳가루가 발생할 수 있으며 연료 분사 장치에 분사를 막아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수분이 유입되면 불완전 연소가 많아져 매연 저감 장치가 매연 과다로 인해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만큼 디젤 엔진에 수분은 ‘독’이라고 할 수 있다.

▲ 제보자 한씨의 차량에서 경유를 뽑고 있는 모습. 한씨는 육안으로 봐도 경유의 색이 정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해당 주유소 소장과 연락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해당 주유소의 본사 격인 H정유사 관계자는 “해당 주유소는 직영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닌 자영 주유소”라며 “자영업자의 주유소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운영상황을 알 수 없고 이 곳에서 사용하는 기름이 전부 H사의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주유소는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계약과 다르기 때문”이라며 이 사건과 관계가 없음을 강조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물 섞인 경유는 ‘품질부적합’에 해당한다. 현행 석유사업법에서는 석유정제업자등은 제24조제1항의 품질기준에 맞지 아니한 석유제품 또는 제25조제1항·제2항에 따른 품질검사 결과 불합격 판정을 받은 석유제품을 판매 또는 인도하거나 판매 또는 인도할 목적으로 저장·운송, 보관하지 말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지역 지자체로부터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두 제보자는 주유소 측의 잘못이라고 내세울 뚜렷한 증거가 없어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차량 내 경유가 품질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석유관리원에서 해당 주유소 경유를 검사할 당시 품질 적합한 경유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제보자 김씨는 첫 신고 후 검사원이 도착하기까지 기름을 충원하는 작업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관련 의혹에 불을 지폈다.

김씨는 “주유 당시 탱크로리에 기름을 받고 있었다”며 “이를 기억하는 이유는 주유할 당시 기름 배달 온 기사가 내 차량에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석유관리원은 출동 당시 문제가 채취한 경유의 품질에 이상이 없어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전했다.

한국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제보자와 같은 사례가 종종 있다. 신고를 받고 주유소로 출동하지만 결과가 ‘품질 적합’이 나오면 해당 주유소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신고 접수 후 출동 시간을 단축할 수 없냐는 질문에는 “한국석유관리원 본부가 전국에 10곳 밖에 없어서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