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사용자 감소함에도 일부 수험서엔 CD포함... 처리에도 골치

▲ 아직도 많은 서적에는 CD가 포함돼있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비자경제=이지연 기자] 최근 CD대신 MP3나 스마트폰을 통해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문제집이나 수험서 등 일부 서적에서는 불필요한 CD가 포함돼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조사결과 2014년 CD를 비롯한 물리적 음악 포맷 매출은 68억 2000만달러로 전년보다 8% 줄었지만 디지털 음원 매출은 68억 5000만달러로 7% 가까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CD를 재생할 수 있는 수단의 감소와 대체재의 등장의 영향이다. 소비자들은 데스크탑보다 노트북이나 넷북을 선호하게 됐고, 좀 더 가볍고 슬림한 디자인의 노트북이 등장하면서 ODD의 필요성이 줄어들게 됐다.

때문에 음원이나 동영상 파일은 굳이 CD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USB와 같은 보관이 편하고 오래가는 저장매체도 등장해 재생과 저장매체로서의 CD는 점차 설자리를 잃어갔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최근 CD는 음반 선물용 등 외에는 그다지 쓰이고 있지 않고, 처리방법도 수월하지 않아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음성파일이 필요한 일부 서적에는 CD가 포함돼있다. 이에 서적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H사의 토익 교재를 구매한 대학생 이 모씨(24)는 “어휘집이나 얇은 문제집은 CD가 껴있는 걸 못봤는데, 아직도 CD가 책에 포함돼있는 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MP3 파일을 온라인을 통해 받을 수 있고, CD가 은근히 처리하거나 보관하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책에 필기할 때나 넘길 때 걸리적 거리기만하고 불편하다”며 “유아동 서적이나 과외지도를 할 때 중학생 영어듣기 책 정도에서 CD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것도 오래전이고 책에 CD가 껴있는 걸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을텐데 아직도 이렇게 CD를 책에 껴놓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 많은 서적에는 여전히 CD가 포함돼 판매되고 있다.일부 수험서는 음원 파일을 CD를 통해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어학 수험서들의 경우 교재 속에 CD를 포함해 판매하고 있다. 다락원, YBM, 동양북스, 해커스 등 유명 출판사의 외국어 교재를 보면 일부에는 CD가 포함돼있다. 하지만 해당 듣기 음원은 MP3 파일로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거나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운전면허, 한국어 자격증, IT 자격증, 음악 교본 등 기타 서적들도 CD를 통해 음원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교재 가격을 책정할 때, CD 가격도 판매가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에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가 제공하는 어학 서적들도 MP3와 CD의 내용이 동일하다”며 “CD가 불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MP3 파일을 제공하고 있지만,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CD를 여전히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CD 사용자가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CD를 기존에 사용해왔던 사람들에게는 아직 어려울 수 있다”며 “저자와의 계약관계에서 CD를 통해 음원을 제공해야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CD를 넣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수험서를 구매하는 대부분의 연령대는 취업과 진학을 준비 중인 20대와 30대고, 이들은 CD보다는 스마트폰, MP3가 편한 세대다. 이들에게는 수험서에 딸린 CD가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강남 K서점의 영어수험서 코너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CD플레이어도 가지고 있지 않고 넷북도 CD를 넣을 수 있는 곳이 없다"며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CD플레이어가 있어 자주 CD를 사용했지만, 이제 보편적일 정도로 스마트폰이나 CD를 넣지 못하는 가벼운 넷북을 사용하고 있는데 대체 왜 아직도 CD를 넣어놓는 것인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출판사 관계자의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포함시켰다'라는 해명을 전하자 그는 "내 생각에는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중 토익책을 사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우리 아버지도 50대인데 스마트폰 잘 쓰시고 주변 친구 중 토익공부하시는 분이 아무도 없다. 다수를 위해야지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극소수를 위해 CD를 껴놓는다니 속보이는 것같다"고 밝혔다.       

CD의 또 다른 문제는 사용 후 처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의 컴퓨터잡지인 PC월드 닷컴은 구운 CD의 수명이 고작 2~5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현재 다 쓴 건전지의 경우 건전지함에 넣어 처리할 수 있지만 수명이 다한 CD나 사용하지 않는 CD의 경우 처리하기가 곤란하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CD도 다른 폐기물처럼 지자체에서 조례에 따라 처리하도록 돼있다”며 “폐기물 제품의 종류가 너무 많다. 이에 CD가 가정 등의 장소에서 많이 나온다면 조례로 지정해 건전지함과 같이 CD함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설치비용, 관리비용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적 안에 CD를 넣어 판매하는 업체들이 아직 많은데, 제품을 만들 때 환경 디자인을 고려해야 한다”며 “환경을 고려해 폐기물이 덜 나오게 제품 제작단계부터 고려해야 하는데 만약 CD같은 폐기물이 많이 나오면 부담금이 높아져 소비자 가격도 높게 책정될 수 밖에 없다. 업체들의 이러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지연 기자 npce@dailycnc.com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