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치권과 차별화" vs "임기도 안마치고 대선 출마"

▲ 반기문의 대권 출마 시사 발언에 여야 대선주자들의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사진은 제 4차 핵안보전상회의 본회의 장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인사하는 반 총장. (출처=포커스뉴스)

[소비자경제=이지연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대권 도전을 시사하면서 정치권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기문은 제주 서귀포의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기대가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겠다”며 “내년 1월 1일이 오면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를 고민해 결심할 것이다”며 대선 출마의사를 시사했다.

반기문의 대선 출마 시사 발언으로 여야 대권주자들은 조기 선점에 나서야할지 혹은 반 총장의 행보를 지켜본 후 추후 대응해야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도세력 빅 텐트론',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새판짜기' 주장 등 다양한 정계 개편 시나리오가 나오는 상황에서 반 총장의 발언이 정계 개편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선 4·13 총선에서 참패한 여권 주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행보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는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 총장에 대한 우호적인 반응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경선과 검증 절차를 거치더라도 크게 무리는 없다"며 "오히려 정치 경험 없는 것이 국민들한테는 신선하게 보일 수 있고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되는 측면도 있다"며 긍정적으로 발언했다.

이 의원은 "반 총장은 글로벌 시대에 정말 세계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면서 세계의 여러 정치권, 경제권 모든 변화의 흐름을 꿰뚫고 있다"며 "한쪽에선 굉장히 과열되게 보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이걸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너무 과열되지도 말고 흠집내지도 말고 그분 말씀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오는 8월 전당대회 이후 대권 플랜을 가동할 것으로 분석돼온 김무성 전 대표의 경우 반기문 대세론이 굳어지기 전, 본격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또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총선 낙선의 실패를 딛고 대선에서의 입지를 확보해야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러나 야권의 경우 반 총장의 대권 진입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으며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등은 반 총장의 대권 진입 속도에 맞춰 대권플랜을 가동해야하는 어려움에 처했다.

또 정계복귀를 예고한 더민주 손 전 고문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당선인 등은 반 총장의 대선 출마로 ‘반기문-문재인-안철수’ 3강 구도가 굳어지기 전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더불어 민주당 총무본부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제 상황도 안 좋은데 너도나도 대선에 끼어드는 모습에 우려가 있다"며 "유엔 사무총장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자리인데, 임기 중에 국내 정치의 중심에 끼어드는 것이 시기적으로 옳은가“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춘석 비상대책위원도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임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에 들어와 특정 정치 세력과 연대해서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태도가 옳은지,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한지 생각해보면 부정적이다"며 "유엔을 이끌어가는 더 큰 역할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선을 앞두고 당선이 유력한 주자들을 중심으로 정치권이 뭉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반 총장의 출마에 대해서는 아직 제약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 총장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수준이고 연말까지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박계의 관심사는 새누리당 친박계의 반 총장 영입여부다.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새누리당 입당 대신 다른 지대에서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 센터장은 “반 총장이 친박 후보로 머물지 않고 외연을 확대하면서 정치권에 새로운 어젠다를 던질 경우 정계개편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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