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영세마트, 주변 중형마트 무휴에 매상변화 크게 없어... 대형마트 “평일에 쉬니 타격없어”

▲ 정부에서 대형마트에 강제휴무일을 두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세마트들은 '쉬지않는' 중형마트로 인해 매상에 큰 도움을 받고 있지 않다고 토로한다. 사진은 대형마트 홈플러스

[소비자경제=공동취재팀] 전통시장과 영세마트를 살리고자 ‘대형마트 강제휴무정책’이 실시되고 있지만 ‘중형마트’는 강제휴무에 포함되지 않아 일부 상인들로부터 그 효과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소규모마트인 J할인마트의 점주는 매달 2주와 4주 수요일이 돼도 한적한 가게 분위기에 울상이다.

이날은 주변에 있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이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다른날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J할인마트 관계자는 “주변에 있는 이마트와 GS수퍼마켓이 쉬는 날이지만, 매상이 그렇게 눈에 띌 정도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들 여기는 오지 않고 언덕 위 아파트 단지 옆에 있는 중형마트로 사람들이 다 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 대형마트 강제휴일에는 '중형마트'의 금고가 두둑해진다. 소비자들은 이날 영세마트보다 다양한 물품이 있는 중형마트에서 쇼핑을 하길 원한다. 저녁시간은 물론이고, 마감시간인 11시까지 주차장은 만차로 손님도 다수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같은 시간 J할인마트에서 지적한 ‘비브랜드’ 중형마트에는 저녁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을 다수 볼 수 있었다. 계산대에 줄을 서면 평소 5분 이내에 결재가 가능했지만 이날은 긴 줄이 생겨 실제로 8분을 넘게 대기한 후에야 겨우 결재가 가능했다.

이 중형마트 관계자는 “이마트가 쉬는 날이다보니 이날은 손님들이 특별하게 많이 오시고 매상도 크게 오른다”며 “다른 가게보다 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곳에 있고 바로 앞에 상가도 있고 해서 더욱 찾아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마트를 찾은 한 손님도 “이마트와 GS수퍼가 닫는 날이니 이 마트에 왔는데 안에 빵집과 정육점도 크게 있고 해서 다른 작은 할인마트는 가지 않게 된다”며 “좁지만 주차할 곳도 있고 집도 가까워서 오늘 사람들은 많지만 굳이 다른 마트(J할인마트)를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기업형 수퍼마켓도 강제휴무에 해당되지만, 중형마트는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대형마트 강제휴무일에는 손님들이 부쩍 늘게된다. 사진은 강제휴무일을 맞은 기업형 수퍼마켓 GS수퍼마켓

J할인마트 외에 다른 소규모 마트도 마찬가지로 손님이 많지 않았다. 단지 이곳은 다른 마트보다 주류값이 저렴해 주로 술을 사러온 손님이 다수 보였을 뿐 전체적으로 장을 보러온 이들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이 마트에서도 “이상하게도 술은 여기에서 사고, 바로 옆 편의점에서 우리 가게가 팔지 않는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그리고 할인행사 중인 음식을 사는 사람을 많이 봤다”며 “아무리 우리 가게가 술이 싸도 이마트가 종류가 더 다양하고 가격이 더 싸기 때문에 문을 닫는 날이라도 참았다가 다음날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오늘 우리 가게에 오시는 분들은 집에 술이 떨어졌거나 오늘 술이 꼭 드시고 싶은 분들일 것이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의 강제휴일날에도 흔히 '동네구멍가게'라고 말하는 일부 영세마트들은 중형마트나 편의점 등에 밀려 큰 혜택을 보지도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 강제휴무’는 전통시장과 영세마트 활성화와 상인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2년부터 정부에서 실시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그동안 의견이 분분했다. 대형마트들에 휴일을 강제한다고 한들 한달에 겨우 2번 가량을 쉬는 것에 주변 영세마트들의 매출상승까지 이어질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이하 전경련)이 조사기관 리서치 앤 리서치와 함께 전통시장과 영세마트 상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 4월 대형마트 강제휴업이 실시된 이후, 시장 상인의 75.2%는 “매출액에 변화가 없었다”라고 답했다. 또 75.2%는 “고객 수에도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경련이 소비자들에게 대형마트 강제휴무일 소비대처방법을 조사한 결과, 다른 요일에 대형마트를 이용한다는 비율은 60.3%, 쇼핑을 포기한다는 이들은 12.3%였다. 나머지 역시 전통시장이나 영세마트를 반드시 이용하는 것이 아닌 기업형 수퍼마켓 규모의 중형매장이나 편의점 등을 찾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형마트가 강제로 쉬더라도 소비자들이 무언가를 급박하게 구매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상 영세마트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대형마트 측에서는 자신들도 강제휴업으로 이후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롯데마트는 의무휴업이 시작된 이후인 2012년 2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1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냈다.

또 이마트의 경우 2012년 후반기부터 점포당 연간매출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1년 점포당 연매출은 767억원을 기록했지만 2012년 744억원, 2013년 723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 2014년 전체 매출액이 전년비 -4.04% 하락하며, 각 대형마트마다 강제휴업이 매출 하락에 일부 타격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2015년 3분기부터 0.3%의 매출 상승세를 보였고, 이마트는 지난해 전체 기간동안 점포당 연매출이 726억원으로 전년비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또 홈플러스 역시 2014년 매출액만 하락했을뿐, 사실 강제휴무 실시 다음해인 2013년 매출액은 전년비 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대형마트 측에서 강제휴업이 주요 원인이 돼 매출에 큰 타격을 받거나 마이너스 성장세를 걷게 된 것이라 주장한다면, 비슷한 시기 매출상승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납득이 갈 만한 해명이 되기 않는다.

▲ 대형마트들은 강제휴무 정책 시행 이후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비슷한 시기 매출이 상승했을 때도 있었고 일부에서는 평일에 휴일이니 타격이 크지 않다거나 직원들이 더욱 활력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원래 대형마트는 주말에 더 잘팔리기 때문에 평일에 하루 쉬는 것은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며 “물론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를 평가할 수 없지만, 평일 중 지칠 수 있는 주중 하루를 쉼으로써 직원들이 피로도 풀고 더 힘내서 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노화봉 소상공인진흥공단 조사연구소 소장은 “지금 강제휴무는 법으로 대규모 점포와 기업형 수퍼마켓 2개 유형만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중형마트의 휴무는 정부에서 따로 규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형마트로 인해 소규모마트들이 어려운 것은 인정하지만, 중형마트들이 전국적으로 몇 개 되지 않고 몇 개 상권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노 소장은 “영세마트들이 더욱 어려워 지는 것은 중형마트에 강제휴무가 없다는 것에 끝나지 않고 최근들어 복합쇼핑몰과 아울렛, 백화점 출점이 늘고 있는 경향때문”이라며 “영세마트들이 보다 소비자들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도록 하고 대규모점포들이 출점 전에 제출하는 상권영향평가서도 대기업이 아닌 소상공인들과 함께 지자체가 작성해 객관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한민철·이지연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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