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휴지로 인해 변기 막히지 않아"... 대변 휴지통 제거로 얻는 장점 많아

▲ 아직도 다수의 화장실에는 '휴지는 변기막힘의 원인이니 휴지통에 버려주세요'라는 문구의 안내문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당당히 변기통에 버려도 상관없다. (출처=픽사베이)

[소비자경제=이지연 기자] 대부분의 공중 화장실에서는 휴지통을 비치해 휴지를 변기가 아닌 휴지통에 버리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행동이 화장실의 위생상태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공공기관, 카페 등에 위치한 공중 화장실에 들어가면 아직도 휴지는 휴지통에 버려야 한다는 문구와 함께 커다란 휴지통이 비치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휴지를 변기에 버리면 변기가 막힐 수 있고 수압 때문에 역류할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아직도 많은 화장실에서는 휴지통을 변기 옆에 두고 있다.

하지만 화장실용 화장지는 수용성으로 물에 잘 녹아 변기가 막힐 위험이 없고, 오히려 휴지통을 비치해 둘 경우 화장실 공기나 주변환경이 더러워질 가능성이 많다.

이에 최근 들어 일부 기관에서는 화장실 내 휴지통을 없애고 위생상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시 교육청의 경우 지역 내 유초중고교에 1억 5650만원을 들여 교내 화장실의 화장지를 잘 풀리는 화장지로 전면 교체하고 휴지통을 모두 없앴고,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문화 혁신 방안을 마련해 전국 180여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속 휴지통을 없앤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휴지를 변기에 버려야 한다는 사람들의 인식은 부족한 편이다. 한국화장실협회가 지난해 전국 공중화장실 120개소를 조사한 결과 뚜껑 없는 휴지통을 비치한 곳이 90%에 달했다. 지난 2013년에 실시한 생활용품 전문업체 유한킴벌리의 조사에서도 화장지를 변기에 버리는 비율은 51%에 불과했다.

그러나 화장실을 매일 청소하는 이들은 화장실에 휴지통이 있으면 오히려 위생상 좋지 않고, 인력낭비라고 설명한다.

서울 충무로역 한 커피숍 건물의 화장실에서 만난 청소부 관계자는 "휴지통을 오래 비우지 않고 방치해두면 악취가 발생하고 비위생적인 것은 당연하다"며 "대변을 처리한 휴지를 우리 청소부들이 치우게 되는데 곤혹스러운 일인 것을 떠나 사실 담배꽁초나 종이컵 등이 변기에 들어가 막혀서 배관공들이 수리하며 실제로 보여준 적은 있어도 휴지는 변기에 넣어 막힌 것을 본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휴지를 변기에 넣으면 시간이 지나면 풀어 없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고, 휴지통에 넣어 방치돼 악취를 풍기는 것보다 훨씬 위생적"이라며 "차라리 휴지통 비울 시간에 화장실의 다른 부분을 청소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대변 들은 휴지 한 번 치우고 나면 구역질 나서 어지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소부 관계자의 주장처럼 흔히 휴지를 변기에 버리면 변기막힘 등의 현상이 생긴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변기가 막히는 원인이 휴지가 아닌 생리대, 음식물쓰레기 등 다른 이물질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17년차 화장실 배관공은 “물론 지은지 오래된 집에서 보수를 한 번도 하지 않은 배관은 휴지를 넣은다면 막히기 쉽지만, 요즘 집의 배관은 큰 이물질을 넣거나 휴지를 지나칠 정도로 많이 넣지 않는 이상 막히지 않으며 특히 공공건물은 정화조가 커서 더욱 막힐 위험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휴지로 인해 일시적으로 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자주 정화조 청소를 해줘야 하고 국가에서 배관 규격을 넓게 만들면 좋다”며 “변기에 담배꽁초나 음식물쓰레기 등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쓰레기 봉투값을 아끼거나 쓰레기 버리러 나가기 귀찮다고 변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에 만들어진 화장실용 화장지는 대부분 물에 100% 녹는 수용성 화장지로 쉽게 분해가 된다. 특히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았기 때문에 물에 들어가면 바로 녹게되고 따라서 휴지로 인해 변기가 막힐 확률은 극히 적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도 두루마리 화장지 출시 전에 물 풀림성에 대한 기준 시험을 통과해야만 허가를 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지 1칸 당 600회 저은 뒤 완전히 풀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100초 미만이어야 통과할 수 있다.

▲ 서울 중구 한 커피숍에 위치한 화장실 내에는 여전히 휴지통이 비치돼있고, 좁은 곳에서는 자리를 차지하는 불편한 물건에 불과하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화장실용 화장지는 적절한 조건 하에서 물에 잘 풀리도록 설계되어 있어 사용 후 변기에 버려도 된다"며 "쓰레기통을 사용해 비위생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보다 변기에 바로 버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단 과도한 양을 한꺼번에 버리게 되면 변기가 막힐 수 있으므로 적절한 양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대변 용무를 마치고 사용한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남미 일부 국가다. 다른 유럽, 일본, 미국 등의 국가는 사용한 휴지를 변기에 넣어 물을 내리고 있고 최근에는 남미에서 대변전용 휴지통을 없애자는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2월 2만 2000여명의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만 4000명인 63%가 화장실 변기 앞 휴지통 없애기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다수가 화장실 휴지통을 없애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도 주변에는 휴지와 변기막힘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인식변화를 위해 다양한 캠페인과 국가주도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표해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우리도 휴지통 없애기 운동을 해온지 17년이 됐다"며 "이제 조금씩 도시철도, 서울시 일부 지역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사랃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휴지통을 없애면 여성 생리대나 이물질을 변기에 집어넣는 경우도 있고 바닥에 버려 오히려 위생이 더 안좋아지기도 했다”며 “오랜 습관이라 하루아침에 고쳐지기가 쉽지는 않지만 계속 캠페인, 실태조사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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