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내구성에 화면까지 쉽게 부서지지만…LG전자 “아무 문제 없다”

[소비자경제=김은희 기자] 최근 가벼움을 내세운 초경량 노트북 출시가 늘고 있지만 정작 제품 ‘내구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커져가고 있다.

국내 노트북 시장의 ‘초경량’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노트북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높은 탓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마그네슘 풀 메탈 소재의 노트북을, LG전자는 ‘커피 두 잔의 무게’도 되지 않는 노트북을 내세우고 있다. 두 제품 모두 15~16인치 크기에 달함에도 무게는 채 1kg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초경량 노트북에 대해 부실한 내구성과 같은 단점을 지적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얇고 가볍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흔들리거나 휘어지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LG전자가 출시한 ‘그램’ 노트북에 대한 불만 후기가 인터넷상에는 넘쳐난다.

▲ 제보자가 하루만에 고장난 노트북 화면을 찍은 사진. 깨져 금이 간 모습이다. (출처=제보자)

A씨 또한 취업 준비를 하며 가볍게 들고 다닐 제품을 찾다 이 제품을 구매했다. 그러나 거금을 주고 구매한 제품은 정작 하루만에 부서지고 말았다. 액정 화면이 깨져버린 것이다. 

그는 “구입해서 한 것이라곤 액정필름 붙인 거 밖에 없는데 부서졌다는 소리를 들으니 어안이 벙벙했다”며 “혹시 흠집이라도 날까 싶어 직접 매장 가서 고르고 골라 온 제품”이라고 말했다.

그가 부실한 제품보다 더욱 화가났던 것은 LG전자의 대처였다. 그는 “(LG전자에서는) 무조건 ‘소비자 과실’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어떤 것도 없었다”며 “결국 사정을 딱하게 여긴 AS센터에서 많이 양해를 해주셔서 조금 저렴하게 수리한 게 전부였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AS센터 관계자는 “초기 불량으로 판별되지 않는 이상 화면이 부서진 것은 무조건 소비자 과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 또한 “기본적으로 모든 전자 제품은 출고 전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게 돼 있다” “해당 노트북이 얇고 가벼운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패널이 쉽게 깨질리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는 “특히 그램 노트북의 경우 자체 고장율이 매우 적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로 “해당 제품 화면은 LCD 패널”이라며 “기본적으로 두 세겹씩 화면이 겹치는 구조기에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 LG전자가 출시한 14인치 LG 그램의 모습. 지난해 모델이다. (출처=LG전자)

그러나 LG 그램의 부실한 내구성은 해외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미국 IT미디어 업체 ‘더버지(The Verge)’는 지난해 10월 LG전자의 그램(14인치)에 대해 5.6점이라는 점수를 줬다.

그램을 출시하며 애플의 맥북 에어를 공략하겠다고 외치던 것이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지난달 출시된 960g 무게의 2016년형 맥북은 8.5점을 받았다.

이 낮은 점수의 핵심으로 제시된 이유는 ‘불안정한 내구성’이었다. 더 버지는 ‘세계 최악의 불안정한 노트북에 인사하라!(Say Hello to the World's wobbliest laptop!)’라고 비꼬며 제품 자체에 ‘뒤틀리는 물리적 결함’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는 국내 커뮤니티의 이용자들도 계속 이야기해왔던 부분이다. 뒤틀림으로 인해 USB 인식, 와이파이 먹통, 화면 흔들림까지 여러 증상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LG전자는 그동안 모든 증상들을 ‘정상’이라고만 이야기해왔다.

실제 노트북을 수리하는 관계자 또한 해당 제품을 들고 찾아오는 소비자들이 많다고는 전했으나 정작 이에 대해서 해결해줄 부분은 없다고 일축했다. 정상이라고 판정 내린 이상 유상 수리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점점 더 소비자들이 가벼운 제품을 찾는 만큼 사실상 업체도 무리하는 부분이 있다”며 “보통의 노트북에서 무게를 덜어낸다는 것은 그만큼 기능을 덜어내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은희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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