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전문인력 확보해 무슬림 외면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지적도

▲ 뉴욕 길거리의 한 푸드트럭에서 할랄푸드를 만드는 모습 (출처=유투브 캡처. 채널명 Sameer's Eats)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이슬람 웰빙식품’으로 불리는 할랄식품이 국내 식품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르며 정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과 확산에 힘쓰고 있다. 한편에서는 ‘할랄 절대반대’라는 외침과 함께 국내 할랄식품 시장의 실패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할랄식품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들이 먹도록 허용된 음식으로, 국내외에서 ‘건강’을 위한 웰빙푸드로 각광받고 있다. 할랄식품으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원재료 단계에서부터 출하에 이르기까지 제조공정 전 과정에 걸쳐 안전성과 위생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며, 할랄식품의 종류가 대체적으로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이 할랄 인증 식품인 ‘손수 아삭김치’와 ‘손수 전통 재래김’을 출시하고, 자사 레스토랑형 매장인 푸드엠파이어 인천공항점에 판매를 개시했다.

실제로 아워홈의 손수 아삭김치와 손수 전통 재래김 역시 내 할랄 인증 기관인 한국이슬람교 중앙회(KMF)로부터 할랄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원산지 증명과 잔류농약 분석, 방사능 검사 등 엄격한 기준을 통해 원재료의 안전성을 입증 받았다. 또 제조공정 상 까다로운 위생심사를 통과했다.

오리온 제과 역시 인도네시아 1위 제과업체인 델피와 자본금 20억~3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오는 7월 설립하기 위한 계약을 최근 맺으며 할랄식품 현지 시장진출에 나섰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6년 전부터 인도네시아 진출을 준비하며 지난 2010년 신제품개발팀에 할랄 인증 제품을 개발할 것을 지시했다”며 할랄식품의 국내 진출과 국내기업의 할랄 시장 진출에 대한 열망을 밝혔다.

오리온은 자사제품인 초코파이에 함유된 마시멜로 성분이 돼지껍데기에서 추출한 젤라틴 때문에 종교적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중동지역과 대부분의 이슬람권 국가에 그동안 제품수출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국내 최대의 제과기업으로서 인구의 85%가 이슬람 신자인 인도네시아 현지시장 진출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따라서 오리온은 초코파이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며 식감을 유지하는 동시에 돼지고기 대체할 식재료를 찾아야 했다. 6개월의 시행착오 끝에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에서 추출한 성분을 사용해 마시멜로를 만들었다.

이어 베트남 초코파이 생산라인도 할랄 인증을 받으면서 오는 7월부터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한 초코파이가 인도네시아에서 정식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할랄 인증을 통해 무슬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여전히 할랄식품이나 할랄푸드 레스토랑을 찾아보기 힘들며, 정부와 기업이 두 팔을 크게 벌리며 이를 받아들이는 반대편에 고개를 저으며 할랄식품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미국 뉴욕에서 인기가 높은 길거리 할랄푸드 ‘할랄가이즈’ (출처=소비자경제DB)

지난 3월 한국이슬람교 중앙회(KMF)가 할랄 레스토랑 인증절차 및 기준을 안내했지만, 이 단체가 지난달 공개한 할랄 인증 레스토랑 매장 수는 전국적으로 10곳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이 10곳은 외국인들이 밀집해 거주하고 있는 이태원 부근에 몰려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이슬람국가(IS)의 테러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과 국내 반이슬람교 정서가 확산되고 있어 일부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할랄식품과 할랄단지의 확산을 강력이 반대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국내 할랄식품의 수출 활로를 넓히고자 전라북도 익산시가 지차제 차원에서 국가클러스터단지 조성 계획에 할랄푸드 전용 제조·물류 단지 도입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 박경철 익산 시장도 “한국의 정갈한 음식문화와 청결한 식품의 대명사인 할랄이 만나 익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 이어 대구광역시와 강원도 역시 할랄푸드 단지 조성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과 종교단체에서는 비슷한 시기 벨기에에서 발생한 IS 테러 등과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이슬람권 사람들과 문화가 국내에 확산되는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익산시의 할랄푸드 단지 도입 계획은 무산됐다.

특히 정부 조사결과 할랄 전용구역에 대한 입주 수요가 목표 수치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현 시점에서 할랄 전용구역 설정의 필요성은 없다”면서 “앞으로 중동 등 할랄 시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경우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을 선도해나가야 한다는 목표는 뚜렷했지만, 가장 귀기울여야 할 국내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놓치며 할랄식품은 정부와 대기업 ‘그들만의 블루오션’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국내 식품업체들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 그야말로 ‘공들인 야심작’인 할랄식품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비자들에 선보이길 망설이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수요는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괜히 종교 등 다른 예민한 문제까지 엮여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오히려 외면 받을 수 있다”며 “기업 수익을 위해서라도 굳이 리스크를 안고 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철저히 수익성의 논리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국내에 얼마 안 되는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다른 제품들처럼 할랄식품을 국내에 대량 생산·유통·판매함으로써 재고를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아워홈 관계자도 “현재까지는 할랄제품의 경우 인천공항점에서만 판매하고 있지만 “차츰 범위를 넓혀 국내 소비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도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시기가 정해진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할랄식품 관련 업계에서 국내 진출에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국내 식품기업들에 중동 경력자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할랄식품 전담 부서에 아랍어에 미숙하거나 이슬람 율법, 할랄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한 비전문가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할랄식품 관련기관의 관계자는 “할랄 산업이 작년부터 크게 부각되며 관련 기간이나 단체들이 난립하고 비전문가들이 활동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실제 할랄에 대해 제대로 연구한 전문가가 국내에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할랄 산업을 돈으로만 치부하다보면 결국 국내외 소비자들은 물론 무슬림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며 “얼마전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사례만 봐도 시장진출을 앞두고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지난 2014년 할랄 인증을 받은 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수출하고 있지만 포장지에 할랄 인증과 관련된 표기를 잘못해 논란이 일었다.

제품 포장지에 ‘돼지고기를 사용한 제품과 같은 제조시설에서 제조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잘못 표기되는 바람에 현지에서 ‘진짜 할랄 인증 제품이 맞는지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해당 내용은 한국이슬람교 중앙회(KMF) 홈페이지에도 게재돼 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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