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얼마 전 유명 커피전문점을 찾아 ‘딸기 요거트 스무디’ 한 잔을 주문했다. 계산을 앞두고 종업원은 “스트로베리 요거트 스무디 한 잔 맞으시죠?”라고 되물었다.

마치 뉴욕 한복판에 있는 듯한 기분과 함께 “앞으로는 스트로베리 요거트 스무디라고 주문해야 하나”라는 의문도 잠시, 매장 내 간판에는 떡 하니 ‘스트로베리 요거트 스무디’라고 적힌 것을 발견했다.

요거트(Yogurt)는 우유나 탈지우유에 유산균을 넣어 발효시킨 발효유의 일종으로, 그마저도 외래어표기법상 ‘요구르트’라고 표기하는 게 맞다. 스무디(Smoothie)는 과일·과일 주스에 우유나 아이스크림을 넣어 만든 음료를 말한다.

요거트와 스무디는 우리말로 바꿀 수 없다 하더라도 ‘딸기’는 분명 우리 고유의 어휘로 존재해왔고, 심지어 ‘스트로베리’보다 3음절이나 줄일 수 있는 간결성과 편의성까지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외식업계와 고객들은 여전히 딸기보다 스트로베리가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거나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고 오해하고 있다.

딸기 요거트 스무디를 받아들면서 우리네 부모님들이 커피전문점이나 음식점을 찾을 때마다 한참동안 메뉴판을 들고 고민하는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커피전문점마다 그린티 프라프치노, 모카블렌디모, 카라멜마끼야또, 아포가토 등 알아듣지 못한 주문들이 팽배하다. 사물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라 어쩔 수 없다곤 하나 우리말이 손에 꼽힐 정도라니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다.

일반 음식점 역시 다르지 않다. 돈가스 덮밥, 찹쌀떡, 생선회 등 우리말이 있음에도 가츠동, 모찌, 사시미 등으로 각각 표기되고 있다.

3년 전 한글의 우수성과 중요성을 알리려는 각계의 노력으로 한글날(10월9일)이 공휴일로 부활했지만 생활 속에서는 여전히 천대받고 있는 실정이다.

의식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결국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 속에 우리 문자는 설 곳을 잃게 될 것이다.

미국 심리학자인 매슬로우(Abraham H. Maslow)는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욕구를 생리적 욕구, 즉 우리 생활에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에 대한 열망을 꼽았다.

우리 국민이 식품업계의 갖가지 소식에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바로 이 ‘먹거리’가 인간 삶에 있어 가장 가깝게 닿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식품업계는 솔선수범 정확한 한글 사용을 실천해 우리말 소외 현상을 극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갈릭소스를 곁들인 레드빈’, ‘시나몬 가루가 뿌려진 스위트 밀크’여야만 세련되고 깔끔해 보인다는 편견을 버리자. 우리 먹거리부터 순 한글 바람을 타야 한글 이름도 ‘잘 팔리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포장해 가세요?”보다 “테이크 아웃(Take-out) 하세요?”가 더 익숙해진 현실이다. 한글날 반짝하고 사라질 의지라면 “나는 우리말을 사랑한다”거나 “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