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도어' 매장 및 노점음식, 미세먼지·황사 노출…

▲ 미세먼지와 황사가 기승을 부려도 문을 활짝 열어놓거나 직원들은 마스크조차 하지 못하는 점포가 다수 있다. (위 사진속 인물과 점포는 기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 및 점포와 상관없습니다)

[소비자경제=공동취재팀]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고, 전국적으로 황사주의보가 내려지며 대기오염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일부 번화가의 상점들은 문을 '활짝' 열어놓거나 제품을 미세먼지와 황사의 위험에 노출시킨 채 판매하고 있다.

이에 노출된 것은 비단 제품뿐만이 아니다. 호객을 위한 업체의 '오픈도어' 마케팅을 위해 매장 직원들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못하고 미세먼지와 황사를 그대로 맞은 채 업무에 임하고 있다.  

▲ 대다수 화장품 가게들은 미세먼지와 황사 주의보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어놓은 채 영업을 하고 있다.

◆ 미세먼지 ‘매우 나쁨’에도 번화가로 향하는 사람들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해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거나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명동과 신촌, 강남 등 번화가에 위치한 다수의 화장품가게나 속옷 및 악세사리샵 등은 날씨와는 상관없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길거리 포장마차나 노점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떠다니는 공기 중에 음식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풍경은 특히 서울 쇼핑 중심가이자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지 1순위인 명동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충무로역에서 만난 동국대생 이 모씨(23)는 “학교와 가까워서 명동에 자주 오는데 이곳상점들 대다수는 문을 오픈해놓고 있고, 노점상도 길거리에 내놓고 장사한다”며 “추운 겨울에도 문을 열어놓으니 미세먼지와 황사 농도가 심각하다고 닫을 곳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와 황사가 날리는 데 문을 계속 열어놓고 있으면, 그게 묻어있는 상품들을 내가 고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된다”며 “포장된 화장품도 이렇게 걱정인데 먹는 건 얼마나 심각할지 생각이 안된다. 음식들을 그대로 오픈해놓고 그래서 미세먼지나 황사 유행할 때는 길거리 음식을 안먹는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 입자를 말한다. 석탄이나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태우거나 공장, 자동차 등의 배출가스를 통해 생성되며 입자가 아주 작아 코, 구강,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대부분 인체로 흡수된다.

따라서 기도, 폐, 심혈관, 뇌 등 우리 몸의 각 기관에서 염증반응이 발생하면서 천식,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 등이 유발될 수 있다. 심한 경우 폐암, 뇌졸중, 심장마비 등 심혈관계 사망률과 질병률을 증가시키고 예상수명 또한 단축시킬 수 있다.

미세먼지 농도는 ▲좋음(0~30㎍/㎥), ▲보통(31~80㎍/㎥), ▲나쁨(81~150㎍/㎥), ▲매우나쁨(151㎍/㎥~)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에서 날라온 황사까지 가세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또는 ‘매우 나쁨’ 상태가 됐다.

기상청과 환경관리공단은 사람들의 실외활동을 자제해야한다고 강조했지만 따뜻한 날씨 덕에 사람들은 근교로 나들이를 떠나거나 번화가로 몰리고 있다.

▲ 매장 내 미세먼지와 황사로 노출된 테스터 제품들을 사용했을 때 피부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 화장품 매장 문 활짝…“공기정화 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서울 쇼핑 번화가에서는 화장품 매장들이 문을 열어놓고 손님들을 매장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일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가게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영업을 하는 것도 문제다.

소비자경제 공동취재팀은 명동 화장품 거리에서 퇴근까지 기다린 끝에 이곳 유명 뷰티매장에서 근무하는 20대 아르바이트생 여성과 취재할 수 있었다.

여성은 미세먼지와 황사 주의보가 발령된 날에도 가게 문을 활짝 열어놓는 것은 물론이고, 건강에 좋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착용은 건의도 해볼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원래 화장품샵에서 하는 일이 제품안내도 있지만, 지나다니는 고객들을 가게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소리도 칠 줄 알아야 하고 항상 예쁜 얼굴을 보여드려야 하는 것도 업무의 일부”라며 “그래서 문은 거의 항상 열어놓고 있고, 얼굴을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것이라는 걱정도 들긴 해도 24시간 미세먼지를 먹고 있는 것도 아니니, 특히 일에 익숙해져서 그런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약 보건당국이나 본사에서 직원들에게 미세먼지와 황사 노출에 따른 건강이상과 이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 교육 등이 있었다면 이 직원의 무덤덤한 반응은 달리 나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공문이나 자료 또는 지시사항을 전혀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답한 여성에게 미세먼지와 황사의 심각성은 남의 이야기밖에 되지 않고, 차후 건강악화로도 이어질 위험이 있다.   

특히 미세먼지가 가득한 바깥 공기가 그대로 매장 안으로 유입되면 사람들은 밖에서나 안에서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물론 더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매장 문을 열어두는 것이지만 손님들의 입장에선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명동의 한 화장품 로드샵 매장에 방문한 김 모씨(25세)는 “미세먼지에 관해 생각을 갖지는 못했다”며 “그런데 미세먼지가 샘플화장품이나 판매용 화장품에 묻어있을 수도 있는데 이걸 관리 없이 이렇게 내놓는다면 문제가 있다. 보통 매장 안에서는 마스크를 쓰다가도 벗지 않나”고 말했다.

게다가 미세먼지에 노출된 화장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그 화장품을 사용할 경우 심각한 피부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명동에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토니모리 관계자는 "일단 소비자들은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 매장 문이 닫겨있으면 심리적으로 벽이 생길 수 있다"며 "오픈된 공간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쇼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황사 등에 대한 위생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화장품 포장단계에서부터 신경을 썼다"며 "캡 단상자 안에 용기캡이 있고 그 안에는 또 내용물을 보호하는 실링이 있어서 미세먼지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도 “현재 본사 측에서 문을 열고 닫고하는 방침은 없다”며 “최근에 미세먼지가 많아지면서 본사에서도 매장 측에 닫으라고 권유하는 방안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천연비누샵에서는 포장지도 없이 제품을 비치해두고 문은 열어놓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제품에 미세먼지나 황사가 묻더라도 티가 나지 않아 소비자들은 ‘미세먼지가 묻은 화장품’을 모른 채 사용할 수 있다.

박귀영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미세먼지는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피부장벽에 손상을 준다”며 “미토콘드리아에서 활성산소를 생산해 콜라겐 합성을 감소시키고 콜라겐 분해를 증가시켜 주름 등 현저한 피부노화를 일으키고 미세먼지에 붙은 PAH가 멜라닌세포를 증식시켜 얼굴에 색소반점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에 노출된 화장품 매장의 위험성과 관련해서는 “미세먼지가 흡착된 상태의 제품을 피부에 직접 바르면 피부 위해 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한다”며 “실내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한 공기정화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길에서 파는 노점상 음식들도 미세먼지와 황사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다.

◆ 미세먼지에 노점상도 손님들도 ‘울상’…대안책은 없어

뿐만 아니라 포장마차 등의 노점상들도 미세먼지에 대한 방지책없이 길거리에서 음식을 판매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명동에서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상인은 미세먼지나 황사 주의보가 발령된 날 식품 관리를 어떻게 하냐고 묻자 평소와 별다른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TV에서도 마스크 잘 쓰라는 말이 있지 음식관리를 어떻게 주의 하라는 정보나 특별한 지침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미세먼지나 황사에 대비해 따로 관리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점상에서 판매되는 음식이 미세먼지에 노출됐을 때 정확히 어떠한 위험을 초래한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식품의약품부 연구기획팀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흡수되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호흡기 계통을 통해서다. 소화기 계통으로 흡수되는 것은 관련 연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도와 식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섭취로도 인체에 폐가 된다는 결론을 내기가 어렵다"며 ”최근 들어 미세먼지가 심해졌기 때문에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 기후변화대응팀은 “아직 소화기 계통과의 위해성 분석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미세먼지 중에서도 폐포를 통과할 수 있는 초미세먼지의 경우에는 다른 기관으로도 넘어갈 수 있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먼지가 묻은 음식물은 먹으면 안된다. 야외 음식은 덮개를 덮고 먼지가 묻지 않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물론 노점 상인들도 연이은 미세먼지 주의보로 인해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힘들다고 호소한다.

인천 구월동에서 과일 노점을 운영 중인 상인은 “임시 방편으로 비닐을 씌우고는 있지만 과일이 쉽게 물러진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취재한 노점 상인도 “확실히 며칠전에 서울 시내가 뿌옇다고 방송에 나왔을 때 내국인 손님들은 평소보다 많이 줄었다”며 “미세먼지와 황사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는 건 속이 상하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손님들 입장도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노점이 하나의 생계수단이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심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이나 법률 등도 없는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노점상 자체가 위법이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있는 날이면 가급적 노점상 이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지만 정부가 그들의 생계용까지 막기가 어렵다”며 “다만 지자체의 위생파트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많은 사람들이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구입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일부 매장들의 협조와 정부, 지자체의 관리 없이는 불가능하다.

송창근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센터장은 “5월까지 시민들은 황사 및 미세먼지 관측 정보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져줬음 좋겠다”며 “기관에서 전하는 수칙들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이어 “각 매장이나 기관에서는 미세먼지가 나쁠 경우에는 환기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문을 닫아야 한다”며 “매장같은 경우에는 문을 닫고 미세먼지 바람을 막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매우 나쁨' 경보가 떴을 때에는 창을 닫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공동취재팀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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