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한민철 기자] 최근 보수시민단체인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이하 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청와대, 국정원 등과의 유착의혹을 받고 있다.

매스컴은 연일 이런 의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비난의 글을 쏟아내고 있지만, 어버이연합의 활동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던 일부 신문사들은 이번 일에 대해 그다지 할 말이 없는 듯 ‘제대로’ 침묵하고 있다.

평소 마치 어버이연합의 팬클럽을 자처하듯 이 단체에 대해 긍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던 인터넷 신문사 N사에는 어버이연합의 전경련 등과의 유착의혹이 대두된 후 관련기사가 2개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 거의 침묵수준의 기사량이다.

사실 그동안 어버이연합의 집회와 목소리를 꾸준히 취재해왔던 행보대로라면 N사는 시사저널 등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반박하는 기획기사를 작성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하지만, 최근 올라온 주요기사는 야당비판과 북한관련 소식 정도다.

단 2개라는 빈약한 기사량, 그것도 “시사저널 보도가 사실이냐”라고 질문하자 의혹보도에 대해 반박하는 자료 등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기사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공감이 결여되는 기사를 올리고 있다.

이에 보수성향의 정치평론가들과 언론 관계자들이 어버이연합에 대해 옹호하며 이번 의혹을 해명하는 글과 기사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 보수성향 평론가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어버이연합의 성향과 반대되는 좌익단체들 역시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운영을 하고 있는데, 굳이 어버이연합만이 기업단체로부터 후원받는 것을 비난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의 글을 올렸다.

또 KBS 이사이자 한 인터넷 신문의 주필인 조우석 씨는 전경련이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어버이연합은 대한민국을 옹호하려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 좌파단체에 거액의 세금을 퍼주는 ‘범죄적 지원’은 괜찮고, 보수단체에 대한 최소한의 푼돈 지원마저 안 되느냐고 주장했다.

물론 그의 글에는 이번 사태에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인 어버이연합이 전경련으로부터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받았다는 사실과 추가적으로 5억원 이상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제대로된 해명이 들어가지 않았다.

특히 ‘저들은 그럴지 몰라도 우리는 그렇지 않은 떳떳한 사람’이라는 해명 아닌 ‘저들도 했는데 왜 우리는 하면 안되냐’라는 무적논리식 변명과 어버이연합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 애정이 섞인 글에 비난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기자는 지난 2014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 앞에서 열린 어버이연합 집회에 취재를 나간 적이 있다.

당시 집회에 나온 어버이연합의 일부 회원들은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욕설을 퍼부었고, 아들뻘 되는 기자에게 역시 욕설과 함께 “기사 똑바로 안쓰냐”라는 등의 위협을 가했다.

자신들과 반대성향의 세력들이 민중총궐기를 열어 경찰차를 부수고 경찰을 흉기로 폭행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거나 대한민국을 수호한다며 법과 질서를 잘 지켜야한다고 외침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들도 똑같이 경찰들에 위협을 가하거나 폭행을 범했고,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기자에게도 모욕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는 불법을 저질렀다.

누군가는 이들에게 대한민국을 옹호하는 세력이라고 했지만, 그때 기자는 과연 이들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행동하는 것인지 ‘자신들만이 원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은 것인지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여기서 또 “좌파 세력이 저지르는 경찰폭행과 범법행위는 괜찮고, 어버이연합은 일부가 몸싸움만 욕설을 했다고 뭐라고 하는 것인가”라는 식으로 말한다면 ‘저들도 했는데 왜 우리는 하면 안되냐’라는 정의롭지 못하고 오히려 비겁한 변명으로 밖에 들릴 수 없다.

소위 애국보수를 자처하며 어버이연합에 대한 옹호적 입장을 고수해왔던 일부 언론사들은 침묵을 깨고 사실을 밝혀야 할 때다. 물론 ‘저들도 했는데 왜 우리는 하면 안되냐’라는 태도를 버린 채 말이다.

이는 ‘침묵이 금’이라는 말이 있지만, 언론에게 있어 ‘침묵은 곧 비겁함’이며 언론은 누군가를 편들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정확하고 올바른 목소리를 전할 사명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민철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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