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점 개선된 제품으로 교환하세요” vs “명백한 제품 하자, 환불해달라”

▲ 세척제가 필요없는 노박가습기 광고이미지 (출처=머커주식회사)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이른바 ‘노(No) 박테리아, 노(No) 바이러스’를 특징으로 하는 ‘노박가습기’가 제품 불량 의혹을 받고 있다. 업체 측은 개선 제품 교환과 무상 수리를 제안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환불해달라는 입장이다.

날씨가 건조한 겨울만 되면 가습기 수요가 급증하지만 지난 2011년 벌어진 ‘가습기 살균제 파동’ 때문에 많은 이들이 가습기 사용을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살균제 없이도 쉽게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습기가 높은 인기를 끌었는데, 바로 머커(Merkerr)사가 만든 가습기 ‘노박(NOVAC)’이다.

노박은 공대 출신 의사가 기계적인 구조와 세균학적인 지식을 결합해 만든 가습기로, 뚜껑과 초음파 진동자까지 모두 분리해 세척할 수 있고 심지어는 삶아서 쓸 수도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 노박가습기 수조 용량은 4L이지만 2L가량 물이 남았는데도 작동이 멈췄다. (출처=소비자제공)

노박가습기는 구석구석 세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지난 몇 달째 ‘제품 불량’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제보자 오 씨가 가장 먼저 지적한 부분은 ‘가습량’이다. 하루종일 틀어도 습도가 40%를 넘지 않는다는 것. 건조한 겨울철 적정 실내 습도는 40~60%다.

이에 대해 오 씨가 본사 측에 항의하자 “작은 면적 전용으로 만들어진 가습기이기 때문에 가장 작은 방에서 사용하거나 1개를 추가 구매해 동시에 작동시키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오 씨는 “용량이 크고 분무가 잘 된대서 구입했는데 원래 그렇다는 말이 무슨 소리냐”고 재차 항의했다.

실제 제품 포장지에는 ‘병원이나 집 등 공간에 제약 없이 사용가능하다’고 명시돼있다. 제품 사용을 권장하는 실내 면적이 작아야 한다는 표시는 없었다.

오 씨가 두 번째로 지적한 부분은 ‘최대 수조 용량’이다. 제품의 최대 수조 용량은 4L, 진동자 용량은 400cc/h로 홍보되고 있지만 오 씨의 사용 결과 실제 가동되는 수조량은 2L에 불과했다.

노박의 ‘매머드급’ 수조 용량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알려져있다. 4L의 수조 용량은 가습기를 가장 세게 틀어놓는다 해도 10시간 정도는 가뿐히 연속 분무할 수 있는 상태다.

하지만 오 씨가 밤새 전원이 꺼진 가습기의 뚜껑을 열어 확인한 결과 수조의 3분의 1이 넘는 물이 남아 있었다. 당시 수조에 남은 물을 측정해보니 1.8L에 달했다. 아직 절반의 물이 남아있음에도 ‘물 부족’으로 작동이 멈춘 것.

▲ 노박가습기의 진동자 조인트 부분은 물과 직접 닿아 녹이 슬었다. (출처=소비자제공)

이 외에도 오 씨는 충분하지 않은 분무량, 녹이 슨 진동자 조인트 부분, 본체와 수조 접합의 불균형, 작동 시 지나친 소음 등을 지적했다.

오 씨는 “아무리 아직까지 개발되고 있는 단계라 하더라도 보완해야 할 점이 너무 많다”며 “무리하게 시중에 내놓고 20만원 후반대에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너무 많은 걸 떠넘기는 듯 하다”고 주장했다.

오 씨가 올린 제품후기에는 약 15명의 동일 제품 소비자들이 ‘같은’ 제품 하자를 이유로 공감하고 있었다.

이들 중 한 소비자는 ‘노박가습기 사과하시고 전체 환불하세요’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개설해 본사 측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어제 구입했는데 전원이 안 켜진다”, “노박 구입 후 한 달만에 분무가 안 되더라”, “명백한 제품 결함이니 전체 리콜 조치되는 것이 마땅하다” 등 소비자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이 커뮤니티 개설자인 박 모(40)씨는 “처음엔 수리를 맡기기 위해 포털에 검색해봤는데 동일한 문제점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 제품 결함이 의심됐다”며 “본사 측은 언제까지 같은 문제가 3번 반복되면 환불을 고려하겠다는 원론적 답만 내놓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두명의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는 것이 아님에도 기술적 결함에 대해 답할 의무가 없다거나 엄연한 영업방해라는 등 적반하장식 반응에 너무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업체 측은 일부 대안들을 내 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머커 주식회사 관계자는 “소비자보호규정에 따라 같은 문제가 몇 번씩 반복된 소비자들에게 환불을 한 상태”라며 “그 수가 작년 12월부터 300명이 넘는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규정상 사용기간이 오래 된 소비자들에겐 환불이 어려워 문제점이 개선된 신제품으로 교환하거나 무상 수리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을 설득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것.

또 업체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해져 가습기 사용 시즌이 지난 3월부터 환불 요청이 급증해 정말 난처하다”며 “아무 이상이 없는 제품까지도 못 믿겠다며 무조건 환불을 요청하는 소비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습기는 제품 특성상 상극인 물과 전기가 미세한 접촉으로 만나기 때문에 불량률이 0%일수는 없다”며 “일부 소비자들이 제품 불량을 주장한다고 해서 리콜 조치는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소비자들의 불만사항을 반영해 지난 2월부터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체 측이 제품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한 건 작년 12월이지만 지난 2월 해당 제품의 생산을 중단시켰을 뿐 아직까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과대광고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조사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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