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한민철 기자] 롯데 家 형제 간의 2라운드 싸움이 막을 내렸다.

지난 6일 일본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경영 일선 복귀를 꾀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제안은 주주들의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 결국 동생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이났다.

주총 직후 한국 롯데그룹은 이번 결정으로 지난해 7월부터 이어오던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 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며, 향후 롯데 경영활동에 분란을 조성하는 행위를 할 경우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 경고했다.

하지만 주총이 끝난 후 기자들 앞에 선 신동주 전 부회장의 표정에는 실망하거나 긴장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승자들이 지어보이는 겸손한 미소가 떠오를 정도였다.

신 전 부회장은 당당한 목소리로 “현 경영진의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압력이 있어 당사의 의안과 방침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6월 정기 주총에 재제안을 하기 위한 의안서를 제출하며 또 한 번의 진흙탕 싸움을 예고했다.

이에 업계에서 우려하던 ‘회사 이미지 하락’과 ‘실적 타격’이 점점 현실화돼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품의 질보다 그 외적인 기업이미지 등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본 시장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일본 롯데의 주력 사업인 과자제품의 연간 매출액은 최근 수년 동안 1200억엔(한화 약 1조2,652억원)대에서 주춤하고 있다. 특히 순조로운 매출 상승을 기록하고 있는 경쟁사 카루비(カルビー)와 모리나가 제과(森永製菓)에 지난해부터 뒤쳐지고 있는 모양새다.

카루비는 지난달 발표한 2016년 3월기 연간결산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8%늘어난 2,400억엔, 영업이익은 19.1% 늘어난 288억엔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11.9% 증가한 158억엔으로 이는 시리얼 제품 후루구라(フルグラ)가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북미와 한국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보인 결과였다.

모리나가 제과 역시 지난달 발표한 2016년 3월기 연간결산의 매출액은 1,800억엔으로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1.5%나 늘어난 90억엔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62.9%나 증가한 62억엔을 올렸다. 식료품 제조사업 호조와 매출액 증대와 원가율 개선, 마케팅 비용의 효과적인 투입 등이 이번 실적의 주요인이었다.

일부 긍정적인 점은 롯데도 지난달 마지막 주 일본 유통경제연구소가 조사한 과자제품 매출순위에서 자사제품인 ‘초코로얄밀크티’가 1위에 오르는 등 10위권 내에 롯데 제품이 3개 순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물론 타사 제품들간 점유율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매주 발표되는 이 순위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기에 큰 의미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한쪽에서는 마침표를 찍었다고 공언했지만, ‘회사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집안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롯데와 함께 일본 기업계를 ‘가족 간 분쟁’의 혼란에 빠뜨렸던 오츠카 가구(大塚家具)는 부녀간 경영권 분쟁의 여파로 저가 가구점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고, 한 때 순이익이 40% 이상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2015년 봄부터 ‘폭탄세일’을 실시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지난달 발표한 2016년 12월기 결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겨우 1% 늘어난 585억엔에 불과했다. 떨어질대로 떨어진 브랜드 이미지는 이미 등을 돌려버린 일본 소비자들을 되돌릴 수 없었다.

“롯데는 한국기업입니다”라고 말하는 신동빈 회장. 하지만 롯데의 중심축인 일본 시장에서 추락한다면 그 여파는 한국에 전해질 것이 분명하며, 국내 소비자들을 향한 ‘애국 마케팅’이 언제까지 지속되리란 보장도 없다.

진흙탕 싸움은 결국 오츠카의 경우처럼 살아도 날개 한 짝이 없는 상태를 만들뿐이며 롯데를 ‘반일이자 친한 기업’으로 생각하는 일부 일본 우익 세력과 언론들의 좋은 먹잇감이 돼 브랜드 이미지만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진정으로 롯데를 한국기업으로 생각하며, 한국 국민들의 신뢰를 이어가고 싶다면 이제는 형제 간 한 발짝 양보하며 분쟁을 원만히 끝내야 할 것이다.

 

한민철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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