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예원 기자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지난해 ‘뽀로로’ 어린이음료의 인기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나갔다. 이 음료는 상반기 매출만 중국 53억원, 인도네시아 10억원을 달성했다.

식품전문업체 팔도는 냉동 음료 ‘뽀로로 망고’와 ‘뽀로로 멜론’을 출시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소비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제품은 한국야쿠르트에서 개발한 유산균이 들어있다는 게 특징이다.

팔도는 2011년 한국야쿠르트에서 분리돼 라면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흰 국물 라면의 돌풍을 일으켰던 ‘꼬꼬면’의 영향이 컸다. 라면 사업 매출이 급증하자 한국야쿠르트는 28년 만에 팔도를 법인 분리해 라면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한 가지 의아한 점은 한국야쿠르트에서 개발한 유산균이 들어간 음료를 굳이 라면사업을 위해 분리한 팔도의 이름으로 수출한다는 것이다.

패밀리 브랜드이기에 팔도의 성장이 한국야쿠르트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하더라도 의문이 남는다. 해외수출을 팔도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 제품 모두가 해외수출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야쿠르트의 ‘팔도라면 도시락’은 극동·시베리아 지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아직도 팔도라면 도시락은 간접수출 형식으로 시작해 사업소 개소로 이어진 성공적 해외수출의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 제품 역시 ‘한국야쿠르트’가 아닌 ‘팔도’의 이름으로 수출됐다. 그러던 중 1969년 한국야쿠르트와 일본 야쿠르트 본사가 체결한 기술제휴 조건 중 해외수출 금지항목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조건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더라도 일본 야쿠르트 본사가 한국야쿠르트 지분 38.3%를 소유하고 있는 한 사실상 한국야쿠르트 브랜드를 사용한 해외진출 가능성은 전무하다.

국내 유업계 선두주자인 한국야쿠르트가 내수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 이유가 태생적 한계이기에 더욱 아쉽다.

문제는 높은 해외지분으로 수출에 차질이 생긴 경우가 한국야쿠르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서식품은 지주사인 동서와 미국 식품회사인 크래프트하인즈가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한 합작 회사다. 특히 동서식품 대표 브랜드인 맥심은 크래프트사의 소유로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어 정식 해외수출이 불가능하다.

빙그레도 주력상품인 요플레가 프랑스 소디마사와 기술제휴로 생산,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특히 바람 잘 날 없는 곳이다. '먹는 것만큼은 장난치지 말자'는 사회적 인식이 유독 국내 식품업계에 엄격한 잣대로 적용되고, 반짝하는 신제품의 인기거품 역시 업계 전체를 흔들고 있다.

기업이 한정된 국내소비량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식품업계 역시 내수시장에 그치지 않고 해외로 뻗어나가야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의 노력이 해외지분에 발목 잡혀 빛을 발하지 못한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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