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한민철 기자]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 발표와 국내 가계부채 심화 등 대내외적인 악재로 서민경제는 여전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경제관계장관 회의에서 “세계 경제의 회복 지연으로 내년도 경제 여건도 쉽지 않다”고 말했던 것처럼 다수의 경제 주체들도 내년 경제 전반에 대해 좋지 않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십 원 한 푼 아끼는 게 중요한 이 시기 서민들을 울리는 ‘족쇄’가 하나있다. 바로 변액보험이다.

최근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표한 ‘예금 이외 투자 상품 민원접수 현황’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변액보험 관련 민원은 1만 6153건으로 같은 기간 예금 이외 투자 상품 전체 민원에 82.9%를 차지하고 있다.

변액보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격화되자 지난 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변액보험도 최저보장보험금에 한해 예금자보호를 적용시키는 법안을 의결했을 정도다.

9만 6000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 중인 네이버 카페 ‘자산관리는 거북이처럼’의 토론 게시판에는 변액보험해지와 민원상담과 관련된 글이 올해만 80여건이나 올라왔다.

글 내용에 따르면 대부분의 회원들은 지인이나 자산관리사 또는 재무컨설턴트로 자신을 소개한 보험설계사로부터 변액보험을 펀드나 주식과 다름없는 단순 투자 상품으로 소개받았다.

특히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상품으로 별다른 의심없이 가입했지만 5~7년 동안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한 결과 투자한 금액의 원금조차 회복되지 않았다. 상품을 추천했던 설계사의 말과는 기대했던 부분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중도해지를 신청 했지만 원금에 한참 못 미치는 해약환급금만을 받게 됐고 설계사도 그만둔 상태라 하소연할 곳조차 없었다.

변액보험은 10년 이상을 유지하면 이자소득세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과 일반적인 증권사 펀드 상품과는 다르게 펀드변경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변액보험은 실적배당형 투자 상품으로 회사의 펀드운용 성과가 좋지 못하다면 원금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 또 납부한 보험료 전액이 펀드 투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설계사 수당과 펀드운용수수료 등을 포함한 사업비 그리고 위험보험료를 제외한 저축보험료만 실제 펀드에 투자된다. 예를 들어 번액보험료를 10만원 납부하고 있다면 대부분의 보험사가 적용 중인 사업비 15%인 1만 5000원을 떼고 여기에 위험보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이 저축보험료로 펀드운용에 쓰인다.

때문에 펀드운용 실적이 아무리 좋다고 할지라도 원금회복기간이 더뎌지거나 기대수익에 대한 예상시기가 어긋날 수 있다. 또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펀드변경 기능을 실제 자주 활용하는 사람은 전체 가입자 중 5~10%에 불과하다. 심지어 '자산관리는 거북이처럼' 카페 회원들 중에는 설계사와 꾸준한 소통이 되지 않아 자신이 가입한 변액보험이 제대로 관리되는 지 모르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렇다 보니 변액보험을 ‘무적의 비과세 통장’이자 ‘펀드 변경이 자유로운 투자상품’으로만 추천받은 사람들 중 중도해지나 민원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변액보험에 주력했던 일부 보험사들의 순이익 부진이 이어지고 심지어 매각 예정인 보험사도 나와 펀드운용 실적 역시 악화된 변액보험을 보유 중인 사람들도 늘게 됐다.

대부분의 변액보험 가입자들이 5년 이내에 중도해지를 하면 원금에 턱없이 부족한 해약환급금을 받게 되고, 또 10년 이상 가지고 있자니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이 시기에 보험료를 납부할 형편이 되지 못해 ‘자산관리는 거북이처럼’의 카페 회원들처럼 고민을 가진 사람이 늘고 있다.

이 시기 서민들은 가계부채와 경제위기를 주체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소비를 극소화하는 등의 생존방법을 강구한다. 물론 이것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노동시간을 늘린다면 추가수입을 바랄 수 있지만, 노동효율의 저하와 여가 소비가 감소할 수 있다.

또 소비심리가 위축된다면 내수시장 침체로 이어져 ‘다같이 죽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서민 경제는 혼란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런 상황에 변액보험이 족쇄가 된다면 서민경제에 큰 타격이 될 뿐만 아니라 금융상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애널리스트 스베틀라나 우더스리바이아가 지난 2010년 발표했던 ‘변화하는 북미 뷰티마켓의 동향’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시기 전 세계가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북미 소비자들은 지출이 크게 줄지 않았다. 오히려 중산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현명한 소비행태를 강조하며 적절한 소비를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늘어났다.

북미 소비자들의 사례처럼 경제위기 시기, 더 많은 수입과 절약보다도 현명한 소비가 지금의 가계부채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현명한 금융상품 선택과 불필요한 가계지출을 줄이기 위해 가입 전 변액보험이 자신에게 맞는 상품인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가입할 필요가 없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설계사의 과장된 말이나 지인의 정에 이끌려 가입하는 것은 아닌지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현재 자신이 가입 중인 변액보험의 펀드수익률 현황과 원금회복 추정시기에 대해서도 제대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한민철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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