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1만8231가구’. 호반건설이 올해 전국에 분양한 신규 아파트 물량입니다. 이는 롯데건설과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보다 많은 양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만가구 클럽’ 진입에 성공한 호반건설은 어느새 대형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건설사로 성장했습니다.

2010년 62위였던 도급순위는 2015년 15위까지 상승했고, 같은 기간 시공능력평가액도 4107억원에서 2조1520억원으로 급성장을 이뤘습니다.

이쯤에서 호반건설을 알짜 중견건설사로 이끈 김상열 회장(사진)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김 회장은 1961년생 전남 보성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기업인입니다. 그는 조선대학교 건축공학과에서 공부한 뒤 한 중소건설사에서 일하다가 지난 1989년, 자본금 1억원, 종업원 5명으로 호반거설을 설립했습니다. 당시 김 회장의 나이는 28세였습니다.

이후 전남 광주에서 사업을 시작한 호반건설은 사업 초기에 지방 건설사라는 약점과 낮은 브랜드 파워, 토지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서울에 입성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모두가 ‘힘들다’고 한탄하던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시절이었습니다.

김 회장은 대다수 기업이 현금 확보를 위해 각종 부동산을 헐값에 내놓을 때 쌓아온 현금을 활용해 전국의 알짜 부지들을 사들였습니다.

이후 ‘호반리젠시빌’이라는 이름으로 주택분양사업을 펼쳐 브랜드 이름을 널리 알렸고, 광주뿐만 아니라 울산, 대구, 천안 등 전국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새로운 브랜드 ‘호반 베르디움’을 앞세워 브랜드 입지를 다지고 지방은 물론 수도권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왔습니다.

IMF와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김 회장은 낮은 가격에 토지를 사들이고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하는 놀라운 안목을 발휘했습니다.

김 회장은 보수적인 경영원칙으로도 유명합니다. 올해도 ‘90%룰’을 지키며 아파트 1만가구 이상을 분양했습니다. 90%룰이란 앞서 선보인 아파트의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신규 분양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드시 분양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신념이 깃든 김 회장 만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경영기법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대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내년에는 각종 규제와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그러나 호반건설은 내년에도 1만가구 이상을 분양할 계획입니다. 건설업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물량입니다.

2016년 1월부터 강원 원주기업도시 8블록(882가구)과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A97블록(393가구)에서 ‘호반 베르디움’ 아파트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김 회장이 이끄는 호반건설이 이번에도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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