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우 칼럼] "2016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윤대우 칼럼] "2016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 소비자경제
  • 승인 2015.12.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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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대우 대표 겸 편집국장

[소비자경제 칼럼] #1. 2016년 3월 2일 경기도 ○○대학교 신입생 입학식장, 꽃피는 춘삼월이라지만 꽃샘추위 맹위는 여전했다. 히터를 가동했음에도 실내 체육관은 차가웠다. 1시간가량 진행된 입학식은 지루했다.

입학식장을 가득 메운 학생과 학부모들은 총장의 인사말을 들었지만 일부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오늘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말하려 합니다. 여러분의 졸업 선배 한분이 소중한 선물을 전했습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입학식장 입구에 진열된 선물박스를 힐끔 쳐다봤다.

총장은 “선배 한분이 2016년 입학금 전액을 내주셨습니다.” 순간 식장은 술렁거렸다. 모두들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총장은 이어 “입학금을 낸 학생들에게는 학교에서 이번 주까지 입학금 전액을 학부모 계좌로 돌려줄 것입니다.”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학부모들은 서로를 감싸 안았고 일부 학생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입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 2016년 2월 23일. 글로벌 IT ○○기업의 명퇴자 명단이 발표되는 날이다. 이번 명퇴자 명단엔 20대 신입사원부터 50대 부장까지 총 1,550명이 포함됐다. 8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자 회사는 전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작년 4분기 적자는 5,300억원으로 재작년 같은 기간 보다 80% 감소했다. 회사는 총 3,000명의 퇴직신청을 받아 이날 1,550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회사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 말했지만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무엇보다 부장급 이상이 아닌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도 다수 포함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되면 각 부서마다 최소 7~9명이 회사를 떠나게 된다.

오전 9시, 회사 인트라넷으로 발표되는 명퇴자 명단을 보기 위해 저마다 무거운 마음으로 컴퓨터 모니터 앞에 모였다. 평균 2 : 1의 신청률을 보였지만 어느 누구도 회사를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9시가 되자 회사 임직원 인트라넷에 공지사항이 하나 올라왔다.

“이번 희망퇴직 명단 발표는 회장님 지시로 취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회사는 경영실적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인력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지만 다시한번 심기일전(心機一轉)한다는 각오로 희망퇴직을 취소합니다. 더불어 1개월 무급순환 휴직도 취소함을 알려드립니다” 이 내용을 본 임직원들의 볼에는 눈물이 흘렀다.

#3. 2016년 2월 8일 저녁 8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2월 임시국회 일정관계로 대다수 의원들은 각방에서 법안 처리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는 저녁식사를 위해 회관을 빠져나갔고 일부는 저녁식사도 거른 채 일에 몰두하고 있다. 검은색 에쿠스 신형 세단 5대가 의원회관 정문에 미끄러지듯 섰다.

승용차 5대 중, 가운데 차량에서 한 여성이 내렸다. 그 여성 뒤로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들이 무엇인가를 손에 가득 들고 내렸다. 이 여성은 의원회관 3층 엘레베이터에서 내렸다. 이곳에는 야당 원내대표와 야당 최고위원들이 주로 있는 곳이다. 3층에서 내리자 새누리당을 포함해 9명의 의원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이 여성은 각 방을 돌면서 만두를 돌리기 시작했다. 방에 있던 비서관들과 의원들은 이 여성의 갑작스런 등장에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여성은 대통령이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은 의원실 한 방에 5분정도 머무르며 의원, 보좌관, 비서관이 먹기 넉넉한 만두를 돌렸다. 대통령은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달에 법안 처리하게 좀 도와주세요. 열심히 할께요. 그리고 추운데 건강하세요”. 몇일 후 여-야가 한발씩 양보하면서 지난해 처리하지 못한 각종 법안들이 통과됐다.

2016년 “이랬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소설을 썼다. 이 소설이 현실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허구언날 페이스북 창업자 주커버그, MS 빌게이츠, 워렌버핏 같은 미국 갑부들의 기부 이야기에 놀라야 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거리낌 없는 소통행보를 부러워해야 하는가.

국내 기업도 연말이 되면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 각 기업들은 평균 수억~수백억의 금액을 각종 사회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다만 신문 경제면 하단 모퉁이를 장식한 이러한 소식은 독자들의 관심을 전혀 못 받는다. 돈을 낸 사람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해 아쉽고 그 돈을 통해 재기(再起)를 하거나 새 생명을 얻은 사람은 그에 대한 신문기사 한 줄 나가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형식은 있지만 감동은 없다.

경제면 하단의 내용을 1면 톱으로 올리려면 같은 돈을 구체적으로 기부해보면 어떨까 제한다. 대학 입학금 기부 같은 것이다. 대학 신입생 입학등록금은 150억원 안팎이다. 삼성그룹이 올해 이웃돕기 성금으로 500억원, 현대차 250억원, LG그룹이 12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대기업에서 특정 학교 입학금을 전액 내준다는 것이 오히려 역풍으로 돌아올지라도 입학금을 준비하기위해 허리가 휘어지는 학부모들에게 큰 감동의 선물이 될 것이다. 꼭 전액이 아니어도 좋다.

직원을 감동시키는 방법은 자신이 명예퇴직이나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 됐을 때 회사 측에서 다시한번 기회를 줄때다.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는 IMF 당시 대다수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을 한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몇 년 후 업계 1위로 도약했다. 여행업의 특성상 영업직원이 많아야 했기도 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직원들의 로얄티(충성심)가 그 어떤 회사보다 강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GE헬스케어,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거쳐 현재 CJ그룹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채욱씨는 삼성물산 과장 시절 회사 자본금(120억원)의 3분의 1(43억원)을 날려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당시 이건희 회장은 “43억 원짜리 실패의 교훈을 잊지 말자”고 경영진에 지시했고 이채욱 씨는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지금은 국내최고 경영인 가운데 한 사람이 됐다. 기회를 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들과 소통하라는 주문은 여러 신문칼럼에서 다뤄지고 있다. 대통령도 이른 아침 집무실 탁자 위에 펼쳐진 조간신문을 통해 이러한 간청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여당은 물론 야당의원과 스킨십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이 붙은 것은 박 대통령이 선거구를 한번 휙 돌면 해당 국회의원이 당선되기 때문이다. 만남의 영향력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산적한 현안을 풀기위해 야당 국회의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만난다면 그 자체가 긍정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 이럴수록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고. 남을 나보다 낫게 생각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직원을 소중히 생각하는 기업문화. 정치인들이 한발 물러서고 낮아지는 정치풍토. 국민 모두의 바람이다. 연말연시 "이웃을 사랑하라" 말씀하신 예수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대표이사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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