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최근 본지에 한 소비자 피해사례가 접수됐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지난 여름, 최씨는 유명 오픈마켓 중 한 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보일러 상품(설치비 포함)을 발견하곤 즉시 구매했다.

그러나 막상 겨울이 다가와 보일러를 사용해보니 작동이 되지 않았다. 콘덴싱 보일러에 전용 연통이 아닌 일반 연통을 설치해 본체에 물이 들어간 것이 고장 원인이었다.

해당 상품을 판매했던 보일러 시공업체의 과실이지만 이미 폐업을 한 뒤라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다. 제조사는 보일러 자체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시공업체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므로 보상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시공업체와 최씨 사이의 중간자인 오픈마켓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해당 오픈마켓은 이미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온라인 장터 운영 주체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수행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오픈마켓은 특별한 심사 없이 간단한 가입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다.

개인이나 소규모 업체가 온라인 상에서 손쉽게 장사를 할 수 있지만, 이 장점은 아이러니하게도 허점이 되기도 한다. 보일러를 부실 시공한 업체와 같은 불량 판매자가 다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픈마켓들은 대체로 판매자들을 관리·감독하는데는 소극적이다. 민원이 제기되면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중재에 나서지만, 단순히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판매자 측에서 극단적인 자세로 일관하면 소비자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오픈마켓이 소비자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최씨는 해당 오픈마켓의 ‘브랜드’를 믿고 보일러를 구매했다. 물론 개인의 브랜드 선호도를 수치로 객관화할 수 없지만, 경쟁사를 제치고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뢰가 기반이 됐다는 것을 증명한다.

실제로 소비자상담센터 한 상담원은 최씨의 사례에 대해 “소비자가 해당 오픈마켓을 믿고 구매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100% 보상은 아니더라도, 부분적인 책임은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픈마켓들이 부도덕한 판매자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 소비자를 보고도 귀를 닫고 반응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우리의 식탁에 올라가는 식재료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농수산물시장에서는 관할 공단이 판매자들을 직접 관리한다.

식자재의 무게 수나 원산지를 속이다 적발된 상인은 경고 조치를 받고, 심한 경우 영업 정지나 퇴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쓰리아웃 제도를 활용하는 곳도 있다. 그렇다보니 시장질서가 유지되고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스러운 거래로 이어진다.

이처럼 오픈마켓도 온라인 장터 운영자로서 감독관의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가오는 2016년에는 소비자경제 제보게시판에서 오픈마켓 관련 피해사례가 더 이상 올라오지 않길 기대해본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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