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사례 해마다 급증…원인과 대안은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IS가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를 감행해 세계가 경악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에도 크고 작은 테러들이 있다. 아파트 층간소음, 베란다·화장실 등 실내 흡연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층간소음 문제는 최근 이웃 간 살인사건으로 번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소비자경제는 우리 주변의 아파트 층간소음과 베란다·화장실의 흡연 문제를 진단하고 그 원인과 대안은 무엇이 있는지 다루고자 한다.

◆ 일상의 테러 1 : 층간소음

#사례1.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대학생 송모씨는 최근 집에서 마음 편히 쉴 수 없게 됐다. 얼마 전 이사 온 윗층의 4살 베기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뛰어다니는 소리에 좀처럼 무슨 일에 집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차례 인터폰으로 연락해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직접 찾아 올라가서 항의도 해봤지만 감정만 상할 뿐 소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송씨는 “아이가 너무 어려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내 집인데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하고 답답하다”고 전했다.

최근 송 씨와 같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웃 사이에 발생하는 층간 소음 문제로 인해 갈등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단순 말싸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폭행과 방화, 나아가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주민을 살해한 이모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한 바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49.6%(2014년 기준)으로 국민의 절반 가량은 아파트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주택(37.5%), 연립주택(3.4%)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은 만큼 이웃주민 간 층간소음은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110정부민원안내콜센터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거주자 93%가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환경부는 지난 2012년 초 층간소음 관련 민원 접수와 분쟁조정 등을 담당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설립했는데, 그해 민원이 7021건이었으나 2014년에는 1만6370건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층간소음 문제가 점차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각 건설사들은 층간소음 저감기술 개발에 나섰다.

특허청에 따르면 소음을 줄이는 특허 분야 중 바닥과 관련된 국내 출원 특허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74건이었다. 같은 기간 일본은 90건, 유럽은 67건, 미국은 4건에 비하면 월등히 많은 수치다.

최근 포스코는 고망간 방진강을 적용한 바닥판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층간소음 방지 등급 중 가장 우수한 1등급을 받았고, 대림산업도 특허 출원 중인 층간소음 저감설계를 신규 아파트에 적용하고 있다. 거실과 주방공간 바닥에 일반 아파트보다 2배 두꺼운 60㎜ 바닥차음재를 시공해 층간소음 줄이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특허 출원 중이라 구체적으로 자재의 특성을 밝힐 순 없다”며 “소음 차단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건설기술 연구원으로부터 층간소음 방지 1등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사의 층간소음 저감 설계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만큼 이웃끼리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이웃과 악감정이 더 쌓여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홈페이지에서 신청 양식에 따라 상담신청서 작성할 수 있고, 이웃사이센터(1661-2642)에 직접 전화해 접수하는 방법이 있다.

신청자의 접수를 받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는 외부전문가와 함께 현장 소음을 측정한 뒤 민원인과 관계자에게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환경공단 김인규 과장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서는 피해자와 원인자 사이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관리소장과 아파트 동 대표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관리위원회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일상의 테러 2 : 아파트 간접흡연

▲ 난간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남자(출처=google)

#사례2. 경기도 오산시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최모씨(23세·여)는 아파트 간접흡연에 시달리고 있다. 아래층 거주자가 밤마다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기 때문이다. 베란다 문을 닫아도 스며들어오는 연기는 어쩔 수 없다. 아랫집에 얘기했으나 나아지지 않자 최씨는 관리실에 문의했다. 그러나 관리실은 어쩔 수 없다며 이웃을 잘 만나는 것도 복이라는 말만 늘어놓았다.

#사례3. 정모씨(25세·여)도 이와 비슷한 경험으로 고통받고 있다. 정씨는 베란다로 올라오는 담배연기를 이웃에 항의했다가 싸움이 날 뻔했다고 한다. 정씨가 담배를 자제해주거나 다른 곳에서 필 것을 건의하자 이웃집 남자는 “왜 그렇게 해야 하냐. 집에서 담배도 못 피우냐. 이런적은 처음이다”라며 도리어 화를 냈다.

비흡연자에게 담배연기는 지옥처럼 괴롭다. 아파트 내 층간에는 소음으로 인한 갈등뿐만 아니라 스며들어오는 담배냄새로 인한 문제도 빈번히 발생한다. 화장실 환풍구, 문 열린 베란다 등이 담배 연기의 유입 경로다.

또한 버스정류장, 길거리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는 흡연자들로 인해 어린아이, 임산부 등 비흡연자의 피해도 상당하다. 카페, 술집, PC방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여전히 지키지 않는 업체가 있어 생기는 괴로움도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1월~10월) 공동주택 간접흡연 관련 민원이 1025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이 제기된 공동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96.7%로 압도적이었고 연립·다세대주택이 3.3%를 차지했다.

피해의 원인이 되는 장소는 베란다 및 집 내부가 53.7%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계단·복도 등 건물 내 공용부분이 31.9%, 단지 내 놀이터 등 저층 근처가 12.6%를 차지했다.

한편 연도별 증가 추이는 2013년 10월 무렵 가장 높았다. 이는 그해 6월 PC방을 비롯한 금연구역이 확대 실시됨에 따라 흡연자들의 흡연 장소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공동주택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된다.

▲ 공동주택 층간 간접흡연 민원 발생 건 수 (출처=국민권익위원회)

더욱이 많은 국민들이 아파트나 연립·다세대주택과 같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거주형태에서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59.2%였고, 공동주택 중 83.7%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공동주택의 흡연은 최근 들어 주민 간 심각한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복도·계단 등 공동 생활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의무화하는 방안뿐 아니라 베란다·화장실 등 집 내부의 흡연으로 인한 간접흡연 피해방지 방안 검토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공동주택의 간접흡연은 기술적으로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 층간소음의 경우 건설 자재를 이용해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으나 화장실 환풍기, 베란다 등으로 유입되는 담배연기를 막을 수 있는 건설 기술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은 이런 기술은 없다며 담배를 집에서 피지 않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하는 등 흡연자를 줄이고 간접흡연 피해를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13일에는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담배규제 정책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정책포럼을 통해 향후 10년간 금연정책, 담배규제 정책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올 연말 발표될 담배규제 정책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위한 회의가 현재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박대환 주무관은 “올해 말 금연구역 확대 방안에 대한 발표를 할 예정이다. 해당 방안에 대해 계속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는 회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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